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민들, 새누리 탈당…"사드배치에 배신과 분노"

[언론 네트워크] 시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은 전원 당적 유지

경북 김천의 새누리당 당원 278명이 사드배치에 반발해 집단 탈당했다. 그러나 박보생 시장과 시.도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은 단 한명도 탈당하지 않아 군의원 절반이 탈당한 성주군과 대조를 보였다.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공동위원장 이순식 김대성)'은 26일 오후 새누리당 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북 어디에도 사드를 들여놓을 수 있다는 오만함과 민심에 대한 철저한 무시를 두고 볼 수 없다"며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며 그동안 지지해온 새누리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 (왼쪽)이순식 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이 김천 새누리당 당원 278명의 탈당계를 (오른쪽)이달희 경북도당 사무처장에게 전달하고 있다(2016.9.26.새누리당 경북도당) ⓒ평화뉴스(김지연)

이들은 "지역 민심을 대변하라고 뽑은 선출직 공직자들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적을 유지한 채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박보생 김천시장을 비롯해 김천시·경북도 기초의원들에게도 즉각 탈당을 촉구했다. 또 사드배치를 지역 주민 모르게 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철우 의원에 대해서는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김천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83.41%(경북 평균 80.82%)의 지지율로 당선시켰다. 김천의 선출직 공직자는 박보생 시장과 이철우 의원을 비롯해 시의원 17명, 경북도의원 2명 등 모두 21명으로 이 가운데 김천시의원(이우청, 이진화, 박희주, 나영민) 4명을 제외한 17명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새누리당 지지를 후회하는 김천시민의 피켓(2016.9.26) ⓒ평화뉴스(김지연)

특히 시의원 17명은 '성주CC사드배치반대 김천투쟁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나 자문위원을 맡고 있지만 아직까지 탈당에 동참한 새누리당 소속의원은 한 명도 없다. 성주의 경우, 군의원 8명 가운데 절반이 탈당했고, 탈당파 4명(곽길영 김명석 배명호 백철현)은 현재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김천시의원인 백성철 '성주CC반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탈당해서 해결될 일이면 하겠지만 꼭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아들이 집을 나가버리면 되겠는가. 지역정서로 인해 말을 아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김천시민들의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2016.9.26.새누리당 경북도당 앞) ⓒ평화뉴스(김지연)

또 "사드배치는 피해지역이 성주나 김천이냐는 하는 지역이기주의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적 합의와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함에도 정부 여당은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지역의 생존권과 한반도 평화에 도움 되지 않는 일방적 사드배치에 새누리당은 사드찬성 당론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순식 공동위원장은 새누리당 경북도당 이달희 사무처장을 비롯해 당직자들과 면담을 갖고 278명의 탈당계를 전달했다. 김천 당원들의 탈당계를 전해 받은 이달희 사무처장은 "사드배치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면서 "도당에서는 결정권한이 없다. 중앙당에 당원들의 뜻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사드배치 3부지로 성주 초전면의 롯데CC 골프장이 거론되면서 인접 지역인 김천 농소면과 남면 주민을 비롯한 김천시민들은 지난달 23일부터 37일째 사드반대 촛불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새누리당 탈당', '사드 말고 평화', '새누리 OUT' 등의 문구가 적힌 박을 깨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새누리당에 대한 배신과 분노를 표현했다.

▲ '엄마아빠가 지켜줄게, 사드배치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김천시민(2016.9.26.새누리당 경북도당 앞) ⓒ평화뉴스(김지연)

이순식 공동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김천뿐 아니라 TK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각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7년간 새누리당 책임당원이었던 박재호(47.농소면)씨는 "한 달 넘게 사드반대를 외친 김천의 민심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온갖 말로 표를 얻어가더니 이제 와 김천을 버렸다. 할 수 있는 것은 탈당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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