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목마' 사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

[프레시안 books] <사드의 모든 것>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제) 논란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커지기만 하는 모양새다. 성주군민은 200일 넘게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최순실이 사드 문제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강력하게 반발하던 중국은 본격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 그 피해는 빠른 속도로 가시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드에 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을까.

<사드의 모든 것>(정욱식 지음, 유리창 펴냄)은 제목처럼 한국을 집어삼킨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 사드에 관한 A부터 Z를 다룬 신간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그간 <프레시안>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쓴 글을 종합해 사드의 개념부터 그에 파생되는 논란, 나아가 사드의 실효성 등 사드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압축했다.

얼핏 불리해 보이는 현실에 눈감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은 북핵 위협론은 과장됐다는 식의 논리를 펴지 않는다. 북핵이 서울 상공에서 터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두고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가 작성한 핵 시나리오 자료를 근거로 독자에게 미리 제시한다. 이 이야기는 뒤이어 본격화할 사드 이야기의 백신 작용을 한다. 책의 논지는 '그럼에도 사드가 오히려 북핵 문제를 키운다' '사드가 우리의 평화를 깨뜨린다' '사드는 억지력을 갖추지 못했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은 사드 문제의 근원을 미국이 오랜 시간 추진한 미사일방어체제(MD)에서부터 짚어 나간다. 책은 공화당 주도 하에 구체화한 MD 계획은 애초 북한을 적국으로 가상한 프로젝트였음을 강조한다. 1998년 도널드 럼스펠드 주도하에 완성된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 평가위원회’의 보고서는 북한이 5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하리라고 전망했다. 보고서가 나온지 20년이 가깝지만 아직 북한은 ICBM을 개발하지 못했다.

▲ <사드의 모든 것>(정욱식 지음, 유리창 펴냄) ⓒ유리창
이와 같은 북한 위협론은 미국의 MD 체제 강화를 부추겼다. 애초 MD는 강력한 레이더 시스템, 패트리어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등과 함께 중거리미사일을 상대하는 사드 배치를 총괄하는 개념이다.

지금 사드 문제의 근원이 MD임을 명확히 하고 현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즉 사드 논란의 핵심은 애초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한다'가 아니라 '미국의 지구적 방어 체제'이며 이 체제에 한국이 자동적으로 편입되는 결과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중-러 vs 한-미-일의 신냉전 체제를 동아시아에 뿌리내리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

사드가 국가 방위에 무용지물이라는 점도 책은 찬찬히 설명해 나간다. 수도권과 부산권을 노리는 미사일을 사드가 요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오히려 사드는 북한의 핵무장을 부추겨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되리라는 이유다.

한반도 문제를 넘어선 후에야 책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문제를 당장 일으키는 대 중국 문제로 넘어간다. 중국이 이처럼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를 풀어내고, 사드 배치 철회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책은 분명히 주장한다.

이 주장 전부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도 존재할 것이다. 허나 사드 문제를 근본부터 짚어나가는 건 비단 정책 결정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필요한 순간이다. 미사일 포대 배치 문제로 성주의 농민부터 명동의 상인까지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근원을 짚어나가며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데 이 책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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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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