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외로운 발악인가, '2차 핵분열' 전조인가

"중진 의원들에 전화 걸어 체면 얘기하며 탈당 요구"…루비콘 강 건너는 친박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탈당 요구를 비롯한 인적 청산 시도에 정면 반기를 든 친박계 서청원 의원은, 인 위원장이 자신이 탈당을 하면 다음에 국회의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겠다는 회유를 했다고 4일 주장했다. 인 위원장의 '밀약설'을 폭로한 것이다. 인 위원장이 전날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을 겨냥해 "악성종양의 뿌리를 없애야 한다"고 선전포고를 한 지 하루만이다.

골수 친박계와 인 위원장의 '혈투'가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시간은 인 위원장의 편인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의 '반발'에 아직까지 동조하는 다른 친박 의원들은 없다.

서청원 폭로 "의장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목사가 무슨 힘으로"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인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기자들을 만나 "저한테 (인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이 소리 한 번 했다. '아이고 대표님, 그만 두시면 대선 끝나면 제가 노력해서 이 다음에 의장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이러더라"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고마운 얘기지만 지난 6월 의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1석 때문에 제가 의장을 포기했다"며 "제가 (탈당해서) 무소속이 되거나 당이 3, 4당 되면 의장할 수 있나? 1석 가지고 의장 포기한 사람인데 2당, 3당 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 목사가 무슨 힘으로 저에게 국회의장을 시켜주나"라고 되물었다.

국회의장 욕심은 이미 버린지 오래인데, 의장직을 회유책으로 써가며 자신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모욕적이라는 게 서 의원의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 후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하던 지난 6월, 원내 2당이 되었음에도 고집스럽게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요구하다 뒤늦게 의장직을 야당에 내어놓겠다고 했었다. 당시 8선인 서청원 의원이 의장직 불출마 선언을 했고 곧 이어 정진석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의장직 요구 철회를 선언했다.

서 의원은 이날 "어떻게 아무 법적 절차 없이 탈당하라고 압박하나. 이건 폭동보다 더 한 것"이라며 "저는 참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의원들에게 모욕을 주고 (인 비대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탈당문을 제출하면 곧 돌려주겠다. 내일 모레 한시적이니까' (이렇게 말하며) 자기 체면을 위해서 (탈당계를) 받는 이런 목사가 대표를 맡아야 하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그런 방식으로, 탈당계를 내면 곧 돌려주겠다(란 식의 정치를 하는 사람은) 영원히 정치권에서 떠나야 한다"며 인 비대위원장이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그리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다"라고도 했다.

인 위원장이 '위장 탈당'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친박 중진인 정갑윤 의원이 탈당 선언을 했지만,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인명진 위원장은 살신성인적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의 결정에 존경을 표하며 당에 제출된 탈당계 수리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거듭 "인 위원장은 안 된다"고 거듭 말하며 "성직자가 그렇게 막말을 할 수 있나. '할복하라'고 하는 것 목사님이 간접 살해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 사람이 무슨 성직자인가. 성직자로서도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전날 인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음에도 정치 생명을 유지하려고 하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겨냥해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인명진 "서청원 무례…일본이면 할복할 상황")

인명진 '비대위원장 사퇴' 최후의 칼 갈고 있다새누리 2차 핵분열 가능성도

인명진 위원장은 서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해본 적도 없고, 스스로 탈당을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서 의원이 탈당을 하지 않고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돼 있는 것이다.

친박 핵심부의 기류도 갈리고 있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사실상 맡겨 놓은 상황이다. 몇몇 '서청원계'로 볼 수 있는 의원들의 '최후의 반란'이라는 시각도 있다. 친박계의 지지로 원내대표에 오른 정우택 원내대표도 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해가 잘 안된다"며 "정갑윤 의원 등 친박 핵심들도 인 위원장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서 의원을 편들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서 의원이 반발하면 할수록 새누리당은 또 다시 분열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실제 서 의원은 친박 맏형격으로, 청와대의의중을 새누리당에 전해 관철시키는 등 일부 사안에서는 '막후 실력자' 역할을 해 왔었다. 그런 서 의원이 박근혜 정부 파산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인적 청산'은 개혁에 있어서 필수 요소다.

최악의 경우 새누리당이 '2차 핵분열'을 일으켜, 개혁보수신당에 대거 입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디데이는 인명진 위원장이 '중대 발표'를 하기로 예고한 오는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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