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주장대로 "좋은 취지"라면, 왜 대포폰으로 소통했나?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차은택 지시가 최순실 지시 같았다"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요구로 만든 차명 휴대전화로 최순실 씨와 소통했다고 증언했다. 차명폰을 쓰는 동안 번호를 두 번 바꿨으며, 그중 한 번은 최 씨가 직접 바꾸라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김 부총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르재단 설립 직전 차명폰을 개설했다며 이같이 진술했다.

차 전 단장으로부터 차명폰 개설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들은 적이 없다며 "제 기억에는 보안상의 문제로 만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미르재단이 문화 융성 등 좋은 의미로 만드는 재단이라면, 재단 만드는 일로 증인 같은 실무진에게까지 차명폰을 만들라고 안 할 것 같다"고 지적하자, "분위기상 만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미르재단 등 설립을 두고 "기업의 자발적" 후원으로 "좋은 취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좋은 취지'로 만든 재단 관계자들이 '차명폰'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처럼 석연치않은 이유로 미르재단 관계자들은 차명폰을 개설했고, 지난해 3월과 8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3월에는 차 전 단장이, 8월에는 최 씨가 바꿀 것을 종용했다고 했다. 또, 김 부총장이 번호를 변경할 때 차 전 단장과 최 씨도 함께 번호를 바꿨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이 차명폰을 최 씨와 차 전 단장과 연락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미르 사무실 임대 상황 등 설립 추진 상황에 대해 차 전 단장에게 보고했고, 차 전 단장에게 보고되는 내용이 최 씨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증인 신문 내내 재단 사업 관련 지시자가 최 씨인지 차 전 단장인지 헷갈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측에서 "누구의 지시인지 조금 불분명한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차은택과 최순실 씨가 저한테 이야기하는 게 분리돼서 느껴지지 않았다"며 "같은 사람들이 지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차 전 단장의 지시가 곧 최 씨의 지시처럼 느껴졌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했다.

김 부총장은 검찰 조사 당시 '미르재단이 최순실의 것이거나, 최순실이 미르재단과 청와대를 연결시켜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한선이 우스갯소리로 안종범의 와이프나 우병우의 와이프라서 힘이 대단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그는 이를 시인하며, "미르재단 설립은 모두 최순실이 주도를 했고 사실상 최순실이 회장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 논현동 소재의 재단 사무실 계약 당시에도 최 씨가 직접 찾아와 건물을 확인했으며, 본인이 프랑스 출장에 갈 때도 최 씨에게 보고했다며 최 씨가 사실상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미르재단 사업 중 하나인 에꼴페랑디 부지 선정 논의를 위해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과도 세 차례 만났다며 최경희-최순실 유착 관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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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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