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꼴이 걱정되면,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프레시안 books]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인구수를 고스란히 유지하려면, 기대 수명 등의 변수를 모두 제거했을 때 부부가 두 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 1+1=2가 되어야 딱 맞아떨어진다. 그 이하면 장기적으로 인구는 줄어든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1.24명이다. 1+1이 2가 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꼴찌다. '인구 절벽'이란 용어가 신조어처럼 언론을 휩쓴 까닭이다. 본격적으로 늙은 우리의 이웃이 일본이다. (한국보다 사정이 낫지만) 출산율이 1.46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상황은 한국과 판박이다. 출산율이 낮고,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난다. 2010년 일본의 생애 미혼율은 남녀 각각 20%, 11%다. 2030년이면 이 수치가 30%, 23%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출산 여성은 경력 단절을 겪고, 직장인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여성의 생애 기대 임금 수준이 M자형을 그리는 몇 안 되는 희귀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출산 후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어 기대 임금이 줄어든다.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 인구의 22% 정도다. 일본의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은 1729시간으로, 한국(2285시간), 멕시코, 그리스, 러시아, 미국 다음으로 OECD에서 길다.

간단히 말해, 각종 출산 방해 요인에서 한국보다 조금 더 나은 사회가 일본이다(한국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OECD 최악에 가깝다.). 일본이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전체의 26.7%(2015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는 점에서, 출산율 감소는 이중의 부담을 낳는다. 노동 인구 감소는 소비 감소, 복지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저출산 문제는 한국과 일본 공통의 고민이다. 정부가 저출산 보완 대책을 내놓은 지난 8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0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관람을 마친 시민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고자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자 정부는 '1억 총활약 사회'의 기치 아래 합계 출산율을 1.8명으로 끌어올리는 걸 정책 목표로 세웠다. 유급휴직을 기존 1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했고, 신혼 주말 부부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연 합계 소득 300만 엔 이하인 저소득 신혼부부에게는 최대 18만 엔의 지원금도 지급한다. 기업도 장기 소비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대책에 동참했다. 게이단렌은 야근 줄이기 문화를 도입하고, 남성의 육아 휴직도 적극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대책이 나와야만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리라는 따끔한 목소리도 나온다. 사토리 세대를 조명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희망난민>(이언숙 옮김, 민음사 펴냄)을 쓴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신간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한연 옮김, 민음사 펴냄)에서 아베 정부의 대책이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다고 비판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뿐더러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사회 안정화까지 가져올 중요한 대책이 있는데 왜 이를 보지 못하느냐고 저자는 일갈한다. 그 대책은 보육원(어린이집) 의무 교육화다.

일본의 보육원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3월 보육원 추첨에서 떨어진 한 아이 엄마가 "보육원에서 떨어졌다. 일본은 죽어라!"고 쓴 글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보육원에 일찍 들어가고자 일시적으로 이혼하는 부부가 사회 문제될 지경이다(한부모 가정 유아가 보육원에 우선 입소할 가능성이 크다).

제 때 보육원에 들어가지 못한 일본의 대기 아동은 2014년 기준 4만3000명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믿기 어렵다. 아이를 보육원에 맡길 수 있다면 다시 일하고 싶다는 전업주부의 의사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관련 분야 전문가 의견을 빌려, 실질적인 대기 아동 수는 최대 300만 명 이상이리라고 본다.

책의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다. 보육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당장 주부가 유아 보육과 교육을 정부의 손에 맡길 수 있다.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전업주부는 계속해서 양질의 노동력을 사회에 제공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사회화를 경험한 유아는 커서도 더 안정적인 사회인으로 자라나길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들어 독자에게 설명한다. 나아가, 당장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보육원에서 일할 노동자 고용도 늘어난다. 여러모로 사회에 확실한 투자인데, 왜 안 하느냐며 저자는 답답증을 호소한다.

책에서 저자는 일본 사회가 사실상의 유아 교육 의무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중요한 원인으로 모성 본능 신화 아래에 엄마에게 육아 책임을 온전히 떠넘기는 일본 사회 분위기를 든다. 일본 남성이 육아에 들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9분에 불과하다. 이 대목은 특히 일본과 같은 고민을 안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도시화가 완료된 일본은 과거처럼 마을 공동체가 육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유아 보호와 교육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다. 갓난아이가 밤새도록 울어도 엄마의 책임이고,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떠들어도 엄마 잘못이다. 정답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엄마는 고립된 상태에서 한 생명을 관리하라는 막중한 사회적 압력 아래에 놓인다. 과도한 책임을 엄마에게 지우는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돈을 주는 식의 지원책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공포인데, 어떻게 출산 욕구가 생기겠는가.

▲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민음사 펴냄). ⓒ민음사
저자가 유아 무상 교육, 곧 보육원 의무 교육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엄마의 짐을 정부가 함께 지자는 얘기다. 저자는 선진국 중 가장 출산을 많이 하는 나라인 프랑스가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해서 성공했다는 사례를 들어 독자를 설득한다. 설득력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를 돌아보지 않고, '초식남이 늘어나 사람들이 섹스하지 않으니 아이가 안 생긴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일삼는 일본의 이른바 전문가들을 거세게 비판한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특유의 입담이 보기 좋게 묻어난 데다, 분량이 두껍지 않아 들고 다니며 읽기 좋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기도 하다. 지금 출산율이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까닭은,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점 때문이지, '내 미래'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나라가 필요해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길 원한다면, 당연히 육아 책임은 나라가 져야 한다. 개인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

책을 읽고 나면 한국 보육의 현실도 돌아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0~5세 영유아를 국가가 완전히 책임진다는 무상 보육, 무상 유아 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저자가 일본에 요구한 바로 그 정책이다. 당연히(?) 구호로만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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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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