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허리띠 졸라매자? 우리 경제가 일본 수준인가

[정욱식 칼럼] 장쩌민 시대부터 온 MD 반대, 中 설득 가능하다고?

사드 대란에 휩싸인 한국에서 때 아닌 '일본 모델'이 유행하고 있다. 상당수 국내 언론은 2010년과 2012년 센카쿠(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으로 중국의 보복을 당했던 일본이 이를 버텨내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고 보도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면한 한국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을 간과한 매우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한일 간의 경제력은 3배가량 차이가 난다. 또한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약 20%인 반면에 한국은 90%에 육박한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중국의 경제 제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중일 간의 영토 분쟁은 일본의 중국인 선장 체포 및 센카쿠/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와 중국의 강경 대응으로 야기되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양국은 현상 관리에 치중키로 함으로써 추가적인 상황 악화는 거의 없었다. 중일 갈등이 비교적 단기간에 끝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에 반해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장기간에 걸친 악순환'을 초래할 공산이 대단히 크다. 우선 사드를 "전략적 균형"이라는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문제로 간주해온 중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 있다. 중국의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MD) 반대는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장쩌민(江澤民) 시대부터 일관되고 강력하고 유지되어온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MD를 21세기 최대의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중국보다 최소 30배 이상 강력한 핵 전력을 보유한 미국이 중국의 핵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MD 능력을 강화할수록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총체적인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미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사드 배치 시 그 기지를 유사시 1차적인 타격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내에선 '중국위협론'이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는 한국이 미일 동맹에 더더욱 의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또한 한중관계의 추가적인 악재가 될 것이다. 현상 관리가 가능한 중일간의 영토분쟁과 달리 사드는 배치 이후에 현상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이는 곧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미일 동맹은 근본적으로 지역 동맹이고, 그 주된 대상은 중국이다. 이는 미일 동맹도 알고 중국도 안다. 반면 한미 동맹은 양자 동맹이고, 대북 억제가 존재 이유이다. 한미 동맹이 이러한 본연의 임무를 넘어 중국을 겨냥한 지역 동맹으로 확대되면, 중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과 대응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드는 바로 이 갈림길에 놓인 문제인 것이다.

세계 냉전 시대에 미국은 최전방 반공기지였던 한국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도 자기 코가 석자가 되었다. 한미 동맹은 강화하고 이를 한미일 동맹으로 확대시키려고 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은 따로 챙기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한미 FTA 개정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에서도 이러한 기류는 잘 발견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중하다. 사드 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한국은 경제적 피해는 그 피해대로 입으면서 안보 비용 지출은 더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헬조선'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영문도 제대로 모르는 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보수언론은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견디자고 한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운운하면서 사드 배치 이후의 세상은 괜찮아질 것처럼 속삭인다. 책임성을 상실한 기득권 세력과 대표성을 억압받는 국민 사이의 극명한 엇갈림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낯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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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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