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일본대사 망언 "위안부 강제성 없었다"

무토 전 대사 "위안부 개인적 경험(증언)은 객관적이라 볼 수 없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증언에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당시 일본군이 피해자들을 동원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전현직 관료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위안부 합의가 졸속적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합의 이행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주한 일본 대사를 역임했던 무토 전 대사는 4일 도쿄 게이오 프라자호텔에서 일본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적으로 연행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일본인의 감정적인 입장"이라며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저도 그렇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 본인들은 강제 연행을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경험은 주관을 바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 "물론 할머니들의 증언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분이 진실일 것이니까 충분히 존중해야 하지만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제국의 위안부> 책은 자료를 바탕으로 모은 것이고 박유하 교수도 연구를 많이 했다고 보는데 한국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은 이상하다"며 위안부와 일본군은 '동지적 관계'였다는 박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외교부 공동취재단
무토 전 대사는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생각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장을 전제로 하지 않나"라며 "정대협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관되게 진술하는 대목이 강제 연행이고, 한국의 국민들이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지 정대협의 논리만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와 관련 무토 전 대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대해 아예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증언 내용에 모순이 좀 있다"며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모순에 대해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일본 쪽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정대협이 "정치적인 활동을 했다"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무토 전 대사는 지난 1995년 발족했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하 국민 기금)을 거론하며 "정대협은 기금을 수령한 7명의 할머니(피해자)에게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았고 악의적인 비판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게 위안부 할머니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할 행동인가? 나 같으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같으면 일본에서 받은 돈 반납하라, 그러면 한국 정부에서 받은 돈을 드리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당시 일본은 7명의 피해자에게 기금을 기습적으로 지급했다. 이에 정대협은 일본이 마련한 국민 기금이 100% 정부의 예산으로 마련된 기금이 아니었고, 법적 배상과 진상규명, 책임차 처벌 등 근본적 해결 방안이 빠져있었기 때문에 기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이에 동조해 1998년 일본의 국민 기금을 받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국민 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과 유사한 4300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 국민 기금을 받지 않을 것을 유도했다. (☞관련 기사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가능할까)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관련, 무토 전 대사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려면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의 내용을 뒤집어야 하는데 그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난해 합의 역시 법적 배상이 아닌, 도의적인 보상이었음을 재확인했다.

일본, 문재인은 안된다?

한편 탄핵 위기에 몰려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대해 무토 전 대사는 "한국 상황을 걱정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집권하는 것이 일본으로서는 껄끄럽다고 밝혔다.

무토 전 대사는 "대사 시절 때 한국에서 대선이 한창이었는데, 문재인 후보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제가 한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야기했는데 문 후보는 별로 관심이 없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제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문 후보가 북한과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다"며 "(박근혜 정부) 다음 정권에서 북한 정책에 대한 대전환이 있을 것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무토 전 대사는 "지금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 돈이 다 핵 개발에 들어갔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화 정책을 써서 좋을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 같은 나라에 흔들리면 안 된다. 북한 미사일 무기의 실전 배치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대북 압력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한국의) 정부가 바뀌고 북한에 대한 태도도 바뀌면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현실을 한국 국민이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5일 게이오 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난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경우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사드 배치, 한미일 3각 군사 협력 등 박근혜 정부가 시행해왔던 사안들이 변경될 것을 우려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국의 다음 정권을 걱정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위안부 합의에 대해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계속 비판해왔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사드 배치에 대한 민주당과 야권의 입장을 봐도 현재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