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12일 오후 7시 40분께 사저 복귀 이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낸 메시지에서 "저를 믿고 성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수용·승복하는 취지의 말은 없었다. 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런 말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별도의 입장을 밝힐 계획은 없으며, 향후 검찰 수사 등과 관련해서는 자신들도 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 가운데 특히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말은, 헌재가 결정문을 통해 확정한 사실관계에 대해 자신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서는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 정도가 가장 온건한 말이었고, "진실이 밝혀질 것",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 등의 발언은 '사실상 불복'으로 풀이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가 나오면서, 그가 과거 국회에서 했던 연설이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2004년 10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이라고 했었다.
그는 당시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확인했을 때는 고칠 줄 알아야 한다. 계속 잘못을 반복해서 완전한 파탄으로 갈 것인가, 잘못을 인정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로 갈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관련 기사 : "盧대통령, 헌법에 대한 도발-체제 부정" / [연설 전문] 박근혜, 11년 전 "관치교육 철폐" 주장하더니)
정치권 "불복 충격적이고 유감", "끝까지 잘못 인정 않는 오만방자함에 소름" 맹비난
야당은 박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지지층에 대한 인사로, 국민에 대한 입장 표명은 아니었다"고 규정하며 "끝까지 자신의 국정 농단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과 헌법 질서의 명령에 순응하고 존중하기를 바라는 것이 그리도 과한 일인지 답답하다"고 윤 수석대변인은 한탄했다.
국민의당도 장진영 대변인 논평에서 "'진실은 밝혀진다' 운운하며 끝내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깊은 유감"이라며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사상 초유의 탄핵을 당해놓고도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불행이자 국가의 불행"이라고 탄식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겸 대선후보는 "청와대를 떠나며 국민들에 대한 사과 대신 일부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국민 투쟁 선언을 했다"며 "국민은 마지막 도리마저 저버린 박 전 대통령을 가장 고약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추혜선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과 김진태·민병욱·박대출·조원진 의원,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었던 손범규 변호사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은 이날 저녁 사저 앞에서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박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5백 명가량도 사저 앞에서 한국 국기나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며 그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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