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朴 버리고 '난파선'서 뛰어내렸다

이승철 부회장 "안종범이 모금 지시"…안종범은 박근혜가 지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모금을 지시했다는 결정적 증언이 나왔다. 그것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핵심 관계자의 입에서다. 특히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해 왔던 데 비춰보면,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도덕성이 붕괴되고 있는 셈이다.

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최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조사 과정에서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에 힘을 써 달라'고 지시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경제정책을 관장하는 청와대 핵심 인사의 부탁에 'NO'를 할 수 있는 인사는 없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 그는 국회 국정감사 등에 출석해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한류 덕을 보면서 문화 사업에 기여한 게 없다는 지적에 따라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고 설명해 왔다. 또한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출연 규모나 방법 등이 거의 결정됐을 시점에 알려줬을 뿐 사전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었다. (☞관련기사 : 朴 대통령, 청와대 주도 미르·K재단 설립 시인)

이 부회장이 결국 국회에서 위증을 한 셈이다. 최 씨의 국정 농단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최 씨가 언론 전면에 등장한 상황에서 더이상 '거짓말'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결국 난파선에서 뛰어내리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안 전 수석이 전경련에 모금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이 자신의 제안에 따라 설립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해 2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실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가 있고, 또한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즉 지난해 2월과 7월에 박 대통령이 전경련 등에 투자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두 재단이 지난해 10월(미르재단), 올해 1월(K스포츠재단)에 설립된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된다. 안 수석의 직속 상관이 박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 역시 직권 남용 의혹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은 헌법상 재임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저명한 헌법학자이자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진박' 인사인 정종섭 의원은 자신의 저서 <헌법학 원론>에서 "시간이 지나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우므로 대통령의 재직 중에 행해진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언제나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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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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