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이후 대선'...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책

[표지 너머 책 세상 ⑥] 정치·시민·4차혁명·페미니즘...모두가 우리 이야기

촛불혁명이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끌어냈습니다. 대통령이 비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패 수준은 87년 체제 이후 전체를 가정해도 그 수준이 심각함이 분명합니다. 시민은 오직 평화로운 방법으로 부패 정권을 몰아냈습니다. 세계사적으로도 길이 평가될 만한 민주주의 성공 사례입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대선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촛불혁명이 단순히 정권 교체를 위해 일어난 건 아닙니다. 우리는 수개월 간 추운 광장에서 정권 교체를 넘어선 무언가를 요구했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세월호 인양,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여성주의가 촛불과 함께 이야기되었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지켜가자는 목소리,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하자는 주장도 힘 있게 제기되었습니다. 촛불혁명은 우리 삶의 근본을 이전과 다른 세계로 뒤바꿀 때에야 완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촛불혁명의 목소리는 우리가 일상을 예전과 다른 차원으로 고민하는 방향으로 옮아가야 합니다. 이미 그런 움직임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촛불집회 기간 헌법, 정치와 관련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다시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관련기사: 서점가에 '헌법'이 뜬다)

3월 둘째 주 알라딘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가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입니다. 여러 페미니즘 관련 서적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기계발서적이 잘 팔리던 시대, 경영서적이 잘 팔리던 시대가 가고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책을 통해 상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표지 너머 책 세상'은 격변의 시기, 새로운 질서를 꿈꾸는 시기에 읽을 만한 책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가 대통령 탄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이때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짚어봅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대담자들이 추천한 책을 주제별로 정리했습니다.

(편집국 사정으로 인해 다음 달 '표지 너머 책 세상' 코너는 쉽니다. 5월에 다시 뵙겠습니다.)

▲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왼쪽)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오른쪽)가 대담을 나눴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새로운 민주주의는 누구를 향할 것인가

-민주주의와 정치

①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글항아리 펴냄, 2012) - 장은수

우리는 성숙한 시민혁명을 이뤄냈습니다. 주먹이 아니라 오직 법에 의거해 혁명을 완수했습니다. 법을 끝까지 준수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의 귀결은 보수혁명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이제 중요한 물음은 국가와 시민사회가 균형을 이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입니다. 박근혜 정부처럼 국가가 과도한 힘을 지니면 시민의 일상성이 붕괴됩니다. 반대로, 시민 사회의 힘이 지나칠 경우에도 나쁜 의미의 이기적 갈등이 일상화할 수 있습니다. 님비 현상 등은 그 예입니다. 따라서 시민사회 자신이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이 시기에 알맞은 책입니다. 이 책은 사회운동가가 미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며 인간미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정치란 비통한 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부분입니다.

비통한 자, 곧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마음을 주변에 호소하지만, 적절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정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이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책은 강조합니다.

여태까지 한국 정치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입니다. 그간 한국 주류 정치는 시민과 분리된 채 엘리트적, 계몽주의적 차원에서 시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봤습니다. 약자로부터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진짜 민주주의 사회란 약자 우선주의 사회’라는 하나의 큰 원칙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풀이하자면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학'이나 자크 데리다의 '환대의 정치학'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② <지배와 비지배-마키아벨리의 <군주> 읽기>(곽준혁 지음, 민음사 펴냄, 2013) - 장은수

정치가 약자에게서 출발한다면, 우리 사회의 강자를 향해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 민주주의 원리를 되새기게끔 한다면, <지배와 비지배>는 공화주의 원리를 일깨웁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공화주의 전문가인 마키아벨리를 소환했죠.

이 책은 이기적 욕망과 공공선이 충돌할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난제를 다룹니다. 마키아벨리의 법치주의는 이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바로 공화주의의 핵심 원리가 법치라는 것이죠.

이 책과 함께 우리가 생각할 중요한 대목은 모두에게 무작정 법에 승복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회적 약자는 법에 불복할 수 있습니다. 법은 강자의 원리를 구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약자가 강자와 맞설 최후의 방법은 강자의 논리인 법을 넘어설 때뿐입니다.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강자는 철저히 법을 지켜야 합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자기 이익을 관철해야 합니다. 강자가 법을 넘어서면 쿠데타가 되고, 폭정이 됩니다. 우리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더는 강자의 불법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③ <위대한 정치>(서병훈 지음, 책세상 펴냄, 2017) - 이홍

무엇보다 대선주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픈 책입니다. 토크빌과 밀이라는, 자유주의, 민주주의사 거목의 사상을 빌려 정치의 본질을 성찰하게끔 하는 책입니다. 정치가 오로지 권력욕을 향해서만 질주할 때 어떤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지 깨우치게끔 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간단히 말해 정치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획득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아니라, 이상적인 도덕을 실현하고 그에 따른 자유와 행복을 국민이 누리게끔 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언제나 옳지는 않았지만, 본래 정치란 공동체와 시민이 주인이 되게끔 하는 행위입니다. 그간 우리 사회 대부분의 정치인은 정치를 시민을 지배할 도구로만 바라봤습니다. 국가가 나아갈 길, 시민의 행복은 모두 지배의 수단이자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당장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이를 몸소 깨닫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 책은 다소 이상적입니다. 그래서 공허한 느낌도 줍니다. 정치에서 철학은 늘 강자의 몫이었고, 그 어떤 이상도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민주주의 정치 제도의 형성과 성장 배경이 서양과 다른 만큼, 그 간격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덕성과 민중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지 않은 정치가 늘 불행했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입증된 역사입니다. 촛불혁명 이후의 정치가 적어도 이 정도는 고민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공동체와 개인

④ <현대 세계의 일상성>(앙리 르페브르 지음, 박정자 옮김, 기파랑 펴냄, 2005) - 이홍

거대 담론과 빅뉴스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삶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북한 핵 위협, 대통령 탄핵, 차기 대통령이 우리의 주된 관심입니다.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도 어려운 4차 산업혁명 끝에 도래할 미래에 관해 우리 모두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때로 이런 큰 이야기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입었던 비싼 코트와 흔한 메밀꽃 다발보다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의 관심사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한 걸음만 움직여도 길 잃은 어린양처럼 헤매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물음은 나는 누구이고 나를 둘러싼 세상은 무엇이냐는 겁니다. <현대 세계의 일상성>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 곧 광고, 소비, 관료 체제 등을 언어학적, 사회학적,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독자로 하여금 우리 삶과 시민 행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특히 광고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는데요, 책에서 광고란 자본주의 사회의 새로운 우상 혹은 종교로 설명합니다. 이 책이 말하는 일상성이란 평범하고 나른한, 이미 익숙한 개념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에 유무형의 영향을 끼치는 치열한 현상입니다.

우리 일상을 재조직하는 데서부터 새 시대가 시작됩니다. 토요일이 되면 촛불을 들고 도시의 광장으로 향하던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시대의 물결을 바꾼 일상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억지인가요? 특별한 지식이나 이론의 학습보다 우리 일상을 어떻게 꾸려나가느냐가 진정한 변화를 낳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⑤ <냉정한 이타주의자>(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2017) - 이홍

이 책은 대단히 회의적 시각에서 인간 행위 규범을 되돌아보게끔 합니다. 여태껏 우리가 옳다고 판단한 선택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진정 좋은 행위였는지 묻습니다.

우리가 공동체를 조직할 때 그 목표가 종교적 허상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처럼 선악이 뚜렷이 갈라진 순간, 오히려 기존과 다른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려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를 근본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극도로 개인화할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응할지,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어갈지에 관해 답을 찾는 과정은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책은 제목만큼 다소 싸늘한 느낌을 줍니다. 이것이 새로운 시민사회의 착한 행동규범으로 제시될만한지의 여부도 확실한 건 아닙니다. 역시 독자의 몫이겠지요.

⑥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민음사 펴냄, 2012) - 장은수

촛불혁명 이후 어떻게 우리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이냐는 물음에 대선주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합니다. 이에 관해 가장 깊은 고민을 담은 문학작품 중 하나가 바로 <레 미제라블>입니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서구에서 시민 사회가 형성되던 때입니다. 시민의 힘이 커지면서 온갖 갈등이 일어났고, 시민 바깥에 있던 낡은 권력은 시민 전체를 억압하려 했습니다. 이 방대한 소설은 우리에게 끝없는 토론거리를 주고, 고민을 안깁니다. 우리가 촛불을 통해 힘겹게 얻어낸 자유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이 소중한 자유를 어떻게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데 쓸 것인지, 강자의 정의와 약자의 정의가 부딪칠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어떤 어려운 이론서보다 이 책은 많은 울림을 줍니다.

⑦ <예언자>(칼릴 지브란 지음, 유정란 옮김, 더클래식 펴냄, 2017) - 이홍

뜻밖의 선택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인생의 다양한 문제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구하고, 그 답을 던집니다. '현대판 성서'라고까지 불리지요. 나른한 어휘와 더불어 종교적 풍미가 강해 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머리에 새기면서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예언자>는 최고의 자기계발서이자 최고의 교양서이고, 가장 접근하기 좋은 철학서이기도 합니다. 어지간한 최근작 중 이 역할을 감당할만한 책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선악이 분명히 나뉠 때, 우리는 당위론적 지식이나 해법에 매달리기 쉽습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 책이 이런 수요에 맞춰진 듯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책에만 매달린다면 우리는 독자로서 누릴 사유를 방해받습니다. 우리 자신이 고민할 공간이 사라집니다.

<예언자>는 내 삶과 사회 속 내 존재 의미를 독자가 직접 고찰하게끔 합니다. 이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힘을 지니는 책입니다. 지금의 시대에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사랑의 가치, 행복의 가치를 설파하는 책입니다.

▲ 추천 서적 목록 ⓒ프레시안

4차 산업혁명은 그저 구호여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⑧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2015) - 이홍

우리 시대 최고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이와 관련한 수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선 주자 중에도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리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고민이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기존과 다른 중요한 지점은 독립적 주체들의 초연결과 무차별 소통입니다. 기존의 권력 생산 체제나 법률, 상식과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공지능으로 돈벌이하는 시대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우리는 도래하지 않은 기술 낙원을 상상하기에 앞서, 이 혁명의 시대에 사람은 무엇인가를, 어떻게 해야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분야 고전 중의 고전인 <멋진 신세계>를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소설은 고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사람은 무엇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독자에게 던집니다. 인간 존재에 관한 물음을 배제한 이른바 혁명은 허황한 수사일 뿐입니다.

⑨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 반비 펴냄, 2017) - 장은수

4차 산업혁명이 숙명처럼 이야기되면서, 기술 개발에 관한 문제제기 자체가 터부시되는 것 같습니다. 이 틈을 비집고 기술개발과 우리의 삶을 분리해서 보려는 논리마저 자본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무대에 시민 사회의 주인인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은 기술 개발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무작정 '좋은 시대'로 휩쓸려가는 게 옳은 일이냐고 묻습니다. 시민 사회의 진전을 이끄는 기술 개발은 없는지, 지금 회자되는 새로운 기술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를 짚어줍니다. 4차 산업혁명이 부의 독점을 오히려 가속화하고, 다른 이의 타자화를 조장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우리는 신기술과 어느 정도로 합의할 수 있느냐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 책과 같이 기술과 시민 사이에 가교가 되는 책이 많이 출판되고 또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격차 해소와 삶의 질

⑩ <왜 분노해야 하는가>(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펴냄, 2015) - 장은수

지금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 격차입니다. 우리가 탄핵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도 격차 해소입니다. 저출산 문제, 고령화 사회의 핵심도 바로 경제 양극화임은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온 세계가 경제 양극화와 사라지는 일자리, 나빠지는 삶의 질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요즘 애덤 스미스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는 이 문제에 관한 토론을 일으키는 책입니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거리를 담았습니다. 핵심은 '도덕을 아는 자본주의'입니다.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만을 자본주의의 당연한 법칙으로 보고, 그냥 넘어가지 말자는 겁니다. 어떻게 자본주의에 도덕을 가르칠 것이냐를 고민하자는 겁니다. 돈만 된다면 공동체를 고민하지 않는 체제는 타락일 뿐입니다.

이미 우리는 부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순간, 행복의 증대와는 상관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의 물질적 임계점은 우리 상상보다 더 낮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조건 자본주의에 복종하기보다, 행복을 공부해야 합니다.

관련한 책은 많습니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펴냄, 2015),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사회평론 펴냄, 2005),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2014) 등이 이야기해 볼만한 책입니다. <사피엔스의 미래>(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모던아카이브, 2016)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⑪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김산해 지음, 휴머니스트, 2005) - 장은수

인류 최초의 서사문학이죠. 이 책을 굳이 지금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신은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모험을 끝낸 이에게 단 하나를 충고합니다. 행복하라고 합니다. 이 책은 '이 순간의 행복'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신은 인간에게서 불멸을 앗아갔습니다. 대신, 필멸의 기간 매일 축제를 벌이고, 춤추고, 마시고 즐기라고 합니다. 당신 손을 잡은 아이를 돌보고, 당신에게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목표라고 이야기합니다.

놀라운 일이지 않습니까. 사람은 최초의 문학에서부터 행복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지금 이 시기에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노력하지 말고, 더 허황한 꿈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제 우리는 촛불 이후 이 사회를 우리 손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연합뉴스

다른 이의 삶을 내 인생처럼 보듬을 때

-페미니즘과 약자를 향한 시선

⑫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2016) - 장은수

페미니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이야기될 것입니다. 지난해 페미니즘과 관련한 많은 책이 나왔고, 올해도 계속 신간이 나옵니다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특이한 소설입니다. 평범한 한국 여성의 일상을 그저 죽 나열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독자는 주인공 김지영 씨의 삶에 깊숙이 공감하게 됩니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삶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여성의 감성 체계,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적절히 보여 줍니다. 출간 초기에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으나, 꾸준한 입소문에 힘입어 긴 시간에 걸쳐 베스트셀러에 오른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30대 여성은 물론, 특히 남성에게 권할 만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다스릴 때

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바오 펴냄, 2009) - 이홍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왜 지금 저토록 극단적 행동을 이어갈까요. 저는 저 분들이 패닉 상태라고 봅니다. 저 극단적 지지 움직임은 신념에 따른 정치적 행동이 아닙니다. 저 분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조작한 부도덕한 자들에게 세뇌되어, 그 세계에 갇혀버렸습니다. 세계의 전부가 파괴되어버렸기에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종교 서적입니다. 이 책은 '정신적 독재자'로 규정한 칼뱅에 맞서 양심의 자유를 찾으려 몸부림친 카스텔리오의 삶을 정리해 폭력과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지, 이런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인간적 존엄을 지켜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결국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의 집합체입니다. 나의 세계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세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획일적 이데올로기를 숭앙하는 사회는 광신의 세상일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태극기를 든 많은 분이 광기가 지배하는 세계를 벗어나,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⑭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민음사 펴냄, 2016) - 장은수

누구에게나 인생의 빛나는 시점이 있습니다. 이 시기는 오롯이 내 힘으로 만들어냈기에 더 값집니다. 내 인생의 절정기에 타인의 몰락이나 성공은 내 몰락, 내 성공과 아무 관계없는 사건일 뿐입니다.

나의 내면에서 내 삶의 힘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타인에게서 끄집어낼 수 없습니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서 삶의 기쁨을 찾아낼 수 있다면 나는 나로서 설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박 전 대통령은 이런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기에 청와대에서 삼성동으로 쫓겨났습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보입니다.

<노인과 바다>는 사람이 삶의 순간에 직접 쟁취할 수 있는 기쁨, 내 삶에 가장 빛나는 기쁨의
찬연함을 노래한 책입니다. 노인이 청새치 한 마리를 온전히 잡아왔는가, 뼈다귀만 가져왔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다와 당당히 맞서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사투를 벌인 때야말로 노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가장 빛나는 가치였습니다. 자신이 아직 늙지 않았음을, 죽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죠. 타인의 삶을 위해 태극기를 드는 대신, 내 삶의 기쁨의 순간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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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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