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 합병 찬성' 국민연금 압수수색…뇌물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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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강요 등 비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을 1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 건물 5∼10층에 있는 기금운용본부장실, 운용전략실 등에 들어가 작년 삼성물산 합병 관련 문건, 관련자들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작년 5월26일 합병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의 일대 고비를 맞았다.

그해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은 가까스로 가결됐는데 당시 10%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작년부터 자본시장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여러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깨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찬성표를 던졌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의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음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그 직전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 안건을 판단이 곤란한 중대 안건으로 분류,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넘겼다. 여기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실제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와 관련해 최 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홍 전 이사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최 전 이사장은 "홍 전 본부장을 뽑아놓고 보니 500조원의 거대 기금을 운용하기에는 리더십이나 전문성이 부족해 연임에 반대했던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정부 관계자가 홍 전 본부장을 연임하도록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연금 수사가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의혹과 관련한 대가성 규명 차원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탄생으로 이어진 작년 합병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따라서 만일 삼성 측의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되고 다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도 승마협회 지원 프로그램 형식으로 최씨 측에 35억원의 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삼성은 훈련비 지원 외에 정유라씨를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문구업체 모나미의 해외 계열사가 5월 230만 유로를 들여 독일에 승마장을 샀는데, 삼성전자가 모나미를 앞세워 사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를 20일 구속기소하면서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의혹 부분 내용은 공소장에 넣지 않고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홍 전 본부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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