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방부는 "오늘 성주 C.C(성주골프장, 롯데 소유) 측으로부터 이사회 개최 결과, 사드 배치 부지 교환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국방부와 성주C.C 측은 빠르면 내일쯤 교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주골프장을 소유한 롯데상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1월 초 국방부와 부지 교환을 마무리하려던 롯데는 중국 측의 반발과 배임 우려, 내부 반발 등으로 인해 결정 시기를 설 연휴 이후로 미룬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결국 이사회를 통해 성주골프장과 국유지 교환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처리하면서 향후 사드 배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방부와 롯데 간 토지 교환이 마무리되면 성주 골프장의 사드 배치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이 지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후 SOFA(주한미군 주둔협정) 규정에 따라 성주 골프장을 미국 측에 공여하고, 기본 설계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뒤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선 전에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오는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5월 안으로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 기간 안에 사드 배치가 완료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에 대해 이날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부지공여 절차가 진행이 되고, 그 과정에서 한미간의 협의도 진행돼야 한다. 그 시간이 물리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올해 중에 배치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부지를 미국에 공여하면 한국 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변인은 "부지를 공여하면서 기반시설에 관련된 부분은 한국에서 제공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미 기반 시설이 상당 부분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롯데에 '보복' 본격화?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이 롯데에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11월 자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모든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진행하면서 롯데 측을 압박한 바 있다.
중국과 롯데 모두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조치가 사드 배치와 관련이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중국의 세무조사가 있기 전인 그해 11월 16일, 국방부는 롯데 측과 "국유재산법에 따라 성주 골프장과 남양주 부지를 교환하기 위해 양쪽 교환 대상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중국의 조치가 사드에 대한 보복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또 지난해 12월 중국은 선양에(瀋阳) 건설 중인 '롯데타운 프로젝트' 사업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총 16만㎡의 부지에 쇼핑몰과 호텔, 테마파크, 주거 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3조 원 상당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백화점과 영화관 등은 영업 중이고, 테마파크와 주거 단지는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 중이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공사 중단과 사드는 관계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 사안이 문제가 됐던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다만 중국에서 기업들이 경영할 때는 합법적으로 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 측 역시 선양 지역이 12월~3월에는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공사를 하기 어렵다면서, 3월 이후에 공사를 재개한다고 해도 2018년 완공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이 공식적으로는 자사의 중국 내 사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 측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환구시보>는 사평을 통해 "중국 정부는 이미 롯데에게 사드 부지 양도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면서 "중국은 중국 인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기업을 지지할 수 없다"고 여론전에 나섰다. 신문은 "(롯데가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전과 함께 향후 중국은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소방점검 등의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3월 15일 중국의 '소비자의 날'에 방영되는 소비자 고발 방송 프로그램에 롯데와 관련된 제품들이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롯데는 중국에서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사업에서 150개 정도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선양과 함께 중국 청두(成都)에도 복합 상업단지인 '롯데월드 청두'를 건설 중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의 경우 2016년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에 이른다.
한편 이날 서울 대치동 롯데상사 건물 앞에서 사드 부지 제공 거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성주‧김천 주민 대책위원회 및 원불교 대책위원회와 사드저지전국행동 등 참석자들은 이사회 결정 이후 "부지 제공을 결정한 롯데를 규탄하며 배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랜 기간 영업 이익을 내고 있던 성주 골프장을 개발 계획도 없던 남양주의 군부대 부지와 바꾸는 것이 기업의 이익에 부합할 리 만무하다"면서 "'국유재산법'에 따른 재산 교환에서는 토지 외에 건물, 영업 손실, 근로자 임금 손실 등의 항목이 제대로 평가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롯데의 결정이 '또 다른 뇌물'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롯데 성주 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최종 발표된 것, 롯데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 뇌물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롯데의 배임 등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에 사드 배치를 못박으려는 국방부의 일방 독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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