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청와대와 삼성이 직접 소통했다"

이모와 조카 최순실·장시호, 싸늘한 분위기 속 법정 대면

최순실-김종-장시호.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이들의 행위는 '공모'였다. 장 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을 내도록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을 압박하는 데 이들 셋 모두 가담했다고 봤다. 그러나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밝힌 이들의 입장은 제각각이었다. 장 씨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고, 최 씨와 김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부인했다.

가장 돋보인 것은 김 전 차관이었다. 그는 삼성 후원금에 대해 "청와대와 삼성이 직접 소통해 처리한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 등 관련 증거에 의하면 이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된 게 이미 드러났다"며 "실제로 각 후원금 지급 직전에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독대한 사실도 밝혀졌다"고 했다.

특검의 입장을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특검에서도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등을 삼성이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 430억 원의 일부로 보고 있다. 영재센터 후원에 대한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도 특검이 확보했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16억 원 지원은 김종과 관계없이 이뤄진 것으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삼성을 '뇌물공여자'로 판단한 특검의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는 부인하는 취지인 셈이다.

GKL에 대한 강요 혐의도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GKL에 영재센터 후원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이야기를 한 건 사실이지만, GKL 사회공헌재단은 공익을 위해 설립된 재단인 만큼 재단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측의 입장을 적극 반박했다. 삼성 지원금 부분에 대해선 "안종범 수첩 기재 내용 가운데 김종이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대통령의 관심사라고 압박을 가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GKL 지원금 강요 혐의에 대해선 '한국 동계 스포츠 영재재단. 평창, 삼성, 그 아래는 문체부 3억+@(2억 정도)'라고 적힌 이기우 GKL 사장의 수첩 사본을 제시했다. 검찰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을 하고 있고 문체부에서도 3억을 지원하니, 2억 원을 GKL에서 부담하는 게 어떻냐는 것"이라며 "김종이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적은 거라고 이기우가 진술했다. 김종이 이기우에게 영재센터 후원을 요구했음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라고 했다.

최 씨는 영재센터 설립에 관해 단순한 조언을 했을 뿐 후원금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 씨의 변호인은 "영재센터 운영진을 보면 이규혁, 이진성, 제갈성렬, 전희경 등 국민이 많이 아는 스포츠스타가 다수 포진돼있고 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영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는 공감해서 도와준 바 있다"면서도 "센터가 설립되면 김종에게 후원처를 알아봐달라고 말한 적 있지만 삼성이나 GKL을 특정한 건 없었다"고 했다.

최 씨 역시 "센터가 좋은 취지에서 금메달을 향하고 있기에 그런 취지에서 도와주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왼쪽)와 조카 장시호씨가 17일 오전 첫 정식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장시호, '다른 길' 걷는 이모와 조카

이날 최순실 씨와 장시호 씨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장시호 씨가 최순실 씨의 태블릿PC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긴 후 첫 대면이었다. 혈연 사이임에도 대화를 나누거나 눈빛을 교환하지 않았다. 공판 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흘렀다. 진술 내용도 서로 엇갈렸다.

장 씨는 수의를 입은 최 씨, 김 전 차관과 달리 검은 목티에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다른 피고인들과 다르게 미소를 짓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재판장이 신원 확인을 위해 직업을 묻자 "가정주부"라고 답했다. 공소장에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이라고 적혀있다. 재판장이 재차 "그럼 이전에는 사무총장이었던 게 맞느냐"고 물었고,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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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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