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박씨 박근혜, 우린 순실 아닌 진실 원한다"

[현장] 전국 청소년 시국대회서 4000여 명 외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를 넘어, 민주정 회복을 외쳤다.

12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날 오후 3시 주최 측 추산 4000여 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서울 탑골공원 앞에 모여 '전국 청소년 시국대회'를 열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하 희망)을 비롯해 전국 35개 청소년 단체와 129명의 청소년 개인이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는 국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전국 각지에 집회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주최 측은 약 48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금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서울 촛불집회 참여를 희망하는 청소년에게 전세버스를 보냈다.

희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사전 신청한 인원만 1200여 명에 달했다. 부산에서 67명이, 대구와 구미에서 53명의 청소년이 참석했고, 광주에서는 147명의 청소년이 서울로 올라왔다. 청주, 천안, 음성, 담양, 군산, 부안, 대전, 무주, 전주, 순창, 순천, 벌교, 나주 등에서도 개별 전세버스가 출발했다. 전남, 경북, 경남, 강원 등에서도 여러 청소년이 한꺼번에 서울로 상경했다.

주최 측은 희망 청소년과 교육학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신청도 받았다. 자원봉사자를 위해 사전 40여 개의 조끼를 구입했으나, 이는 곧바로 동났다.

주최 측은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 시국대회를 신고했으나, 예상을 넘는 인원이 모임에 따라 시국선언 참여 청소년 행렬은 곧 종로 3개 차선까지 불어났다.

때맞춰 대학로 등지에서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촛불집회 참여 인력이 종로를 이동해, 종로 일가 8개 차선이 전부 비워졌다. 이들이 지나간 후, 종로 일대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텅 비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은 각자 지역 대표 발언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앉았다. 전북 청소년들은 '애들이 봐도 아는 개판인 나라 꼴'이라는 현수막을, 경기 청소년 일동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북 청소년은 '꼭두박씨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전남 청소년은 '우린 순실 말고 진실을 원합니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 11.12 전국 청소년 시국대회에 참여한 청소년들. ⓒ프레시안(이대희)

간디학교 학생들의 율동에 이어 대표 청소년들이 시국 선언문을 낭독했다. 청소년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인 교육마저 무너뜨렸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측근들에게 제공한 특혜는 우리 청소년의 노력과, 이 길에서 죽어간 수많은 친구들과, 고통과 눈물을 모독하고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청소년 또한 주권자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시국에 대한 분노의 행렬에 동참"했다며 "이제 박근혜 정권은 분노에 찬 우리 청소년의 외침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은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과 같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역사의 순간에 우리 민중과 청소년이 독재정권에 맞서 국민이 주인 되는 대한민국을 지켜 내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이 시간을 기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경기 이천에서 올라온 김명준 학생(중학교 3학년)은 "선배들이 피로 얻어낸 민주주의를 박근혜 정부가 하루 만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우리도 선배들처럼 거리로 나와 현 정권과 맞서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학생은 청와대로 향하는 집회 행렬을 막는 경찰을 두고 "경찰은 국민의 안녕을 보호해야지, 정권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강원 춘천에서 올라온 김재희 학생(고등학교 2학년)은 특히 종북몰이에 나서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두고 "여러분께 대신 사과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재희 학생은 "지방 학생일수록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며 "겁내지 말고 각자 목소리를 내 달라"고 말했다.

수능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도 무대에 올랐다. 대구에서 올라온 우지원 학생(고등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3학년이 제 배후 세력이고, 1번을 뽑고는 하루 12시간 뼈가 으스러져라 일 하시는 저희 어머니가 제 배후 세력이며, 국정 농단에 놀아난 5000만 국민이 제 배후 세력"이라며 청소년의 움직임을 두고 종북 몰이를 하는 이들을 비꼬았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부통령'으로 칭하며 "질척거리지 말고 당장 방 빼시라"며 "더는 대통령도 뭣도 아니"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주최 측도 "오는 19일에는 수능도 끝나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재수생, 삼수생도 거리로 나올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더 시간 끌지 말고 빨리 하야하시라"고 촉구했다.

▲ 서울광장을 향해 종로 일대를 시가행진하는 집회 참여자들. ⓒ프레시안(이대희)

오후 5시께 집회를 마친 이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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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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