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주자로 첫 '기본소득' 개념 공약

아동·청년·노인·장애인·농어민에게 연 100만 원씩

이재명 성남시장이 10일 '기본 소득'을 대선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기본 소득은 녹색당과 노동당이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 등이 참여하는 '아젠다 2050' 모임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안으로 기본 소득을 거론한 바 있기도 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제가 이번에 쓰게 될 담론은 '한국형 뉴딜 성장 정책', '뉴딜 성장'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다"면서 '기본 소득'을 통한 경제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관련 기사 : 이재명 인터뷰 "대통령 되면 가구당 1년에 300만 원씩 쏠 수 있다")

이재명 시장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등을 통해 얻은 재원 50조 원으로 연 100만 원(월 8만3000원가량)의 '기본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급 대상은 청년과 노인, 농어민, 장애인 등이다. 장애인에게는 중복 지급이 가능하게 하되, 기본 소득은 '현금' 형식이 아닌 골목 상권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나 쿠폰 형식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 실험을 전국으로 확대한 공약인 셈이다.

먼저 이재명 시장은 "만 30세가 되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육아 배당, 아동 배당, 청년 배당 등의 형태로 연간 100만 원씩, 분기별로 25만 원씩 지급하는 배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65세 이상 노인과 30세~60세 연령대의 농어민, 장애인에게도 연간 100만 원의 기본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장애인은 '노령 연금', '청년 배당' 등과 중복 수혜를 가능하도록 해서 "장애 어린이에게는 연간 2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은 "기본 소득 대상자 2800만 명에게 연간 100만 원씩 주면 28조 원이 된다. 이 돈을 현금으로 주면 저축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화폐, 쿠폰 형태로 반드시 소비하게 할 것"이라며 "성남에서 지역 화폐로 해서 대형 유통점에서는 못 쓰게 하고 해당 지역 골목 상권 내에서만 쓰게 했다. 이렇게 약 28조 원이 동네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간다. 560만 자영업자 매출이 늘어나는 직접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렇게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면 이게 국제통화기금(IMF)나 세계은행이 말하는 '포용적 성장론'을 실제로 시행하는 결과가 된다. 제가 이번에 쓰게 될 담론은 '한국형 뉴딜 성장 정책', '뉴딜 성장' 이렇게 이름 붙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화폐 형식의 기본 소득을 통해 골목 상권을 살리는 경제 성장 정책을 '뉴딜 성장'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기본 소득' 재원 마련 방안으로 법인세와 초고소득자 증세를 들었다. 이 시장은 "성남시 운영 경험으로 연 예산의 7~8% 정도는 다른 용도로 써도 됐는데, 정부 재정 400조 가운데 7~8%면 약 3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500억 원 이상 연간 이익을 내는 법인 440개가 전체 기업의 0.07%에 해당하는데, 이들 기업에 8% 증세를 하면 평균 15조 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또 연 15억 원 이상 버는 초고소득자에게 증세하면 임기 동안 2조4000억 원이 나오고, 실효세율을 늘리면 연간 4조~5조 원이 나온다. 이 정도면 50조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재명 시장은 대선 주자 가운데는 처음으로 '기본 소득'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제시했다.

녹색당과 노동당도 20대 총선 공약으로 기본 소득을 제시한 바 있다. 노동당은 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 원(연 36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공약했고, 녹색당은 노인, 장애인, 농어민, 청소년, 청년에게 월 40만 원(연 480만 원)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이었다. (☞관련 기사 : 노동당·녹색당, 기본 소득 공약 차이는?)

기본 소득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주도해 만든 연구 모임 '아젠다 2050'에서도 검토된 바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 소득 상실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 김종인 전 대표는 기본 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모임에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김세연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편,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재명 시장은 "대세는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오랜 시간을 바쳐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게 있다면 (대세론이) 가능한데, 일시적 필요에 의해 선택된 후보가 대세론이 유지된 경우는 거의 없다. 저는 성장하는 나무다. (유권자들이) 합리적, 미래지향적인 판단을 하기에 한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답하며 자신을 차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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