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황해 경제권'이 뜬다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제3의 경제발전 축: 환발해만 경제권역

중국의 제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보다는 균부론(均富論)에 입각하여 국가 정책의 무게중심을 균형 성장에 맞추었다. 그 일환으로 남부연해와 동부연해 발전에 치우쳤던 80년대와 90년대의 경제발전 구도를 북부연해, 즉 환발해만 지역으로 끌어올려 지역 간 균형 성장을 시도했다. 80년대 남부연해의 4개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경제 발전 구도가 장쩌민 시대에 상하이 푸동을 정점으로 하는 동부연해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후진타오 시대에는 북부연해 지역인 환발해만으로 북상한 것이다.

제3의 경제발전 축으로 발전 중인 환발해만 지역

중국의 점진적 발전 전략에 의한 발전 구도는 남에서 북으로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형상을 그렸다. 그래서 우리는 남부연해인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지역을 제1의 경제발전축, 동부연해인 장강삼각주(長江三角洲) 지역을 제2의 경제발전축, 그리고 북부연해인 환발해만(環渤海灣)지역을 제3의 경제발전축이라 부른다. 물론 제4, 제5의 경제발전의 축이 환발해만 경제발전축을 이어 동북3성 지역으로, 다시 중부 내륙으로 옮겨 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발해만 지역은 흔히 베이징과 톈진, 그리고 허베이성과 산동성, 랴오닝성을 포함하여 발해만을 감싸고 있는 연해 지역을 가리킨다. 지역의 면적은 52만여㎢로 남한 면적의 5배가 넘는다. 인구 또한 2억2900만 명으로 중국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다. 만약 동북 3성에 속하는 랴오닝성을 포함하지 않고 북부연해 권역만 계산해도 38만㎢의 면적에 1억87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이니 우리 남한의 4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규모는 주강삼각주 지역과 장강삼각주 지역을 훨씬 능가한다.

이러한 규모의 환발해만 지역은 2006년부터 시작된 제11차 5개년 계획을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발전 전략과 이어졌다. 그렇게 텐진의 빈하이 신구(濱海新區)를 성장 거점으로,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텐진, 허베이)를 핵심 지역으로 삼아 랴오둥 반도와 산둥반도를 양 날개로 하는 환발해만 경제권 발전 전략이 구체화되었다. 주강삼각주 지역이 4개 경제 특구를 성장거점으로, 장강삼각주 지역이 상하이 푸동지역을 성장 거점으로 삼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환발해만 경제권은 텐진의 빈하이 신구를 성장 거점으로 삼았다.

▲ 톈진 빈하이 신구 중심지의 모형. ⓒwikimedia.org

환발해만 경제권역의 특징

환발해만 경제권역은 북쪽의 단동(丹東)에서 남쪽의 칭다오(靑島)까지 약 5,800㎞에 달하는 해안선을 갖고 있으면서 바다 건너 한반도와 일본을 마주하고 있는 동북아의 요충이다. 긴 해안선을 따라 40여 개의 항구와 다롄, 칭다오, 옌타이와 같이 연간 천만 톤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항만을 6개나 갖고 있다. 육상 교통 역시 이에 못지않게 밀도 높게 형성되어 전체적으로 교통과 물류의 편리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산업 기반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에너지, 철광석, 비철금속, 화학원료, 건축자재 등 5대 광물자원의 집산지이기도 하고 원유와 석탄의 매장이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개혁개방 이전부터 중화학공업이 발달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대형 국유기업 수가 비교적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고급 인력이 많아 첨단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유리한 지역이기도 하다. 380여개의 대학과 과학기술자를 포함한 고급 인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의 경우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과 많은 연구소, 첨단 산업 우수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 중관춘이 중심이 되어 첨단기술 산업단지를 구축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지역의 단점도 있다. 환발해만 지역은 주강삼각주 지역이나 장강삼각주 지역과는 달리 각자 독립적인 세 개의 경제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통일적 역량을 발휘하기에 불리하다. 화베이를 대표하는 징진지(京津冀) 경제권, 동베이(東北)의 랴오둥반도 경제권, 화동의 산동반도 경제권이 각각 독립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어 환발해만 경제권역으로서 동일한 정체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물이 부족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한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비록 남수북조(南水北調) 계획을 통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이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발해만으로 뻗어있는 톈진의 항구 지도. ⓒwikimedia.org

'환황해 경제권'에 주목하자

중국 정부의 균형 성장 정책의 추진과 외국 자본의 유입, 그리고 바다 건너 한국과 일본의 존재는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할 것이다. 후진타오 정부는 동부연해 지역 중 상대적으로 낙후했던 환발해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했다.

최근 시진핑 정부에서도 징진지 발전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는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환발해만 경제권역의 실질적 발전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화교 자본을 비롯한 외국 자본 역시 이곳 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제3의 경제 발전 축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과의 국제 분업을 통한 환황해 경제권의 발전 또한 이 지역 발전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염가 노동력과 거대시장을 찾아 이 지역에 투자하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증가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상호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고 국제 분업이 가속되는 형세는 분명 환발해만 경제권역의 미래를 담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형세가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부정적 대립보다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쌍방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긍정적 사고로 '환황해 경제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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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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