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中의 '사드 보복' 인정하는 듯한 답변 논란

황교안·유일호 '투톱' 인식 온도차…黃, 사드 '조속 배치' 입장 고수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라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황 대행은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중국이 현실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높여 가고 있다"며 "사실상의 대응 조치가 아니냐, 이렇게 보이는 이런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대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황 대행이 중국의 일련의 행위를 사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정부가 중국 측의 '보복'을 상정하고 대응 조치에 착수했다는 것으로도 들릴 수 있다.

전날 유일호 부총리는 "중국이 WTO 회원국으로서 직접적 무역 보복을 하긴 어렵다고 보고, 실제로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다만 비관세 장벽 문제가 조금 보이는데 그런 것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했었다. 황 대행의 입장과 묘한 뉘앙스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인 김경협 의원은 지난 15일 "어제(14일) 정부가 우리 당 정책위에 경제 현안을 보고했다"며 "(보고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부인해 왔던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정부질의에서 이인영 의원은 내년도 경제 위기 우려를 들어, 사드 배치를 재고하거나 최소한 내년 상반기 이후로 유예할 것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내년 상반기가 걱정"이라며 "만일 5월에 사드 배치가 완료된다면 한국경제는 치명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 근거로 내년 상반기에 조선 등 5대 취약 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밖에 없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 높기에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사드를 꼭 상반기 중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사드배치를 유예해서, 상반기에 집중된 경제 리스크 중 하나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황 대행은 "북한의 핵 도발이 금년 유례 없는 수준"이라고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수 차례 되풀이해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가 (이미) 너무 늦었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할 수 있는 한 신속하게 (사드 배치를) 하는 것이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국가의 안위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나"라는 입장을 끝끝내 고수했다.

이 의원이 "그렇게 극단적인 해법을 하지 말고, 안보도 경제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럼 중국발 위기까지 빨리 끌어오자는 말이냐", "그건 고집이다", "중국발 충격이 한국 경제의 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과 설득을 번갈아 시도했지만, 황 총리의 답변은 처음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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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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