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사는 닭과 돼지, '그사세'는?

[함께 사는 길] '인간 동물'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그 많은 고기는, 달걀은, 그리고 우유와 치즈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들의 모습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식품 뒤에 가려진 농장동물의 존재는 어렴풋이 짐작되나 진실을 마주하기는 두렵다. 내가 취한 축산물이 부디 큰 고통 없이 나의 식탁에 있는 것이기를 바라며 의문은 여기까지만….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나는 어차피 알려야 알 수가 없다.

축산품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오늘날 닭·오리·돼지·소 등 농장에 사는 동물들을 직접 만나기란 쉽지 않다. 왜일까? 그들은 '농장' 아닌 '공장'에 꼭꼭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어떻게 동물이 사냐고? 산다. 아니, 삶 당하고 있다. 그들의 신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용 가치가 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그들의 몸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삶'을 잉태하는 생체 기계이기도 하다.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본성을 억눌린 채 좁은 곳에 빽빽하게 감금돼 있다. 조류독감(AI)과 같은 가축전염병 살처분 속에서 우리는 그들이 아플 수 있는 자유마저도 박탈당했음을 목도한다.

▲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란계는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카라

공장식 축산 조장한 정부

공산품을 대량생산으로 찍어내듯 농장동물들은 축산물 생산을 위해 대량사육 및 대량도축 되고 있다. 마치 물건처럼. 기계로 물건을 찍어내듯 생명을 착취한다는 것은 오늘날 축산의 현실을 볼 때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은 대한민국 축산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육류와 달걀·유제품 등 축산물 소비의 증가와 더불어 시장개방을 앞두고, 정부가 공장식 축산을 정책적으로 조장한 결과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이른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축산의 규모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소농의 자립 기반은 흔들렸고 축산의 거대한 산업화 속에 동물복지 개념은 없었다. 적어도 조류독감(AI)과 같은 인수공통 가축전염병이 인간을 역습해 오기 전까지는.

이와 관련 정부는 한 축종을 대량으로 키우는 전업 농가에 자동화 설비를 위한 예산을 지원했다. 한편, 한 경영주체가 종축·사료·도축·가공·판매 등 전 단계에 걸쳐 통합 운영하는 '계열화'를 바람직한 형태로 보고 예산을 배정했다. 농가들은 대량으로 동물을 키워야만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었고, 축산 자본은 몇 개의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현대화와 기계화의 획일적인 축산 로드맵 속에 소농은 대안이라기보다 체제에 편입시키기 어려운(?) 귀찮은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수천 마리를 사육하는 돼지 농가, 수만 마리를 사육하는 닭 농가를 오늘날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량생산 지향 속에 농장동물들은 더 빨리 살찌워지고 더 일찍 도축되고 있다. 수요가 있는 만큼 생명도 그에 맞춰 더 많고 빠르게 공급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도축되거나 살처분되거나

닭의 자연수명은 20~30년이지만,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는 육계는 태어난 지 35일 만에 도축된다. 달걀을 얻기 위한 닭, 산란계는 매일매일 달걀을 낳다가 1년 4개월 정도가 되면 생산성이 떨어져 도축된다. 돼지의 자연수명은 15~20년 가까이 된다. 하지만 고기를 위한 수퇘지는 어릴 때 거세당하고 꼬리를 잘리며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번식용 암퇘지의 경우 태어난 지 7개월이 되면 임신을 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 좌우로 몸도 돌릴 수 없는 '스톨(stall)'에 갇혀 인공수정과 출산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다 생후 3~4년이 지나 번식력이 퇴화되었을 무렵 도축된다. '스톨'이란 어미돼지를 가둬두는 폭 60센티미터, 길이 200센티미터의 쇠로 된 감금틀로 유럽연합(EU)은 동물복지 저해를 이유로 2013년부터 스톨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소는 30~40년을 살지만 고기용 소는 실제 2~3년, 젖소는 5~6년 연령이면 도축된다. 비록 보이지 않지만, 한국에는 무려 1억 5641만 352마리의 닭, 753만 9388마리의 오리, 19만 286마리의 돼지, 318만 9951마리의 소가 함께 살고 있다(2014년 기준). 그러나 '인간 동물'에게 착취당하고 있는 이 숱한 '비인간 동물'의 처지는 이 세상에서 반 지옥과 다름없다.

더욱 참담한 것은 그들의 삶이 생명으로서 존엄하게 대우 받지 못하는 것에 더해 그들의 죽음마저도 존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명체로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지사.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그들이 태어나서 살게 되는 공장뿐만 아니라, 그들이 죽임 당하는 도축장으로 이어진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살 방법은 일반 도축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동료가 전염병에 걸리거나 하면 나 역시 질병에 걸린 개체가 되고 치료 받기는커녕 생매장 살처분 되고 만다.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AI)에 대해 정부는 방역의 효과마저도 담보하지 못한 채 살처분에 의존해 왔다. 이번 H5N6 AI로 인해 한국에서 무려 4000만 마리에 달하는 가금류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제일 피해가 컸던 건 산란계 농장이었다. 3분의 1의 닭이 이번 조류독감(AI)으로 희생되었다. 그럼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공장식 축산의 현실은 이렇다.

ⓒ연합뉴스

달걀의 숨겨진 비밀

산란계 농장에서 병아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입식된다. 알에서 갓 부화한 병아리는 중추가 될 때까지 별도의 농장에서 자란다. 알을 낳기 위한 산란계 품종인데, 수컷이라면 곤란하다. 이외의 용도로는 경제성이 없기에 수평아리는 폐기처분된다. 태어나자마자 죽임 당하는 것이다.

암컷 병아리의 경우라면, 고통스러운 삶이 이제 막 시작되는 찰나다. 병아리는 사람에게 부리를 잘린다. '카니발리즘(cannibalism)'을 소위 '예방'한다는 목적에서다. 카니발리즘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동료를 공격하는 이상행동이다. 그런데 이상행동을 유발하는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대신 동물들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다. 부리 잘리는 아픔은 사람에겐 손가락을 잘리는 아픔에 비등하다고 알려져 있다.

중추가 된 병아리들은 산란계 농장으로 옮겨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란계 농장은 산란계 공장이라고 해야 옳다. 외관상 풀잎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영락없는 공장 형태를 두고 어떤 이는 거대한 창고로 착각할 정도다. 이 공장에 들어서면 먼지로 인해 시야가 뿌옇고 탁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리고 소리, 너무 많은 동물들이 실내에 모여서 들리는 소리 때문에 넋을 놓게 된다. 그 소리는 자연의 소리라기보다 '나를 어서 구해달라'고 지르는 비명 같다. 건물 후면에 큰 펜이 가동되는 소리 등 여러 기계음과 엉켜 시끄럽고 불안하다. 무엇보다 닭들이 칸칸이 갇혀 있고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칸을 '케이지(cage)'라 부른다.

국내 산란계 사육방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케이지 사육이다. 철창 케이지 한 칸의 크기는 가로 50센티미터, 세로 50센터미터. 이러한 케이지들이 종횡으로 연결돼 6~8층까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러한 사육형태를 '배터리 케이지'라고 한다. 이 좁은 케이지 한 칸당 5~6마리나 되는 닭들이 들어가 있다.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환산하면 416제곱센티미터. A4용지 크기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입식된 중추들은 이제 이 공장에서 매일매일 알을 낳아야 한다. 날개 한번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곳에서 몸이 병든다 해도 알은 낳아야 한다. 그것이 닭들이 산란계 공장에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은 달걀 생산을 위하여 마치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작동되는 것처럼 보인다.

탁한 공기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답답한 환경에서 주어진 평생을 보내야 하는 닭들은 만성 스트레스 속에 시름시름 앓기도 하고 한 케이지에 있는 다른 동료를 공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부리는 하나같이 잘려있다.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몸은 약의 힘으로 간신히 유지된다. 이것이 항생제다.

항생제는 공장식 축산에서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스트레스로 찌든 이 연약한 개체들은 항생제 없이는 어떤 바이러스나 세균에도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주로 사료에 섞여 공급된다.

▲ 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사육 환경을 조성한 복지농장. ⓒ카라

▲ 돼지가 계류식에 갇혀 사육당하고 있다. ⓒ카라

반복되는 조류독감, 교훈은?


닭들에게도 본래 자연적으로 물려받은 습성이라는 것이 있다. 배터리 케이지 어디에도 이러한 습성이 존중될 여지는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자연 속의 암탉은 평상시 모래목욕을 즐기며 깃털을 고른다. 그런데 철창 케이지 속에는 모래목욕은커녕 날개를 한번 펼칠 공간도 없다. 케이지 속의 닭들은 모래가 없는데도 연신 목욕하는 행위를 반복 재연한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암탉은 본디 알을 낳을 때 어둡고 아늑한 곳에 몸을 숨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자연 속에서 이러한 자리를 발견한 암탉은 늘 반복하여 같은 자리에 알을 낳곤 한다. 그러나 케이지 속 닭들은 동료들과 몸을 부대끼며 알을 낳아야 한다.

극도의 동물학대인 강제 환우 문제도 있다. '환우(換羽)'란 털갈이를 뜻하는데, 강제 환우란 물과 사료를 주지 않는 등 닭들에게 강제로 털갈이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산란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닭들은 극심한 고통의 순간을 까닭 없이 견뎌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산란율이 떨어졌다고 생각될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 모든 것은 닭은 자연적 습성과는 무관하다.

국내 산란계 사육환경은 대부분 배터리 케이지이지만, 소수의 평사사육, 극소수의 방목사육이 존재한다. '평사(平舍)'란, 실내 바닥 사육을 의미하는데 축사 바닥에 닭들을 키운다. 최소한 케이지는 쓰지 않는 것이다. 한편 방목사육 농장의 수는 국내에 많지 않다.

배터리 케이지 안에서 닭들은 면역력 저하로 체질상 약해져 있었고 조류독감(AI) 바이러스는 약한 동료들이 밀집한 사육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해 갔다.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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