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큰집으로 돌아와" vs. 유승민 "새집 놔두고 왜"

쪼개진 범보수 '집 타령' 기싸움

범(汎) 여권에서 큰집-작은집, 헌집-새집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바른정당에 "큰집으로 돌아오라"고 백기투항을 요구하면서다.

시작은 지난달 31일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날이다. 홍 지사는 당일 "탄핵은 끝났다. 이제 무슨 이유로 분당 사태를 유지할 것인가"라며 바른정당에 "명분이 없어졌으니 큰집으로 전부 들어오는 게 순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향해 "4월 16일까지가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인데 유 후보가 후보 등록을 안 하고 (자유한국당에) 들어오면 간단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수 적통 후보이므로 유 후보는 사실상 숙이고 들어오란 주문이다.

홍 지사는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TK(대구·경북)는 내가 적자고, 좀 더 기자리면 TK는 홍준표 중심으로 뭉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바른정당 김무성 선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밝혔다. 이들에게 "함께 다 들어오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바른정당은 연대가 아니라 '통합'의 대상임을 당사자들에게도 직접 밝힌 것이다.

반면 바른정당은 이날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현장회의를 열고 '적통 보수, 개혁 보수'를 자처하고, 친박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면 돌파다.

특히 홍 후보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으 연단에 나서 홍 후보를 겨냥해 "입만 열면 대한민국을 세탁기로 돌리고 청소한다는데, 자기 안방부터 청소하라"며 "친박 청소부터 하고 나라 청소를 하든 동네 청소를 하든 하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 측은 홍 후보의 이런 '큰집 작은집' 표현 사용과 백기투항 요구에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캠프의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진짜 큰집(감옥) 가실지도 모를 분이 무슨 말씀이냐"고 비판했다. 홍 후보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임을 언급한 것이다.

유 후보도 직접 나섰다. 유 후보는 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홍 후보를 향해 "대통령이 돼도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하고, 유죄 판결로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상실한다"며 거듭 홍 후보를 비판했다.

또 지상욱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홍 후보가 '큰집' 운운하는데 우선 자신부터 돌아보길 바란다"며 "홍 후보가 말하는 큰집은 곧 무너질 집이란 것을 국민이 다 아는데 참으로 딱하기 그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새집(바른정당) 두고 왜 무너질 집으로 돌아가나"라며 "바른정당 유 후보는 무너지는 집(새누리당)을 고쳐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나와서 새로운 보수의 터전에 백년갈 새집을 지었는데 홍 후보는 아직도 무슨 큰집 타령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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