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만약, 박근혜 탄핵이 부결되면…

[서리풀 논평] 운명의 1주일, 이렇게 하자

지난 주말, 또 사상 최대 인원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주말이라고 하지만 생업을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평일인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몇 주째인가. 95%의 평범한 사람들이 손에서 일을 놓았다.

이 많은 사람이 도대체 왜? 흔히 분노와 심판을 말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더, 시민의 행동은 곧 말하는 것이고 또한 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민주적 의사 표현이요 정치 참여니, 곧 민주공화국 구성원의 권리이고 의무다. 핵심은 바로 "내 말을 들어 달라"는 것.

이번 주 금요일(9일)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이루어진다. 탄핵은 내 말을 들어 달라는 주권자의 요구를 제도 정치가 수용한 결과다. 대의제라는 흠 많은 제도적 장치에 수많은 주권자가 직접 개입한 결과 그나마 이 정도까지라도 왔다.

박근혜 게이트 초기에 제도 정치가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면서 탄핵을 머뭇거렸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 조건에서 탄핵 소추가 이루어진 것은 전적으로 시민이 압력을 가한 결과다. 직접 참여를 통해 제도 정치를 바꾸었다는 것만으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믿는다. 시민은 이미 절반을 이겼다!

이 논평을 쓰는 때는 4일(일요일) 저녁, 지금 같아서는 탄핵안이 가결될 것을 장담할 수 없다. 또박또박 처절하게 역사에 기록되어 그 이름까지 남을 친박계 의원은 입에 담기도 싫다.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하면 굳이 탄핵까지 할 것 있느냐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요 때문에 탄핵은 부결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민이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번 주는 '역사적'인 한 주가 될 것이 틀림없다. 몇 가지를 정리하여 우리 스스로 경계하고, 또한 동료 시민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누구나 생각할 평범한 것이지만, 진정한 '승리'의 길을 닦는 마음으로 적는다.


1. 탄핵의 의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국정 운영의 문란, 숱한 법률 위반, 도덕적 파탄을 합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심판은 끝났다. 어떤 경우에도 그는 파탄에서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도 분명하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되고 실질적인 구속력이 있으려면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퇴진과 직무 정지는, 중요하기는 하되 두 번째 목표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심판하고 처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퇴진과 직무 정지는 그 심판의 결과일 따름.

우리는 이번에 탄핵이 부결된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패라면 그것은 제도 정치와 대의 민주주의의 실패일 뿐이다. 탄핵 부결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와 대의제, 그리고 국회와 정당을 개혁하는 (성공적인) 시발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2. 탄핵과 퇴진

퇴진은 법적 절차가 아니다.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고 그렇게 해도 어찌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저 그의 결단에 기대하는 것이니,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촉구'하는 것이 유일하다. 법률적 근거가 없으니 심지어 위헌 시비가 일 수도 있다. 혼란이 계속되는 것은 불문가지.

약속을 믿으라고? 지금까지 한 거짓말과 뒤집기만 해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세 번의 담화만 해도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시간을 벌고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수단일 뿐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일부 언론, 정체불명의 이상한 단체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언제 퇴진한다고 약속해도 탄핵은 진행해야 한다.

탄핵이 가장 예측하기 쉽고 안정적인 정치 과정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머지는 모두 자의적이고 불안정하며 그래서 불안하다. 탄핵이 더 실용적이라는 뜻이다.

3. 9일 이전의 행동

국회의원들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일부 의원은 깡패가 말하는 '의리'로 정치 생명을 포기하고 '순장조'가 되겠다고 결심했는지 모른다. 이들은 공직으로서 국회의원이 아니라 사익 집단의 집사나 마름에 지나지 않는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래서 어차피 글렀다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 사회의 실력이 이 정도고 쌓아 놓은 자산이 이 모양인 것을.

나머지 동요하는 친박, 비박계 의원을 압박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그리할 수 있는지, 집단 지성은 이미 차고 넘친다. 원칙은 간단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다음번의 당선, 그러니 유권자의 표를 겁내도록 하는 것이다. 선거가 제법 남았으니, 지치지 않고 당신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해야 한다.

지역구 사무실과 국회를 물리적으로 포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민과 유권자의 요구를 직접 전달하고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압력을 가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사람들인가? 유권자의 요구에 둔감하지만 눈치는 빠르고, 공익보다는 사익 추구에 능하다.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4. 만약 탄핵이 부결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법률적으로는 국회의 회기를 달리해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수 있다고 한다. 언제라도 다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다면,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시 시민의 요구를 가다듬어 내놓으면 된다. 이 또한 학습이고 경험이며, 그런 의미에서 기회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시민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프랑스 혁명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고 있다. 왕당파가 개혁을 시도하던 국민회의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하자 민중이 봉기하여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다.

이번에 탄핵이 부결되면 어떻게 될까? 필시 시민의 분노와 궐기는 '체제'를 흔들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위대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우리에게는 구체제(앙시엥 레짐)를 평화롭게 '전환'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범한 시민의 삶이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민주공화국 시민의 의지와 열정을 질서 있고 평화롭게 성취하는 것 말고, 도대체 지금 어떤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인가?

그러자면 다시, 준비 단계로 돌아간다. 불확실성과 비관을 이기고 탄핵은 성공해야 한다. 목요일과 금요일까지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진 '권력'을 모두 드러낼 수밖에 없다. 모이고 말하고 요구해야 한다. 운명의 (첫 번째) 일주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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