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유세가 시작된 첫날인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대선 이후 사드가 배치된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단기간 내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드 부지를 미국에 전달하는 부지공여 절차에 대해 문 대변인은 "지금 한미 간에 협의 중에 있고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절차인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문 대변인은 "부지공여가 된 이후에 진행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영향평가도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변인은 "환경영향평가 관련해 용역 업체가 선정돼서 준비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며 "부지공여가 되고 기본설계가 나오면 그 설계에 따라 추가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뒤 후속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초 국방부는 지난 2월 28일 성주골프장을 소유한 롯데상사 이사회와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대한 빨리 사드 배치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국방부 당국자는 "모든 절차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상당 부분 겹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 각 단계별 절차를 동시적으로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부지 공여 절차와 환경영향평가 모두 가변성이 있다"면서도 "겹쳐지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잘 조합하면 보완해 가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미국과 국방부는 지난 3월 6일 저녁 사드 포대 일부를 오산 미군 공군기지로 들여오면서 사드 조기 배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머지 포대들과 X-밴드 레이더, 요격 미사일 등의 반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과 국방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드 배치를 조기 대선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고문이 사드 배치 완료가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사드 배치 완료와 운용 시점에 대해 한미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대선으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타 정부의 결정으로 수주일 또는 수개월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사드 배치 완료를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발언이다.
이를 두고 문 대변인은 "한미는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서 주한미군 사드 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을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 측 역시 입장자료를 통해 "미국 부통령 대변인은 일부 언론의 사드 관련 보도와 관련 '사드 배치에 관한 정책에는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부도 해당 보도가 나왔던 16일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동 입장"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국방부를 비롯해 관계 기관들이 사드 배치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3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정치적 상황과 함께 실제 물리적으로도 대선 전에 배치 완료가 어렵기 때문에 사드 배치 완료 여부가 다음 정권의 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물론 사드 배치를 위한 대부분의 장비가 국내에 들어와있기 때문에 배치 완료 시기가 늦어진는 것일 뿐, 배치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새로운 정부를 테스트하는 수단으로 사드 배치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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