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비상…보수, 재결집이냐 분열이냐

한국당 "탄핵 기각 당론 아냐" 선긋기…바른정당 "한국당 탄핵파 탈당하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예상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탄핵 반대 목소리가 분출했던 자유한국당과 국회 탄핵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른정당이 제각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다른 목소리를 냈던 두 정당은 탄핵 인용 결정 후 각 당에 불어닥칠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며 대비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일부터 무기한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지도부는 비상 소집시 신속히 국회에 모일 수 있도록 지역구 활동 자체를 요청는 공문을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다.

지도부는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하자'는 친박 강경파 의원들의 주장과 선을 그으며 탄핵 인용 후를 긴장감 속에 내다보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재에 모든 결정을 맡기고 헌법 질서 유지와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특정한 결론을 못박고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을 각하 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압박을 당 차원에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정치인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 소신과 자유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찾는 것이 우선시돼선 안 된다"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당내 의원들을 견제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헌재의 탄핵 소추안 선고 후 대선 일정이 곧바로 확정되는 만큼, 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 중 비교적 높은 지지가 예상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도 있다.

친박계에는 '양아치'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엔 "자기 보스가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홍 지사를 통해 보수 세력 재결집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홍 지사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초상집에서 상주를 하기 위해 출마할 생각은 없다"며 보수 토합 후보로서 대선 완주를 전제하고 출마할 것임을 시사했다.

홍 지사는 또 "박근혜 대통령하고 한 20여년 정치를 같이 해봤는데 위법하거나 위헌적인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며 "좀 무능하다. 단지 최순실 같은 허접한 사람한테 이용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측 주장과 유사한 발언으로, 이는 친박 정치권과는 선을 긋되 박 대통령 지지자는 흡수하려는 전략이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결국 대선 국면에 가면 (보수가) 대동단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회가 오면 내가 (대동단결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말도 했었다.

그러나 홍 지사를 제외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들 상당수와 조원진·김진태 등 일부 의원들은 그간 태극기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거나 탄핵 반대 주장을 해온 터라, 헌재 결정 이후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승복 여부를 두고 한동안은 엇갈린 입장이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이인제 최고위원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도 탄핵에는 반대하는 논리적으로는 모순된 행보를 계속해 왔다.

이런 그들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의원, 당원 및 일부 보수 세력들의 요구와 지지를 받아 불복 운동의 선봉장이 되어 대선 공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 측이 직접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불복 운동을 키우는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보수 분열 양상은 더 커질 수밖에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구애 중인 황교안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대선후보로 나서면 '도로 박근혜당' 논란은 피해갈 길이 없다.

이미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주도한 탄핵 반대 성명서에는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 총 105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추가 서명을 받아 8일쯤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다.

구 새누리당과 갈라선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이번 주를 탄핵 비상 주간으로 선포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내일부터 매일 아침 9시 비상 의총을 개최해 비상 국면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앞서 국회에서의 탄핵 투표 국면에서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점을 부각하고 동시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세의 날도 세우면서 재도약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친박·친문 양비론을 통해 중간 지대에서 존재감을 재구축하려는 시도다.

정 대표는 이날 "탄핵을 주도한 정당으로서 전 당원이 비상한 각오로 임해 국민께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 전 대표가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호소하는 것이야말로 위선이고 적폐"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낮은 지지율과 자유한국당 및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신자' 비판을 넘어서지 못 하면 탄핵 이후 오히려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더 큰 침체를 맞닥드릴 수 있다는 당내 초조함도 감지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른정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탈당설이 거론되는 김종인 의원 등과 연대를 모색해 존재감 키우기에 나서는 한편, 자유한국당 내 탄핵 찬성파 의원들의 추가 탈당도 독려하고 있다.

김성태 사무총장은 이날 "탄핵안에 찬성했던 30여 명의 침묵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촉구한다"며 "당내 친박 수구 세력과 결별하고 정의의 편에서 바른 정치를 우리와 함께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 친박계 등이 탄핵 반대 당론 채택을 시도하며 성명서를 돌리는 일에 대해 "망나니짓"이라고 비판하며 "한국당에 남아 계신 양심적 동료 의원과 당원들에게 호소한다. 바른정당과 함께 보수 재건의 길에 나서주실 것을 충심으로 당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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