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이후, 우리가 해야 할 다섯 가지

[서리풀 논평] 시민 공동 행동을 제안하며

11월 26일 토요일,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사상 최대라고 하지만, 대통령은 아직 별 움직임이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스스로 이 사태를 판단할 능력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버티지 않을까 싶다.

그 사이에도 모든 사람의 혀를 차게 만드는 일들이 여럿 드러났지만, 우리는 그 모든 '저질' 진상에는 관심이 없다. 태반주사와 비아그라는 혀를 찰 일이긴 하되, 무엇이 사실인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저 이런 일로 비판해야 하나 스스로 부끄러울 뿐이다.

진실은, 그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직을 배반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한 가지다. 4월 16일 일곱 시간의 진실이 밝혀야 할 일은 그가 무엇을 했느냐고 아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느냐(또는 못했느냐) 하는 것이다.

삼류 황색 잡지가 다룰 법한 '사건과 진실' 부분을 빼더라도 '박근혜 게이트'는 또한 '의료 게이트'다. 밝혀진 것만 해도 게이트로 손색이 없다. 그는 불법 시술을 받았고 공식 의료진을 놔두고 비선 의료진을 동원했다. 그것도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주사제에, 미용 시술의 의심까지.

이번에도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업적 영리 의료(국민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비급여'라고 한다)를 관리하고 난맥인 의료 체계를 바로잡는 것은 대통령이 해야 할 중요한 국정의 책임이다. 보건과 의료의 공공성을 올리는 것도 대통령마다 관심을 두었던 의무였다.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는 현재의 대통령은 그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둔 적이 없다. 모두가 아는 대로, 오히려 문제를 더 나쁘게 하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다. 사사로운 관계를 이용해 의료 체계를 허물었고, 투자 활성화와 성장을 앞세우며 줄기세포와 바이오 산업, 원격 의료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업의 배경 노릇을 했다. 메르스 사태? 더 말해 무엇 하랴.

이런 국정 운영의 '성과'는 분명하다. 줄기세포니 원격 의료니 하는 영리형 의료 산업의 실체는 더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이럴진대 어떻게 과학적 의료를 신뢰하며 누가 공적 체계를 존중하겠는가. 동네 주치의의 말을 따르기보다 차움의원 같은 초호화 '클리닉'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건강 생활 실천이니 건강 증진이니 하는 보편 원리가 무슨! 환자들이 생각하는 '정상' 의료, '좋은' 의료는 몇 십 년 전으로 후퇴한 것이 틀림없다.

사태가 이 지경이면 의사와 병원은 더 말해야 한다. 보건과 의료의 원리를 무너뜨린 국정 문란의 책임을 묻는 것이 이 분야를 책임진 사회적 주체의 마땅한 의무다. 책임이라 했지만, 분노와 처벌은 덜 중요하다. 대의제가 실패한 곳에서 시민의 의사를 직접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실천, 그리고 그 경험의 축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래야 책임은 미래로 이어진다.

뒤에서 할 말을 앞당겨 말한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모든 병원과 의원, 그리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직이 하루(또는 그 이상) '정치적' 파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대통령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그 직에서 물러나라고 몸으로 요구하는 파업이다. 아울러, 앞날의 대통령들이 책임져야 할 일을 분명히 하는 것이니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게이트의 폭으로 보면, 어디 의료만 그럴까 싶다. 문화, 체육, 교육 등은 이미 불거졌으니 그 난맥을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나날이 쌓이는 증거들은 어느 곳 한 군데 멀쩡한 곳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민연금, 국정 교과서,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각 분야 국정 농단의 진실을 더 드러내는 것은 물론, 당사자들이 직접 대통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 그래야 하는 것은 이것이 제도 정치의 틀 안에서 탄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진행될 탄핵 과정은 시민의 직접 민주주의와 결합해야 살아날 수 있다. 시민이 제도 정치를 감시하고 압박하며 통제해야 한다.

탄핵은 민주주의 회복의 한 요소일 뿐이라고 할 때, 우리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기야말로 민주주의를 배우고 경험하며 쌓아가는 귀중한 기회다. 모든 분야의 모든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리고 더 넓혀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모든 시민이 '공동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국회의원에게 '시위'하는 것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국회의원에 달렸다. 이들은 마땅히 유권자의 의견을 대표해야 하나, 한국에서 '대표성'의 경험은 빈약하다. 낙관할 수 없으나, 날로 성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에 기대를 건다.

시위는 말 그대로 힘을 보이는 것이다. 시민과 유권자의 힘을 드러내고 느끼게 하는 것. 방문과 면담, 전화, 이메일, 홈페이지에 요구를 남기는 것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는 지역 사무소를 포위하여 여론을 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2. 공무원의 업무 중지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업무와 이미 충분한 민주적 합의가 있는 일을 빼고는 더는 대통령의 일을 수행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과 장차관은 즉시 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의미 있는 행동이다.

3. 시민 총파업

민주노총이 30일 정권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 대학생들이 같이 휴업하는 것도 파업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상공인과 동네 가게도 '박근혜 체제'를 멈추어 세우는데 동참할 수 있다.

의료인, 교육자, 연구자, 언론인, 문화예술인 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가장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면서도 권력에 힘이 미치려는 방법이 '시민 총파업'이다.

4. 시민 불복종

국정 역사 교과서의 배포를 거부하는 것이 좋은 예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왜 아직도 지침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대통령에게는 왜 질문하지 않는가? 박근혜 정부의 터무니없는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고 '대항'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5. 언론과 기업에 힘껏 말하기

소비자의 위력을 보일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대상이다. 시민의 의사가 어떤 것인지 나타내고, '시민 권력'에 그들을 묶어 두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항의하며 소비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

탄핵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할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그야말로 '정치' 기관이다. 시민이 곧 그들의 존재 기반이니 시민이 가진 권력에 민감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탄핵 단계에 접어든 지금,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민주 정부를 수립할 힘은 탄핵 '바깥'에서 나온다.

그들이 아니라 시민이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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