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석 쪼그라든 '친박당', 필리버스터조차도 못한다

상임위 6곳서 與 3분의 1선 완전 붕괴…'안건조정위' 악용도 불가

새누리당의 분당이 현실화하며 이른바 '박근혜 하명 법안'의 무리한 일방 처리 시도가 원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주류가 현재까지 밝힌 '탈당파' 의원은 34명. 이들이 예고한 대로 오는 27일 탈당을 결행할 경우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전체 의석수의 94석으로 줄어든다. 같은 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추후 반 총장의 정치 행보에 따라 탈당파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4.13 총선에서 과반 의석수 점유에 실패하며 여소야대 국회 구성을 자초했지만, 이제는 비주류를 사실상 '쫓아낸' 결과로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선 밑인 그야말로 '소수 여당' 신세가 됐다.

현행 국회법은 각종 안건의 '신속 처리'를 주문할 수 있는 기준과 안건 처리의 '긴 시간 숙의(안건 조정위 회부)'를 주문할 수 있는 요건 등으로 '재적 의원 3분의 1의 요청'을 보통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탈당 의원이 많이 속한 상임위원회에서는 향후 '청와대 하청 법안'의 무리한 추진을 위해 새누리당이 국회법을 악용 내지 편법 활용하는 것이 원천 차단되게 됐다.

이는 역으로는 비주류가 만들 신당을 포함한 야4당이 연대할 경우 보수-진보 진영을 불문하고 거론해 왔으나 청와대 반대에 막혀 있던 각종 '개혁 법안'들을 국회에서 비교적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비주류가 만들 신당과 현재의 야3당이 연합해 '야4당'이 되어 '공수처 신설' 법안 등을 공동 추진할 경우에는 처리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의미다.

또 새누리당은 현행 국회법에 따라 단독으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벌일 수도 없다.

국회법 106조2항에 따라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본회의 개의 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청와대가 '식물'이 된 데 이어, 새누리당의 청와대 '거수기 노릇'도 법적으로 아예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법사위 기재위 등 6곳 상임위서 새누리 3분의 1선 붕괴

새누리당 분당으로 여야 의석수 변동이 유의미하게 커지는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방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7곳이다.

나머지 상임위에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이 주로 포진되어 있다.

비주류가 21일 밝혔거나 언론이 공개한 '탈당파' 명단에 따르면, 법사위에서는 권성동(위원장), 여상규, 오신환 의원 등 3명이 탈당한다. 이렇게 되면 법사위에서 여당은 4명·야당은 13명으로 바뀐다.

정무위에서는 이진복, 유의동, 김용태, 홍일표 의원의 탈당으로 여당 5명·야당 19명으로 지형이 바뀌고, 기재위는 심재철, 이종구, 이혜훈, 정병국, 유승민 등 5인의 탈당으로 여당 7명 야당 19명 형국이 된다.

기재위는 특히 비주류 중진 의원이 대거 포진됐던 상임위다.

교문위는 김세연, 나경원, 이은재, 강길부 의원의 탈당으로 여당 9명·야당 20명이 되고, 국방위는 김영우, 김학용 의원 탈당으로 여당 5명·야당 12명이 된다.

안행위는 박순자, 황영철, 장제원 의원이 탈당할 경우 여당 7명·야당 15명, 국토위는 김성태, 김현아, 이학재, 주호영 의원 탈당으로 여당 10명·야당 21명으로 그 지형이 바뀐다.

단, 김현아 의원은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유지하며 탈당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출당' 조치를 해줘야 한다.

안건조정위 악용 원천 차단, 야4당은 '패스트트랙' 활용 가능

법사위를 제외한 이 6곳의 상임위에서는 따라서 새누리당이 4.13 총선 이후 상습적으로 악용해 온 '안건조정위 신청'을 통한 상대 당 법안 처리 저지 시도가 어려워진다.

국회법 52조 2항은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안건조정위가 구성되면 해당 법안은 최장 90일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안건조정위 신청에만 성공하면 100일간의 정기국회 중에도 안 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 조항은 다수당의 단독 처리를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나, 새누리당은 그간 이를 '청와대 보위' 용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0월 정기국회 중에도 새누리당은 안건조정 제도를 활용해 문체부 국감에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 20명에 대한 핵심 증인 신청을 가로막아 빈축을 샀다.

반대로 비주류 신당을 포함한 야4당이 '패스트 트랙(안건의 신속처리)'을 활용할 여지는 더 커졌다.

국회법 85조 2항에 따라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신속 처리 안건을 지정하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도 상임위 심의 최장 180일, 법사위 심의 최장 90일, 본회의 자동 회부 최장 60일 거쳐, 본회의에 안건이 자동 상정된다.

현재 탈당 인원만으로도 6곳의 상임위에서 야4당의 재적 의원 비율은 60%를 넘어선다.

비주류의 한 관계자는 "이날 수합된 탈당 의원들의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여서가 아니라 이후 '친박당'의 일방통행이 국회에서 불가능해짐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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