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아닌 나이키 택한 중국, 진짜 속내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반한 감정', 중일 영토분쟁 때보다 심각

3월 15일은 세계 소비자의 날이다. 중국은 소비자의 날을 맞아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매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晚会)를 방영하고 있다. 그동안 완후이의 고발 대상 기업이 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었기에 한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올해 완후이의 고발 대상 기업이 우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한국기업들은 촉각을 곤두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완후이의 고발 대상 기업은 한국기업이 아니었다.(완후이가 한국기업 대신 타깃으로 잡은 업체는 미국 스포츠업체 '나이키'와 일본 생활용품업체 '무지(MUJI)'였다. 편집자.) 이에 한국 내 일각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미를 부여하였다. 반면 중국 내 일각에서는 한국기업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완후이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필자는 완후이의 고발 대상이 한국기업이 아님에 사드 보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와 연관 지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한국기업이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완후이를 의식했다고 보지 않는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완후이만 있는 것이 아니며 한국기업이 제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도 중국 정부가 꼬투리를 잡을라치면 충분히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15일(현지 시각)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영된 중국 공영방송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의 한 장면. 올해 완후이에서는 미국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가 중국에서 '에어'가 빠진 운동화를 판매했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화면은 나이키 신발 안쪽을 확인해보는 장면. ⓒCCTV 화면 갈무리

중국인 반한 감정 수위 조절이 필요

완후이에서 한국기업을 고발 대상으로 삼지 않은 이유는 현재 중국 내에서 비이성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롯데 불매 움직임과 반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중국 정부는 어떤 한 국가의 결정과 행위가 국익에 반한다고 여겨질 때마다 경제를 수단으로 삼아 보복을 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자국민을 선동하고 그들로 하여금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중일 간 영토분쟁이 있었던 2012년 9월로 거슬러 가보자. 당시 중국 유학중이었던 필자는 중국 내 반일 감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베이징의 BEA 東亞銀行(동아은행) 문 앞에는 '来自香港'(홍콩에서 온)이, 대학과 IT 기업 및 전자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베이징 중관촌의 한 회전 초밥집 문 앞에는 '来自台湾'(대만에서 온)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근처에 있는 일식집은 '日本料理'(일본요리)에서 '健康料理'(건강요리)로 메뉴판을 변경했다.

이는 모두 일본기업 혹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오해 받아 일부 중국인들의 공격을 받으며 일본기업이 아님을,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아님을 해명한 것이다. 심지어 필자는 일본인이 아님을 감사하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모순되게도 그는 한국과 일본 제품을 위조한 짝퉁을 판매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이런 험악한 분위기를 한국기업과 한국인이 느끼고 있다. 한국 브랜드라고 강조하던 요식업체들이 중국기업임을 주장하고 있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임대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중일 간 영토분쟁 때보다 심각한 모양새다. 중국 내부에서는 비이성적인 대처는 옳지 않으니 자중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자국민을 선동하던 정부와 관영 매체도 그 수위가 지나치다고 보았는지 이성적인 애국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만약 완후이에 고발 대상 기업으로 한국기업이 나왔다면 일부 중국인들은 더욱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들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완후이에서 한국기업을 다루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중국 정부가 수위 조절을 해야 할 정도로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그동안 쌓인 반한 감정이 사드 보복을 핑계로,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분출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역사로 얽힌 한중 관계

중국인의 반한 감정은 한중간 얽힌 역사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인을 비하할 때 까오리빵즈(高丽棒子)라는 비속어를 쓴다. 까오리는 고려이며 빵즈는 몽둥이라는 의미이다.

까오리빵즈라는 단어는 청나라 강희제때 왕일원(王一元)의 요좌견문록(遼左見聞錄)에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요좌견문록은 "조선에서 부녀가 음행을 저지르면 관기로 만드는데 관기가 자식을 낳으면 방자라고 했고, 이들은 그 나라 안에서 천한 일을 하는 자들로 일반 백성들이 이들을 멸시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조선보다는 고려라는 말이 익숙해 조선의 사절단 잡부를 칭할 때 까오리빵즈라는 단어를 썼고 후에 조선 사람을 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인을 폄하하는 뜻으로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과거 중국에 조공을 받치던 속국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인다. 자신들의 속국이었던 한국이 어느 날 중국보다 더 잘살게 되었으니 중국인으로서는 배가 아프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못사는 국가라고 무시하고,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 유학생들을 못사는 국가에서 왔다고 무시하니 반한 감정이 생겨났을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경제 대국이 되었는데도 한국의 드라마, 영화, K-POP, 한국 제품 등이 중국 전역으로 침투하여 한국의 존재를 뽐냈으니 이것 또한 싫어 반한 감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았던 한중 관계

이렇게 역사로 얽힌 반한 감정이 준비되지 않은 한중 관계로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 유커라는 특수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특수효과는 2012년 9월 발생한 중일 간 영토분쟁으로 중국 정부가 일본의 여행을 금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대거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얻은 것이다. 여기에 한류가 더해지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고 한국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중국인에 대한 이해,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중국 관광객이 대거 한국으로 유입됐고 이에 양국 국민 간 충돌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상처를 받으며 반한 감정은 짙어졌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논리에만 입각하여 대부분의 상권이 중국인 위주로 돌아가자 많은 한국인들이 불편을 호소했고, 이로 인해 한국 내 반중 감정도 깊어져 갔다. 준비되지 않았던 한중 관계가 경제적 이익이라는 특수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양국 간 국민들의 감정은 더욱 악화된 셈이다.

이렇게 쌓인 반한 감정이 일부 국민들의 지나친 비이성적인 행태로 표출되면서 한국 내 반중 감정도 촉발되고 있다. 정치, 경제, 민간에 이르기까지 한중 관계의 골이 깊어지려고 한다. 국민 간 갈등은 정부 간 갈등을 치유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중간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를 원치 않는다면 양국 정부 모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지금의 한중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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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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