홍준표 2등, 보수에 '독이 든 사과'

자유한국당, 미래가 없다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지율 24%를 얻었다. 문재인 후보와는 17%포인트 차이다.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 민심이 일군 대선에서 박근혜당 후보가 2등을 했다.

선거 막판 영남권 보수층이 홍준표 후보에게 쏠렸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홍 후보는 대구 44.3%, 경북 51.6%, 경남 39.1%로 1위를 차지했다. 일주일 전 각 여론조사에서 이 지역은 문재인-안철수-홍준표 삼각 경쟁이 치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반인 부산, 진보색이 강한 울산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45.8%), 70대 이상(50.9)에서 1위였다.

반면, 홍 후보는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서울, 경기, 인천에서 20% 문턱도 넘지 못했다. 호남에선 한 자릿수 득표율이다. 연령이 낮을수록 지지율이 뚝뚝 떨어졌다. 50대에서 홍 후보는 25.4%를 얻어 안철수 후보에게 근소하게 앞선 2위였다. 40대와 30대에서 3위를 기록했으나 20대에선 꼴찌다.

자유한국당의 지지 기반이 확인된다. 60대 이상 고령층, 대구경북에 갇힌 모양새다. 이를 떠받치는 건 박정희 향수, 박근혜 동정이다. 지역당, 과거회귀당이 제1 야당의 실체다.

그럼에도 '2등'이 자유한국당에 현실 안주를 유혹한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데 만족을 하겠다"고 했다.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의 징계 조치를 철회하고 바른정당 탈당파를 복당시켜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좌표는 정해져있다. 극우화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태극기 집회'에서 등장한 극단적 색깔론이 무기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어진 박근혜 탄핵에도 불구하고 절대 무너지지 않는 20% 남짓의 '반공 보수층'이 진지전의 토대다.

자유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 개혁은 언감생심이다. 개혁의 구심, 리더십이 없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는 존재감은 제로다. 홍준표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극우 본색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다수파 친박 세력은 박근혜 탄핵과 함께 개혁의 대상으로 일찌감치 전락했다. 외부 수혈을 통한 개혁도 기대난망이다.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미 실패했다.

보수 개혁의 성패 여부는 외려 바른정당의 향후 행보가 관건이다. 유승민 후보가 대선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이 유 후보와 바른정당을 '배신자 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총선, 5년 뒤 다시 대선이다. 자유한국당에겐 제1야당의 비토권으로 문재인 정부를 흔들면 차근차근 권력 접수가 가능하리라는 계산이 설법한 일정이다. 보수는 다수이고, 강하고, 결집력 있다는 속성이 잠시의 '고난의 행군'을 견디게 할 마취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혁신 없으면 보수정당도 망한다. 퇴행하는 정체성, 구심력 없는 지도부, 무엇보다 미래를 잃은 자유한국당에게 혁신과 개혁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홍준표 후보의 2등은 그래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에 독이 든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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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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