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진단서, 경찰이 병원에 압력 가한 듯"

[인터뷰] 신경외과 전문의 김경일 서울시립동부병원 전 원장

물대포를 맞은 뒤 317일 동안 의식불명에 있다가 사망한 백남기 씨. 그가 과연 '병사(병으로 인한 사망)'로 사망한 걸까. 서울대병원은 지난 25일 사망한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 '외인사(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가 아닌 '병사'로 그가 사망했다고 명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에 이송될 때의 백 씨 병명과 주치의가 밝힌 사인(死因)이 다르다며 전문의 부검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 '지주막하 출혈'로 기록돼 있었으나 사후 사인은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로 돼 있다는 게 이유다.

부검을 통해 고인 죽음의 원인을 밝히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6일 경찰의 부검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경찰은 곧바로 다시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27일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에 부검을 해야 하는 합리적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신경외과 전문의) 김경일 서울시립동부병원 전 원장은 이러한 경찰의 행태를 두고 "몽둥이로 개 패듯 패서, 다리를 부러뜨려놓고는, 왜 부러졌는지 원인을 찾겠다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병사' 진단을 내린 서울대병원 측을 두고 "압력이 가해진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경일 전 원장이 보기에 "(백 씨의 사망진단서는) 평생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례"라며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26일 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故) 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 ⓒ프레시안(최형락)

"서울대병원, 경찰을 배려한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백남기 씨의 상태를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에 맞고 병원으로 후송된 때부터 잘 알고 있다고 들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김경일 : 신경외과의인지라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백 씨의 뇌 영상, CT 등을 다 검토했다. 백 씨의 사인을 두고 급성경막하 출혈이라고 진단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10배 이상 심각했다. 내가 진단했다면 '중증다발성 뇌손상'이라고 진단했을 거다.

CT 소견서를 보면 오른쪽 뇌 부분에 급성경막하 출혈이 있었다. 격막이 뇌를 얼마나 심하게 눌렀는지 뇌 중심선을 반대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도 질겨서 '경막'이라고 불리는 막이 찢어져 여기저기 공기 방울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뇌를 둘러싼 뼈는 오른쪽으로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리고 뒤까지 골절을 보였다. 눈을 둘러싼 부위에도 금이 가 있었다.

프레시안 : 당시 서울대병원 의료팀은 백 씨가 위중한 상황이라며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 뒤 열 달 동안 병상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지난 25일 사망했다.

김경일 : CT 소견서만 보더라도 이분 상황은 이 사건으로 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술을 안 했으면 곧 죽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같은 신경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 당시 주치의라면 수술을 했겠나.

김경일 :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 상황에서는 안 하는 게 맞다. 겨우 생명을 연명하는 정도다. 그러면 가족에게 수술을 권유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하지만 서울대병원에서는 수술을 했다.

김경일 : 그 점이 나도 의아하다. 서울대병원 측도 처음에는 수술을 안 하려 했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다 이야기했다. 그런데 중간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백 씨의 팔을 꼬집으니 꿈틀거린다는 거였다. 하지만 반사작용으로도 꿈틀거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보여주면서 하자고 했다. 수술에 회의적이던 병원이 갑자기 수술에 적극적으로 나왔다.

프레시안 :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경일 :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술을 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판단의 몫이다. 이 사람을 살리지는 못해도 연명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그거밖에 없었으니깐 했던 것이다. 갑자기 사람이 죽으면 유가족의 슬픔도 크다. 하지만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슬픔이 그것만큼 누그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는 가해자, 즉 경찰을 '배려'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후 일주일 만에 죽느냐, 곧바로 죽느냐에 따라 가해자의 형량이 달라진다. 연명 기간이 길면 형량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연명 수술을 하자고 했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백 씨가 병원에 온 뒤, 사안을 보고 수술을 할 수 없다던 의료진이 어디선가 압력을 받고 연명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인가.

김경일 :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래도 유가족이 동의해서 수술한 게 아닌가.

김경일 : 당시 가족들의 공포, 불안 등을 이용하면 동의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레시안 : 만약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논란인 '병사', '외인사' 논란 없이 고인의 사인은 '외인사'가 되는가.

김경일 : 맞다. 그런데 연명하는 수술을 했다. 그리고 10개월 후 죽었다.

ⓒ프레시안(최형락)

"'대부분 경우, 병사라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명확한 사인이 있는데도 왜 '병사' 진단이 내려진 것인가.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은 정확히 어떻게 명시돼 있나.

김경일 : 10개월 동안 연명하는 도중에 신장에 문제가 생겼고 신장병이라는 게 생겼다. 그래서 고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으로 '심폐정지' 그리고 그 원인으로 '급성신부전'이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급성신부전'의 원인으로 '급성경막하 출혈'이라고 적시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급성신부전'은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다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병이다. 그럼에도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을 '병사'라고 명시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경찰은 이러한 사망진단서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병사', 그리고 '급성신부전'만 가져간 뒤, 병원 이송 때 진단받은 것(뇌출혈)과 사인이 다르다며 부검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인 듯하다. 병원에서는 왜 명확한 '외인사'를 '병사'라고 명시한 것인가.

김경일 : 의사들 입장에서는 뇌손상 관련해서 처음 수술한 걸로 모든 치료는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뒤 이어진 의식불명 시간 동안 신경 쓰고 치료해온 것은 신장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다 신장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게 됐다. 그래서 '병사'로 한 듯하다.

프레시안 : 그렇다 하더라도 뇌손상이 없었으면, 그리고 물대포에 맞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병 아닌가.

김경일 : 그렇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신장이 문제였고, 그에 따른 '병사'였다면 백 씨의 주치의는 신장 전문의여야 하고 백 씨는 신경외과에서 신장을 담당하는 과로 전과해야 했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신경외과 의사였다. 전과도 하지 않았다. 사망진단서도 신경외과 쪽에서 쓰지 않았나.

프레시안 : 서울대병원 측에서 병사라고 명시하면서 논란이 가열된 듯하다. 경찰이 이를 빌미로 부검을 하려는 듯하다.

▲ 강신명 전 경찰청장. ⓒ연합뉴스

'나도 (고인 사안과) 비슷한 청탁을 받은 적 있다"

프레시안 : '병사'라고 명시한 데에는 지금 말한 논리적인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을 듯하다. 누군가의 상당한 외압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김경일 : 일리 있는 이야기다. 고인의 경우, 보통 사망진단서에 직접 원인으로 '뇌출혈'로 하나 쓰고 '외인사'로 명시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아마 예상컨대 백 씨의 진단서를 쓴 이는 전문의 중 가장 하급, 예를 들어 '펠로우'라든지 하는 이가 썼을 것이다.

프레시안 : 상급 의사가 '병사'를 지시했다는 이야기인가. 왜 그런 건가.

김경일 : 상급 의사의 위, 그리고 그 위의 누군가가 압박을 받지 않았겠나. 백 씨 관련해서는 경찰 상층부가 연루돼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신경외과 전문의 생활을 하면서 그런 외압을 받은 적 있나.

김경일 : 나도 그런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의사의 선택이다.

프레시안 : 명확한 '외인사'를 '병사'로 한 것은 의사 직업윤리에도 어긋나는 게 아닌가 싶다.

김경일 :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분들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한다면, 어쨌든 이분들은 고인의 부검을 거부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게 무슨 말인가.

김경일 : 부검을 할 경우는 매우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다. 즉, 밀실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치자. 그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몸에 상처가 하나도 없다고 할 경우, 부검을 한다. 왜 죽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왜 죽었는지를 알면 부검할 이유가 없다. 고인의 경우 사인이 너무나 명확하지 않나. 그래서 압력에 의해 '병사'로 표시했어도 부검으로까지는 가지 않으리라 판단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만약 부검을 하도록 했을 거면 사인을 '원인불명'으로 명시했을 것이다. 그러면 부검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그건 너무 노골적인 듯하다.

김경일 : 맞다. 그래서 의사의 자존심도 세우고, 압력을 가하는 세력의 위신도 세워주는 방법으로 '병사'를 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백 씨 사안에서 정말 드물게 '병사'라는 사망원인이 나온 것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경찰은 부검을 고수하고 있다.

김경일 : 그렇다. 여기서 문제는 경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자기네가 한 짓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부검을 하자고 돌려 이야기하는 듯하다. 지금 경찰의 행태는 몽둥이로 사람을 개 패듯 패서 다리를 부러뜨려놓고는, 왜 부러졌는지 자기네들이 원인을 찾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만약 그렇게 팬 것을 아무도 못 봤으면 그럴 수 있겠지만 모두가 다 보지 않았나. 그런데도 이러고 있다.

프레시안 : 아무쪼록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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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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