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군 개입설' CIA 기밀문서가 박살냈다

"북한의 행동이 전두환 돕는 결과 가져올 것 알고 있었다"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일부 극우인사들이 주장해온 '북한군 개입설'을 완전히 종식시킬 주요 문건이 공개됐다.

5.18 전후로 작성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문서 두 건이 지난 17일 기밀해제된 1200만 페이지, 93만 건의 CIA 기밀문서 중 발굴돼 5.18 기념재단(이사장 차명석)이 20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번역, 공개했다.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자료 발표와 함께 "보수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5.18의 북한군 개입을 완전히 반박할 수 있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CIA 기밀해제 문건을 통해 '북한 개입설'을 일축한 5·18기념재단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오른쪽). ⓒ연합뉴스

"북한은 전두환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임을 직시하고 있다"


CIA의 인터넷 홈페이지 전자 독서실에서 원문도 확인할 수 있는 이들 자료는 극우 시사평론가 지만원(75)씨 등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 특수군 600명의 광주 투입설, 북한 고위 권력층 400명의 광주 시민 위장침투설 등 주장을 일축하는 자료라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김양래 상임이사는 "미국 최고위층이 바라본 5·18 당시 북한의 상황으로 '북한군 광주 투입설'이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날 번역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980년 5월9일로 표기된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밀(SECRET)문건에는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북한은) 1979년 10월26일과 12월12일 사건에 무척 놀라고는 있다"는 등의 대목이 나온다.

또한 "1979년 12월 이후 지적했던 것처럼 북한은 한국 내 불안한 상황을 계기로 무력통일에 대한 생각을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 "이 상태에서 만일 미국이 동남아시아나 미국 내 상황에만 치중한다면 북한은 미국이 한국 사태를 해결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해 섣부른 행동에 나설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다른 1건은 극비(TOP SECRET) 등급이 매겨진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 문건이다. 5·18직후인 6월2일 작성된 이 문건에는 "현재까지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행동이,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이 담겨 있다.

또한 "지난 한 달 동안 반복된 북한 입장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눈에 띄는 어떤 행동도 전두환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임을 직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무력에 의한 남북통일을 주장해 왔지만 북한의 전쟁도발 억지력을 가진 것은 미육군이 아니라 미공군과 해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미국이 보여준 공군과 해군 군사력에 북한이 겁을 먹었고 이는 1980년 사태에도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김양래 상임이사는 "두 문건은 보수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라면서 "미국의 정보력에 대한 신뢰와 최상층이 공유하는 회의에서 나온 정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다른 자료가 당분간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CIA는 1999년 이후 행정명령에 따라, 생산된 지 25년 지난 기밀문서들을 심사해 주기적으로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문서 양은 지금까지 사례 중 최대규모다.

재단은 이들 자료를 지 씨에 대한 수사·재판을 맡고 있는 검찰과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5·18 당시 사진을 올린 뒤 광주 시민 7명을 '광주에 투입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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