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유총연맹 간부, 탈북자 정보 불법 이용해 "새누리 찍어라"

탈북자 정보 유출 혐의 등 검찰 수사 중...당사자들 "그런 일 없다" 부인

탈북자 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돼 새누리당 선거에 활용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보수단체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인사가 19대 총선 당시 탈북자 명단을 불법적으로 수집, 새누리당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 선거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현재 검찰이 수사중에 있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탈북자 선거 동원설'의 실체가 일부 확인된 셈이다. 자유총연맹이 연루된 것도 부적절하다. 자유총연맹은 국고 지원을 받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단체다.


<프레시안>의 취재 결과 19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12년 4월 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 소속 청년회장 이모 씨는 탈북자 김모 씨에게 불법 선거 운동을 요청했다. 김 씨에게 탈북자 명단을 주며, 당시 안산 단원구갑 기호 1번 후보였던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을 찍으라는 전화를 돌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해당 명부는 A4 네 장 분량으로, 안산시 단원구 선부 1동 일대 거주 탈북자 116명의 이름과 아파트 호수, 연락처가 적혀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안산시 단원구 선부 1동 일대 거주 탈북자 116명 명부. ⓒ프레시안(서어리)

김 씨는 이 씨로부터 전화 선거 운동 요청을 받은 뒤, 안산 단원구 선부동 세이브시티건물에 차려진 김명연 후보 캠프 사무실에 직접 가서 15일간 탈북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김 씨는 당시 선거 전화를 하는 대가로 15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도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135조에 따르면, 선거 운동에 대한 대가 지급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선거사무관계자에게만 가능하다. 신고되지 않은 선거 사무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선거 운동에 대한 대가를 약속·지시·권유·알선·요구 또는 수령할 수 없다. 김 씨는 공식 선거원이 아님에도 캠프 사무실에 출근했고, 탈북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같은 사실은 탈북자 A씨의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당시 안산 선부동에 살았던 탈북자 A 씨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같은 탈북자인) 김 씨로부터 '김명연이를 찍어야 한다'는 전화를 한두 번 받고 김명연 후보를 찍었다는 (탈북자) 동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전화를 직접 받은 탈북자 B 씨도 프레시안에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B 씨 등의 제보를 바탕으로 A 씨는 지난해 9월 자유총연맹 청년회장 이 씨, 그리고 명부 수집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 이모 사무총장을 고발했다.

이 씨로부터 '선거 운동' 부탁을 받은 김 씨 역시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들을 시인했고,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탈북자 명단은 통상 각 지역 관할 경찰서 보안과에서 관리한다. 안산 단원경찰서 정보보안과 관계자는 "탈북자 정보는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특정 단체에서 명단을 달라는 요청이 와도 주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자유총연맹에서 탈북자 명부를 수집했고, 또 이를 다른 용도로 썼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 씨가 어떤 경로로 이 명부를 갖게 됐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자유총연맹 청년회장을 지내는 동안 탈북자 지원 업무를 하며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탈북자 정착 사업을 했다. 하나원에서 출소한 탈북자들의 신병을 인도한 뒤 전입 신고, 주민등록증 발급, 휴대전화 개통 등 정착 과정을 돕는 것으로, 이 씨가 회장을 맡은 청년회에서 주로 담당했다. 실제 그 무렵 안산에 정착한 탈북자 상당수는 이 씨로부터 정착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우병우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천막 농성장 철거를 시도한 보수단체 회원들. ⓒ프레시안(서어리)

"보수단체, 법에 무지한 탈북자 등쳐먹는 사기 집단"

A 씨는 "자유총연맹이 제 본분이었던 탈북자 보호에 앞장서기는커녕 개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연락처를 선거 운동에 활용한 것은 직무 유기"라며 "각 지역마다 지회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분명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을 것"이라며 자유총연맹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촉구했다.

탈북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 전화를 돌린 김 씨, 그리고 이를 고발한 A 씨는 모두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가 이와 같은 식으로 탈북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김 씨는 15일간 전화 선거 운동을 했지만 결국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후보 측에서 나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 했다. "자유총연맹이 개인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둔감하고 법 제도 등에 약한 탈북자들을 악용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관련기사 : "국정원만 믿었는데…웬 날벼락")

김 씨가 애초 선거 운동을 수락한 것도 탈북자의 불안정한 신분 탓이 컸다고 했다. 탈북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항상 '간첩'으로 의심받는 상황 등을 이용해 '보수 정당'이나 '보수 단체'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압박이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 씨가 하나원에서 나왔을 당시 그를 마중한 건 자유총연맹 소속 이 씨였다. 남한 땅에 아무런 연이 없던 김 씨는 남한 생활에 관한 한 이 씨와 자유총연맹에 의지했다. 특히 이 씨의 경우 직업 알선, 생필품 구비 등 탈북자 정착 지원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씨는 이 씨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김 씨는 "이용당했다"며 이 씨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A 씨는 "데모나 선거 운동에 동원하는 등 탈북자를 등쳐먹는 사기 집단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며 보수단체의 탈북자 악용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총연맹-김명연 "잘 모르는 일" 의혹 일체 부인

현재 검찰은 탈북자 명부 등을 증거로 넘겨받아 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 전 청년회장 이 씨, 사무총장 이 씨 등 두 사람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2항에 따르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 청년회장 이 씨는 <프레시안>에 "모르는 일"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처음 들은 내용"이라고 했다. 역시 고발 대상인 안산시지회 이 사무총장도 "우리는 그런 명부를 수집하지도 않았고 갖고 있을 필요도 없다"며 "탈북자 관련 행사를 할 때에도 우리가 직접 연락하는 게 아니라 경찰서 보안계에 협조 공문을 보내 연락을 취한다"며 명부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선거철이 되면 회장과 사무국장인 저는 선거 중립을 지킨다는 각서까지 쓴다"며 "이런 의혹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명연 의원도 불법 선거 운동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김 의원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제가 선거를 몇 번을 치렀는데, 이런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공소 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므로, 김 의원은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앞서 김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탈북자들을 동원해 지지를 호소하고, 쌀과 휴지 등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뒤늦게 '탈북자 동원'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당시 부실 수사가 진행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검찰은 유독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에 대해서 무더기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 형평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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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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