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표시도 제대로 안 된 디퓨저, 괜찮을까?

[함께 사는 길] 방향제, '사용 가능한 물질 목록' 만들어 관리해야

"집안 가득 나는 은은한 향기가 좋아 스틱을 향수병에 꽂아 쓰는 디퓨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로사퍼시픽사의 모씨 디퓨저를 구매했는데, 성분 표시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이 제품 써도 괜찮을까요?"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쾌적한 실내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용도의 방향제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팩트체크한 제품은 액체 방향제인 ㈜로사퍼시픽사의 모씨 디퓨저입니다. 제품의 성분 표시란에는 '용제', '향료'만 표기돼 있습니다. '용제'나 '향료' 아래에는 광범위한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성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로사퍼시픽사 모씨 디퓨저 광고.

제품에 포함된 성분과 함유량을 알려주세요

팩트체크가 업체에 확인한 결과 제품은 에탄올, 프로필렌 글리콜 등 4가지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물질명 이외 각 물질의 기능 및 함유량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디퓨저는 대부분 화학 합성물로 향기 나는 화학물질, 방부제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퓨저는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지속해서 향을 발산시킵니다. 디퓨저의 화학 성분이 공기 중에 퍼지면서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게 되고 폐까지 전달되면서, 기침이나 호흡곤란,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부에 침투 및 흡수되어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의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업체에서 보내준 제품의 노출에 따른 독성 정보 확인 결과 경구 독성 이외 흡입 독성, 피부 독성에 관한 정보는 아예 '자료 없음'으로 확인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함께사는길

'NO Date, NO Market'


방향제는 2015년부터 환경부에서는 위해우려제품(인체에 해를 미칠 가능성이 우려되는 제품)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습니다. 위해우려제품은 품목별로 물질의 안전기준을 함량제한 물질과 사용금지 물질로 지정해 관리합니다. 방향제의 경우, 함량제한 물질은 유해성이 있는 유해물질로 △폼알데히드 △메탄올 △벤젠 △글리옥살 △트리클로에틸렌 등입니다. 이들 물질을 사용할 경우 기준치 이하로 사용해야 합니다. 사용금지 물질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로 알려진 PHMG, PGH 그리고 유사물질인 PHMB와 그 외 물질인 염화비닐과 붕소산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의 경우에는 스프레이 노출 형태로만 금지하고 있어 디퓨저와 같이 액체형이나, 향초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정, 금지 물질 이외 제품에 포함된 다른 화학물질은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거의 모든 방향제에는 에탄올이 들어가 있습니다. 에탄올의 경우 유해성이 적어 사용이 허가되고 있지만,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때에는 흡입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됩니다. 또한 일부 제품에 포함된 탄화수소화합물 등은 두통과 어지러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체내 축적 우려가 큰 성분입니다. 향기 치료제로 통하는 아로마 오일 제품에선 디에틸프탈레이트(DEP)가 검출되기도 했는데 세계생태보전기금(WWF)은 디에틸프탈레이트(DEP)를 내분비계 장애 유발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살생물제품(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등)에 대해서는 '사용 가능한 물질 목록'을 작성해 관리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화학제품의 경우 지정, 관리 물질 이외의 화학물질에 대해 안전성을 입증할 책임이 기업에도, 정부에게도 분명치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살생물제품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방향제와 탈취제 등의 제품까지도 '사용가능한 물질 목록'을 마련해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추후 위해 정보가 충분히 확인되면 안전기준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NO Date, NO Market'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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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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