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르면 3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경내 압수수색 불가 방침으로 버티고 있는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생일을 빙자한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생일인 2일 정오부터 오후 1시 50분께까지 청와대 3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 및 10명의 수석비서관과 오찬을 함께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케이크도 사서 올라갔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고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조그마한 화환을 들고 올라갔다"며 "(관저에) 가 보니 일반 시민들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낸 꽃다발이 와 있었고, 중국 팬클럽 '근혜연맹'에서 보내온 엽서와 달력, 티셔츠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오찬 메뉴는 칼국수였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생일에 국수를 드시면 명이 길다고 하는 전통이 있다"며 "포도 주스로 한광옥 비서실장이 건배사, 덕담을 했다"고 했다. 한 실장은 '오늘 65세 생일을 축하드린다. 어려운 시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잘 이겨내시려면 무엇보다도 건강하셔야 한다. 건강을 잘 유지하기 바란다'며 '건강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
오찬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사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에 대해 언급하고, 공무원 연금체계 개편, 자유학기제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김관진 안보실장에게 "오늘(오후 4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와서 회담하시죠?"라고 묻고, 김 실장이 전반적인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잘 회담하겠다'는 취지로 답하자 다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여 일 만에 미 국방장관을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보낸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 지금 트럼프는 중국·일본·독일에 대해 무역 불균형, 환율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런 정책을 취하지 않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국방장관을 보내 한미 군사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사려깊은 액션(행동) 아니겠나"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재임 중에 직무가 정지됐지만, 특히 외교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지금도 사드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드 배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드 결재는 잘한 것이고, 한미동맹에 있어 중요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반대가 많았지만 중요한 결단의 조처였다. 그건 잘 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로 외교안보 이야기를 하면서 경제 문제, 전반적인 교육 문제뿐 아니라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며 "공무원 연금 문제,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정책, 최근 자유학기제 실시 등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던 부분에 대해 수석별로 이야기했고 (대통령이) '성과가 있었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교과서 문제도 잠깐 언급은 했는데 더 이상 평가나 이런 것은 없었다"고 오찬 참석자는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오찬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이나 헌재에 대해 제가 물어볼 입장도 아니었지만 오늘 그런 문제는 (언급이) 없었다"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임하겠다는 느낌을 받고 왔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광옥 실장이 '어려운 시기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더 잘 이겨내자'는 취지로 마무리 발언을 하자 박 대통령은 "송구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조정실장을 통해 한 비서실장에게 박 대통령의 생일 안부 인사를 전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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