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이재명, 아름다운 승복...활주로가 너무 짧았다

우희정 좌재명, 문재인 '양날개' 될까?

주연급 조연 두 명이 대선 무대에서 퇴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끝내 문재인 성벽을 넘지 못했다. 조기 대선이라는 활주로가 너무 짧았다.

그래도 거함에 비유되는 문재인 후보에 맞선, 파벌 없는 두 50대 주자들의 분전이 빛났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남긴 큰 성과다.

한때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지지율 합이 70%를 웃돌았다. 경선 승부가 사실상 결정돼 안희정, 이재명 지지층의 맥이 빠진 3일까지도 세 사람의 지지율 합이 57%였다. 좌우 양 날개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할지는 본선에 진출한 승자에게 남은 숙제다.

당초 '문재인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그칠 거란 관측을 깬 안 지사는 민주당 경선을 사실상의 본선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그의 주장이 불편했다. 보수정당과의 대연정, 사드 배치 인정 같은 선언은 파격이었다. 소신이든 전략적 우클릭이든, 이런 모험이 없었다면 그는 '문재인 페이스 메이커'에 그쳤을 것이다. 민주당은 친노당의 때를 벗지 못했을 것이다.

대연정론이 안희정 개인에겐 독이 됐다. 집권하더라도 맞게 될 여소야대 현실은 먼 이야기였다. 적폐 청산이란 구호에 비해 체감 효과가 떨어졌다. 박근혜 탄핵 와중에 박근혜 세력과 권력을 나누겠단 주장을 한 모양새여서 역풍을 맞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치솟았다. 이른바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중도보수층이 안희정을 매개로 민주당에 관심을 보였다. 86세대 운동권 출신, 친노 출신에게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도 상당히 묽어졌다. 식자층도 안희정식 분권과 협치를 높이 평가했다.

결국 안 지사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나 유력한 차세대 주자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경선 초반에 벌어진 현장투표 결과 유출 사건, '선의' 발언 등으로 쌓인 앙금을 털고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점도 후한 점수를 얻는다.

안 지사와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3위를 기록한 이재명 시장이 묶어둔 진보적 유권자층도 민주당 집권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그가 줄곧 유지해온 10% 안팎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촛불 국면의 반사이익으로만 보면 단순하다.

소년 노동자 출신인 그는 '헬조선'의 '흙수저'들에게 정책적 선명성으로 어필했다. 진보적 어젠다를 제1당의 대선 무대에 올려 대중화시킨 주역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확장시킨 기본소득제 공약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공짜밥', '황당 공약'이란 힐난을 받았으나, 오히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기본소득을 시대정신으로 평가하며 세계적인 기본소득 주창자로 이 시장을 주목한 바 있다. 15조 원 규모의 국토보유세 신설 등 조세 정책으로 공약을 뒷받침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조세 정의를 주장하며 법인세 인상도 공약했다. 재벌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전액 몰수하겠다고 했다.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말만 무성한 '적폐 청산'의 과제를 구체화시킨 의제들이다.

비록 3위에 그쳤지만 이 시장도 더 이상 '변방의 정치인', '시골 사또'가 아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불평등 이슈들에 대한 기민한 포착 능력과 정책 제시 능력을 선보였다. 운동권 출신들과 결이 다른, 민주당의 진보화 가능성이 그가 민주당에 안긴 선물이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안희정, 이재명 후보 등을 끌어안으며 "이들이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이에 화답했다.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자. 더욱더 높은 수준의 정치의식을 갖고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정치를 새롭게 만드는데 힘을 모아달라."(안희정)

"나는 정권교체의 길에서 당원으로서 제 몫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경쟁을 한 것이지 전쟁을 한 게 아니다."(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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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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