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롯데 간 부지 교환이 완료되면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와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는 28일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부작위) 점이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이다.
이들은 "국방부 장관은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에 따라 사드 배치 사업계획을 공고하고 토지 소유자 및 이해 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있다"며 "또한 사드 배치 사업과 같은 국방·군사시설 사업의 경우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러한 의무가 있음에도 국방부 장관은 아무런 조치도 위하지 않았다. 의무를 방기한 셈"이라면서 사드 배치가 법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후 환경영향 평가 등의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하주희 변호사는 국방부가 이미 스스로 적법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지난 16일 국방부 시설계획과가 "사드 체계 배치는 한국 정부가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 아니라, 한 측이 미 측에 군용지를 SOFA에 따라 공여한 이후 미측 예산으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방군사시설사업법'을 적용하지 않으며 사업계획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국방부 환경팀 역시 '국내법상의 환경영향평가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사전에 말했다"면서 "국방부가 이미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후에' 법대로 할 것처럼 해명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드,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
지난해 3월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인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협약 약정을 체결한 이후 본격화된 사드 배치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김천 주민들과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사드 배치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과 편법, 거짓과 꼼수로 점철되어 있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우선 국방부가 28일 롯데와 부지 교환을 종료한 직후 성주 골프장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부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성주 골프장에는 법에서 규정한 군사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곳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가 없다는 논리다.
국방부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을 근거로 성주 골프장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 철조망 설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해당 법 제2조를 보면 "'군사시설'이란 전투진지, 군사목적을 위한 장애물, 폭발물 관련 시설, 사격장, 훈련장, 군용전기통신설비, 그 밖에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供用)되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방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한민구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당국자들은 성주 주민 등에게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받겠다고 공언했다"며 "뿐만 아니라 만약 사드 배치 부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반드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수행 기간이 짧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택했다. 이를 두고 이들은 "사업계획 자체의 적정성, 입지 타당성을 따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아예 생략됐고, 이를 생략할 경우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야함에도 관련 법규정은 무시됐다"고 꼬집었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간 정식 합의문이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 간에 서명한 문서라고는 한미 소장급이 서명하고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한 '한미 공동 실무단 운용결과 보고서'뿐"이라며 "이는 국가 간 법적 권리와 의무를 창출하는 조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치적 합의에 머무르는 기관 간 약정조차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드 배치 강행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나라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을 일개 소장급이 서명한 보고서를 근거로 추진한다는 것은 주권국가의 위신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 부지 확정 과정에서의 '꼼수'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은 "사드 배치는 우리가 주한미군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여기에 미국의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과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를 수용하고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때문에 롯데 역시 '토지보상법'에 따른 현금 보상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국유재산법'에 근거한 교환 방식을 고집하여 이를 관철시켰다"며 "이는 현금 매입의 경우 거쳐야 하는 국회의 동의를 피해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편법이자 주민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박탈한 꼼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이처럼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신속히 해치우기 위해 법 절차를 무시하고, 주민의견 수렴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국방부가 사드 배치 강행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과 단교? 중국, 사드 배치 맹비난
한편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한국과 국교를 끊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8일 칼럼을 통해 "중국이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실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한국의 사드 배치 동의는 스스로를 한반도의 화약통으로 만든 것과 같다"면서 "한반도의 긴장된 정세를 심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사드 배치하면 한중, 준(准)단교 가능성 배제 못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정말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관계는 단교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향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정치‧군사적 수단으로 압박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한국이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영자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롯데와 한류 등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롯데를 중국에서 축출해야 한다면서 한류를 수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롯데나 한류, 한국산 제품의 수입 금지는 "양쪽 모두에게 손해"가 나지만 "국제정치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며 "중국 시장 없이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들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지켜보자"는 다소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냈다.
앞서 27일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모든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며 "중국 측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28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이같은 반응이 "한중관계 발전이 역사적 대세라는 양국간 공동 인식에 비추어서도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조 대변인은 경제 보복 등 "중국 측 조치들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대책을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조치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 대변인은 "중국 측 조치들이 관련 국제 규범에 저촉, 위배되는지 등의 사항을 포함해 법적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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