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밉보인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낙인 찍어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반헌법적인 정책을 은밀히 추진했다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특검팀의 관련 의혹 수사 대상자는 박 대통령 하나만을 남겨두게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시 48분께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이 의혹으로 구속된 전·현직 고위 공직자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조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특검에 구속된 경우이고, 민주당 등 야당은 구속 이전부터 해임건의안 제출을 공언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바 있어 금명간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2015년 2월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주요 선거 때 야당 후보를 지지했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이라고 판단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만든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조 장관 역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4년 6월∼2015년 5월 명단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장관은 작년 9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명단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부실 대응으로 각계각층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내려보내 집행하도록 했다고 본다.
초기 명단 인물은 수십∼수백 명이었지만 이후 무분별하게 규모가 커져 대상자가 1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은 시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영화배우 송강호·김혜수·하지원, 영화감독 박찬욱·김지운 등 저명한 문화예술인들이 무더기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청와대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개입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반헌법적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좌파 성향'을 이유로 한류 산업을 선도하던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지시한 행위 등에 비춰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과 긴밀한 교감 속에서 블랙리스트 운영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특검팀은 '늦어도 2월 초'로 예정한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때 핵심 혐의인 뇌물수수 의혹 조사와 별도로 블랙리스트 운영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도 강도 높게 추궁할 계획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블랙리스트 운영에 관여했느냐는 위원들의 추궁에 '관여 사실이 없다, 모른다'는 취지로 거듭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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