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상 공개했던 정부, 이번엔 '모르쇠'

탈북 인원·근무 장소 등 구체적 사실 "확인해줄 수 없다"

지난 4월에 이어 최근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이 또다시 탈북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24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의 이탈 보도는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들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확인해 주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3일 인터넷 신문 <뉴포커스>는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또다시 여 종업원 집단 탈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종업원 수는 3명이며, 현재 중국 공안의 묵인하에 제3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4.13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탈북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먼저 나서서 관련 사항을 상세하게 공개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태도다.

지난 4월 8일 정부는 "북한 해외식당에 파견해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집단 귀순했다"면서 "이들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으로,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때와는 달리 이번 탈북자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13명 탈북 공개 당시 정부는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탈북했다는 것은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인원도 적고 첫 사례도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지금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탈북자 상황과 관련, 그동안 정부는 언론에 비보도를 전제로 설명해왔다.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가 드러나고 신원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례적으로 지난 4월 8일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의 TV와 드라마를 보면서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느꼈고, 이들의 탈북이 곧 대북제재에 일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탈북 동기'와 그에 대한 '평가'까지 언급했다.

그랬던 정부가 이번엔 탈북 인원조차 확인해주지 않아 정부 스스로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사실 공개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

한편 이번 여종업원 탈출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상하이가 아닌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근무하던 종업원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 "탈출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은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상하이의 식당이 아니라 산시성 시안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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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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