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과장은 지난해 1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소개로 K스포츠재단에 입사한 뒤 최 씨로부터 각종 지시를 받아 재단 실무를 처리한 인물이다.
그는 "(최순실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라는 건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들었고 고영태에게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일요일마다 청와대에 들어간다든지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를 한다든지 했다"며 최 씨와 박 대통령이 각별한 관계였음을 증언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인터넷 방송 정규재TV를 통해 최 씨의 도움은 연설문 일부 조언에 국한됐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되는 얘기다.
박 전 과장은 대기업 강제 모금을 통해 설립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의 실제 운영에 최 씨가 주도적으로 나섰고, 288억 원을 출연받기로 한 재단 기금을 "1000억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라"며 자신을 통해 기업에 사업 자금 기획안을 준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씨가 재단 직원들에게 각종 업무 지시를 내릴 때 '포스트잇'을 활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4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재판부에 최 씨 자필로 적힌 포스트잇 다섯 장을 제출했다. 박 전 과장은 증거로 채택된 해당 포스트잇이 최 씨가 직접 작성한 게 맞으며, 본인 또한 최 씨에게서 '포스트잇'으로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노 부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포스트잇에는 △1 무주(태권도), 2 대구(육상) 배드민턴, 3 인천, 4 하남, 5 세종, △각 체육단체 산하기관, 주 산하기관 예산표, 주 산하기관 공모사항,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 계획안,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안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그는 "이(재판부에 제출된) 포스트잇 내용을 이야기할 때도 같이 있었다"면서 "저는 (노 부장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았다. 주로 기획안을 작성했는데, 고쳐야 될 내용이나 본인(최순실)이 생각하는 방향 같은 것을 지시할 때 저런 것을 줬다"고 답했다.
그는 최 씨가 포스트잇 사용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했다. "최 씨가 평소 '포스트잇을 많이 쓰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포스트잇과 네임펜을 충분히 준비해놓지 않으면 굉장히 혼이 났다"고 밝혔다.
박 전 과장은 그러나 최 씨가 건넨 포스트잇을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순실이) 항상 모든 문건이나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를 해서 더블루케이가 폐업하는 시점, 지난해 8월쯤 대부분의 문서를 파기했다"고 했다.
"최순실, 무서운 사람, 검찰서 화장실 가다 마주쳐 도망"
박 전 과장은 최 씨 관련 사실들을 폭로하면서도 두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화장실에 가던 도중 우연히 복도에서 최 씨를 마주치자 황급히 조사실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제가 진술하는 내용을 (최순실이) 알게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피하게 됐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재판정에서 최 씨를 대면하는 것도 편치 않다고 했다.
그는 최 씨에 대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업무를 지시할 때 고압적으로 굉장히 다그치는 성격'이라고 했다. 검찰은 박 전 과장이 최 씨에 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를 실제 운영하는 주인으로 저를 언제든지 내칠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사람이었다', '고영태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더 무섭게 생각했다'는 박 전 과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박 전 과장의 신문 과정을 피고인석에서 지켜본 최 씨는 공판 말미, 발언을 자청해 "억울하다"고 했다.
최 씨는 "저는 체육을 모른다"며 "저는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내용을 가지고 의견을 낸 건데 제가 모든 걸 앞장서서 한 것처럼 되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제가 이야기하지 않은 거나 사실과 다른 게 많이 나오고 있다"며 "기업을 통해서 1000억을 얘기했다는 건 황당무계해서 그런 얘기는 방어권을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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