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셀프 책임 총리', 박근혜 속내는?

총리 지명자가 스스로 '책임 총리' …朴은 한마디도 안 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책임 총리'를 자청한 데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 내정자의 발언은 모순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도록 한 헌법을 인용하면서 스스로 '책임 총리'라고 규정한 모양새다. 헌법상 책임 총리를 규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김 내정자는 3일 기자 회견에서 사실상 '셀프 책임 총리'를 자처했다. 박 대통령은 김 내정자의 권한 등에 대해 단 한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결국 이번 김 내정자의 소감 발표는 앞뒤가 뒤바뀐 것으로, 스스로 '셀프 책임 총리'를 주장한 수준에서 그쳤다. 박 대통령이 먼저 책임 총리에 대한 설명을 내놓고, 김 내정자가 소감을 밝히는 게 맞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청와대 정진철 인사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내치, 외치 부분은 청와대에서 나간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수석은 "보도에 나오는대로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이 하는 식의 구분이 현행 헌법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김 내정자가 설명한 '책임 총리'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앞서 <연합뉴스>는 전날 청와대 관계자가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줘 내치를 새 총리에게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총리가 헌법에서 규정된 정치적 권한 이상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정 수석은 물론, 김 내정자 본인이 직접 밝혔듯이 책임 총리의 역할은 결국 '대통령 결재 라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치 문제에 있어 박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하는 것"이라는 전날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도,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황을 따져보면, 박 대통령은 권력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김 내정자 인선 배경도 여전히 의문이다.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는 지난 30일 총리직 제안 때 만난 이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의견 교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원종 비서실장 사퇴 후 비서실장 대행 격이었던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전날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김 내정자 인선 발표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히는 등 웃지 못할 답변을 하기도 했다. 김 수석 역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독대를 단 한차례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실소를 자아냈다.

박 대통령의 인사 배경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또 다른 '비선'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라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김 전 실장이 막후에서 정무 기획을 주무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물론 김 전 실장은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르면 4일 검찰 수사 여부, 총리 권한 여부 등에 대해 직접 기자 회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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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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