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4년 6월 자신이 세월호 수사를 하던 검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세월호 수사팀에 전화를 한 것은 맞다'고 22일 인정했다. 다만, 검찰에 외압을 행사한 게 아니라 "상황 파악만 했다"고 발뺌했다.
세월호 수사 당시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수사팀에 전화를 한 것은 그 자체로 외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우 수석의 전화를 '압박'으로 느꼈다는 증언들을 내놓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2014년 6월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팀에게 외압 행사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 일지에 '우병우팀'이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을 그린 홍성담 화백에 대응 △장모인 김장자 씨와 최순실 씨의 친분으로 청와대에 발탁 등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받았다. (☞관련 기사 : 우병우, 청문회서도 '뻣뻣 레이저' 발사)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이 "2014년 6월 5일 광주지검에 해경 상황실 서버를 압수수색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런 지시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다만 검찰 수사 당국자와 통화해서 "해경과 검찰이 왜 그렇게 대치하는지 상황 파악만 했다"고 인정했다. (☞관련 기사 : 우병우, 세월호 때 '해경 상황실 서버 압색 말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세월호 수사팀에 전화한 이유에 대해 "해경 쪽에서는 영장 집행 범위가 아닌데 검찰이 중요 시설인 서버를 그냥 가져가려 한다는 컴플레인이 있었고, 검찰 쪽에서는 수사상 (해경과 청와대의 교신 기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양쪽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나중에 보니, 검찰이 서버 있는 장소에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서 (해경과 청와대의 교신 기록을) 가지고 갔다. 결과적으로 보면 적법 절차 측면에서 오히려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사건 이후 당시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에게 인사 보복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우병우 전 수석은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우병우 전 수석이) 변찬우 지검장을 2015년 1월 정기 인사에서 옷을 벗게 했다. '참 개념 없는 지검장'이라고 말했다던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우병우 전 수석은 "인사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답했다.
우병우 "김영한 비망록에 나오는 우병우팀 모른다"
'김영한 비망록'에 '우병우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우병우 전 수석은 전면 부인했다. 2014년 8월 7일 자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에 대해 우병우팀이 대응하도록 한 내용이 나온다. 비망록에는 "우병우팀, 허수아비 그림(광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 경찰, 국정원팀 구성→6급, 국장급,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것이 아니라, 응징해줘야. 리스트 만들어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 팀 구성토록"이라고 적혀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 나오는 '우병우팀'이라는 단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추궁하자, 우병우 전 수석은 "우병우팀이라는 게 김영한 비망록에 나온다고 해서 처음 안 것이지, 제가 2014년 5월에 청와대에 들어가 3개월도 안 됐는데 우병우팀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제가 (당시에) 민정비서관일 뿐인데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우병우팀'이라고 왜 저렇게 기재하셨는지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우병우팀'에 나오는 국정원 6국 국장급이 (우병우 민정수석이 보고를 받는) 추명호 국장이다. 이 사람이 다 우병우 사단이다"라고 주장하자, 우병우 전 수석은 "우병우 사단은 언론에서 붙인 얘기다. 사조직도 아니고 정기 모임을 가진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병우 장모, 최순실 버선발로 맞아"…"납득 안 돼"
우병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와의 관계도 전면 부정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최순실 씨가 (우병우 수석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인) 기흥컨트리클럽에 평균 2주일에 한 번꼴로 왔고, (우병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는 최순실 씨만 오면 버선발로 뛰어가 즐겁게 맞이했고, 그 인연으로 우병우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정비서관으로 추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병우 전 수석은 "2주에 한 번 와서 버선발로 맞았다는 얘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제 전임 민정비서관이 제 검찰 4년 후배다. 4년 후배가 1년 이상 근무한 자리에 가는 게 무슨 영전이겠나. 동기들이 검사장인데, 저는 1급 비서관으로 가는 게 맞는지 (자존심이 상해서) 상당히 고민했다. 그런데 인사 청탁이나 발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답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장모님께 최순실을 아는지)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한다. 골프도 안 쳤다고 한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순천향병원 이임순 산부인과 의사가 우병우 전 수석의 아들과 정유라 씨의 아이를 받아줬다는 점을 들며 "이임순, 김장자, 최순실 세 분이 친한 것 아느냐"고 물었지만, 우 전 수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아들이 타고 다니는 포르쉐, 내 거 아니고 처제 거"
그 밖에도 우병우 수석이 포르쉐, 랜드로버, 마세라티 등의 차를 소유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의를 받고는, "포르쉐나 랜드로버는 처제 것이다. 우리 집과 처제 집은 다르다. 특히 포르쉐를 매일 우리 애가 탄다고 하는데, 처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이 이철성 경찰청장의 음주운전 이력을 거론하며 "우병우표 인사 검증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질의하자 "보통 1회 음주운전의 경우 일반 공무원도 몇 년 지나면…(용서가 된다)"고 답했다.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계좌 추적권이 없어서 주식을 공짜로 받았는지 제대로 산 건지는 검증해서 체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몇 번 독대했느냐는 질문에는 "몇 번인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을 접했느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각종 사건 수임료를 밝히라는 질의에도 "수임료는 말씀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