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백남기 유족에 '병원비 2억'도 물릴 건가

'과잉 진압' 사망 국민…노무현의 길 vs. 이명박의 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다친 국민이 있다면, 치료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건복지부는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치료받았다면,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조건이 있다.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질의해 1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가해자가 확정되지 않아 구상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답변했다. 복지부는 "부상 원인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을 보고 구상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2015년 11월 14일부터 2016년 7월 31일까지 백남기 농민의 진료비는 총 2억2365만 원이 나왔다. 이 중 1억8293만 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대학교 병원에 지급했다. 2016년 8월 1일부터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둔 9월 25일까지 진료 내역은 심사 중이라 제외한 금액이다. 9월 25일까지 계산하면 2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에도 경찰이 구조하려는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노무현 "농민 죽음 사죄"…건보공단, 국가에 구상권 청구

국민건강보험법상 '외상' 환자의 치료비는 가해자가 내야 한다. 구상권 행사와 관련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노무현의 길이고, 또 하나는 이명박의 길이다.

고(故) 전용철 농민은 2005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쌀 개방 반대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전용철 농민의 치료비 459만 원에 대한 구상권을 국가(법무부 장관)에 청구했다.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시위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이 두 분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 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번 더 다짐하고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매우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책임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치료비 환수

이명박 정부 들어 양상은 달라졌다.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건강보험금을 되레 환수 조치했다. 국가 폭력으로 다친 것도 억울한데, 건강보험이 적용된 치료비까지 물어내라고 한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은 2009년 1월 용산 참사 당시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 3명에게 405만 원을, 2009년 8월 정리 해고에 반대해 파업했던 쌍용자동차 해고자 2명에게는 846만 원을 환수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 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건강보험공단은 용산 참사에서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이 "경찰 진압에 맞서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검찰은 사건 3주일 만에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었고, 경찰의 진압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었다"는 수사 결과를 냈는데, 건강보험공단은 검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게는 "불법 점거 농성이라는 것을 알고 참여했기 때문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 해고자였던 ㄱ 씨는 당시 공장 옥상에 있다가 여러 명의 경찰에게 둘러싸여 곤봉과 방패로 폭행을 당했는데, 정부가 '위험한 줄 알고도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가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 서울대학교 병원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 ⓒ프레시안(최형락)

"백남기 농민 진료비 2억 원, 국가에 구상권 청구해야"

백남기 농민 사건을 대하는 수사 기관의 태도는 용산 참사 때와 닮았다. 이철성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진압을 지휘했던 용산 참사 당시에도 수사 기관은 '유가족 동의 없는 부검'을 진행해 비판받았다. 검찰은 용산 참사 유족들에게 시신을 인도하기도 전에 '변사체'로 규정해 '몰래' 부검했다. 백남기 농민 유족들도 "검찰의 부검은 이른바 '빨간 우의'의 범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이철성, 용산 추모 시위에 "전쟁이라면 맘껏 진압")

박근혜 정부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노무현의 길을 걷는다면, 건강보험공단이 서울대학교 병원에 지급한 2억 원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다. 이명박의 길을 걷는다면, 이 돈을 고스란히 유가족들에게 청구할 수도 있다. 금태섭 의원은 "사건 현장을 촬영한 여러 CCTV와 동영상이 있는 상황에서 300일이 넘도록 사건을 결론 짓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이 국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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