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사는 맞았다. 그런데 놓은 사람은 없다?"

김상만 "그분 손에 주사 쥐여주고, 방법 설명 드려"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주사를 맞은 정황이 드러났지만, 주사를 놨다는 사람은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를 제외하고는, 청와대 의무실장, 간호 장교 등 관련자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사를 자주 놓은 사실을 부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주사를 놓고, 누가 채혈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청와대 보안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온 김상만 전 자문의는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태반 주사'를 여러 차례 피하 주사로 놓았지만, 정맥 주사를 놓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먼저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자문의로 임명되기 전에 관저에 들어가 두세 차례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한 것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인정한다. 두 번인가 세 번 관저로 가서 '라이넥'이라는 태반 주사를 피하했다"고 답했다. "차움에서 근무할 당시 대통령에게 주사제를 대리 처방받아 피하 주사는 본인이 놓았느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는 "대리 처방은 아니고, 허위 기재해서 (주사제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청와대 의무실장이나 간호 장교는 (자신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사를 놨다는 의혹을) 부인하지 않느냐"는 이완영 의원의 추가 질의에 김상만 전 자문의는 "2014년 9월부터 그런 적(주치의나 의무실장 배석 없이 주사를 놓은 적)이 없다. 그 전에 그분(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했더니 이런 상태가 돼서 주사가 필요했는데, 의무실에는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제가 차움에서 근무할 때는 저녁 5시 반까지 진료가 있어서 늦게 (관저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의무실장이나 주치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저는 (근무를) 마치는 대로 빨리 들어가서 주사를 전달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주사제가 대통령에게 들어간 것을 확인해 봤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이 주사를 맞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제적으로 그렇죠"라면서도 "그분(박근혜 대통령) 손에 쥐여줬다. 주사를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설명해드리고"라고 덧붙였다. 이완영 의원이 "간호 장교한테? (주사를 줬다는 뜻이냐?)"고 추가 질의했지만, 김상만 전 자문의는 "간호 장교가 아니고, 그분한테"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사 맞는 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김상만 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혈액을 차움병원으로 가져가 피 검사를 하자고 한 것은 자신이 맞지만, 누가 혈액을 채취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제가 건강 상태를 설명 드렸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동의하셨고, 혈액을 가지고 오시면 검사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누가 채취했는지는 본 적이 없고 가져온 사람은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주사를 놓고, 누가 채혈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청와대 보안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와 김영재 원장은 청와대를 드나들 때 자신들이 '보안 손님', '비선 의사'였던 것 같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자문의로 위촉되기 전에 청와대에 들어갈 때 인적 사항을 기재했냐는 질문에 김상만 전 자문의는 "경호실 검색대에서 검문 검색은 했지만, 인적 사항을 기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김경진 의원은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검문 검색만 하는 것을 '보안 손님'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의사도 "차안에서 검문하고 신분증을 제출했느냐"는 질문에 "안 보여줬다. 그 전에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다 알려드리긴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이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를 근거로 야당 의원들은 이 두 의사를 '비선 의사'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대통령 자문의가 주치의 배석 없이 단독으로 대통령을 진료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는 "그 점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전에 한 번 정도 밤에 누가 (관저에) 들어왔다 갔다고 했는데, 당시에 김상만 원장이 의심됐는데, 그땐 별 거 아니려니 생각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병석 전 주치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영양 주사'를 지나치게 자주 맞았으리라는 추측을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청와대에 반입된 태반 주사, 감초 주사, 백옥 주사, 마늘 주사 360개 대부분을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하기 위해 도입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미용 주사 의존도가 심한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이병석 전 주치의는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게까지 쓰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서창석 전 주치의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김경진 의원이 "태반주사가 2015년 4월, 11월, 12월에 150개 구입됐다. 계산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3일에 한 번씩 태반 주사를 맞았다는 통계가 잡힌다"고 지적하자, 서창석 전 주치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야당 의원들은 2014년 5월 세월호 유가족 면담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 피멍이 든 사진을 두고 질의했고, 김영재 원장은 "필러 시술 같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미용 시술을 누구에게 받았느냐는 질문에 전직 주치의, 자문의, 의무실장, 간호 장교 등은 아무 답도 내놓지 못했다. (☞관련 기사 : '보안손님' 김영재 "대통령 멍은 필러, 나는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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