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경력에 여자 문제까지 끄집어내 인신 공격
오후 10시. 고 전 이사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 신문과 검찰 측 재신문이 끝날 즈음, 최 씨가 마이크를 입 가까이에 댔다. 최 씨는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부터 마이크를 만지작거리고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 씨가 처음 꺼낸 얘기는 고 전 이사의 '신용 불량' 전적이었다.
최 씨는 줄곧 자신을 고 전 이사로부터 협박을 받은 피해자라고 강조해왔다. 애초 이번 사태도 돈이 궁했던 고 전 이사가 자신에게서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신사동 의상실에 CCTV를 설치했던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날 "고영태가 1억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 전 이사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는지를 입증하고자 했다. 기자에게 CCTV 영상을 준 대가를 받았는지도 캐물었다. 고 전 이사는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기자에게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최 씨는 이에 고 전 이사의 신용 불량, 전과 사실 등을 들먹였다.
최순실 : 신용 불량 부분, 그건 이경재 변호사님 사무장님과 직접 연결해서 고영태 씨를 소개해서 고영태 씨가 가서 해결한 건 알고 있죠? 이거 금세 나올 건데요. 고영태 씨 국민은행 계좌 보면 알 건데, 여자랑 두 명이서 신용 불량자라서 카드 못 쓰고 통장 거래가 안 됐잖아요. 그래서 제가 소개해서 한 거는 분명한 사실일 텐데요.
고영태 :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용 불량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최순실 : 그걸 왜 몰라요. 분명한 사실인데. 포스코에 '고민우'라고 명함 파서 갔고, 개명할 당시 법률사무소에 갔는데 전과 사실이 나와서, 마약 전과가 나와서 못 했었잖아요. 그건 사실이잖아요.
고영태 : 그건 사실이 전혀 아닙니다.
앞서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도 같은 내용을 질문했다. 고 전 이사는 "신용 불량자가 아니었다"며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질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또 "JTBC에 자료를 넘기기 전까지 최서원(최순실)에게 받은 돈이 제법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고 전 이사는 "전혀 상관없는 걸 가지고 증거도 없으면서 아무거나 가져다 붙여서 신성한 법정에서 장난을 친다"며 언성을 높였다.
재판부는 "부적절한 내용들이 있다. 개인 정보라든지 명예 훼손 부분은 생략해주기 바란다. 다른 방법으로도 신빙성 탄핵은 가능하다"며 최 씨 측의 인신공격성 질문을 제지했다. 그러나 최 씨 측의 비방은 끝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고 전 이사가 최 씨가 보증금을 대준 월세방에 살았다면서, "(최순실이) 보증금도 환수할 겸 증인의 집에 갔는데 그 방안에 어떤 젊은 여자가 피고인 딸인 유라의 애완견을 안고 있는 것을 봤다"며 여성 문제도 거론했다. 고 전 이사는 거듭 "지금 하는 이야기는 본 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심지어는 20년 연상인 피고인에게 막말을 하며 '돌머리를 왜 들고 다니냐'며 모멸감을 준 적도 있다"고도 했다. 이에 고 씨는 "피고인이 저에게 했고, 저희 모든 직원에게 심한 말을 해서 조성민 대표는 그런 모멸감 때문에 그만둔 걸로 안다. 가족 욕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고영태 "역겹다고? 박근혜 변호인단, 한심"
고 전 이사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자신과 최 씨의 불륜 관계 때문'이라는 탄핵심판 피청구인 대리인 측의 주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검찰 측이 준비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고 전 이사는 길게 탄식했다.
"그거에 대해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도 않았습니다. 신성한 헌재에서 역겹다, 또 뭐...(침묵) 인격적인 모독을 하고 과연 그게 대통령, 국가 원수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참 한심할 따름입니다."
최순실 "억울...모든 사람이 공범"
최 씨는 이날 제일 억울한 점에 대해 "모든 걸 제가 해서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식으로 보도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이드러너(시각장애인 지원 프로그램)나 누슬리, 펜싱 장애인팀 사업은 고 씨 전라남도 선배가 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본인이 나서다가, 문제 생기니까 더블루K와 안 하고 직접 하는 걸로 해결한 것 아니냐"며 "모든 사람이 공범"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도리어 고 전 이사가 자신의 측근을 재단 내에 심은 후 자신을 이용해 재단을 장악할 속셈이었다고 했다. "(김성현) 사무부총장이 K스포츠재단에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노승일도 고영태 선후배 관계로 엮어서 언제든지 부르면 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고 씨는 "재단을 장악하려면 사무총장이나 이사장을 좇아서 장악하는 게 맞지, 말단을 넣어서 장악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어떤 프로젝트도 우리가 먼저 제시한 건 없었다"며 "무조건 지시에 의해 일했다. 일을 하는 시작점이 (최순실이) 일을 시키니까 하는 거였다"며 최 씨가 사실상 운영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고 전 이사에 대한 증인 신문은 오후 10시 30분께 끝났다. 고 전 이사가 법정에 출석한 지 8시간 30분 만이다. 고 전 이사는 신문이 모두 끝나자 쓴웃음을 지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취재진이 몰려들어 최 씨와 만난 소회 등을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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