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167억 원 버는 게 작은 목표? 누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커지는 중국 내 빈부 격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얼마 전 중국 내 최고 부자인 완다(万达)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누리꾼으로부터 공분을 사 뭇매를 맞았다. 이유는 명사(名士)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는 <루위의 초대, 명사의 하루(鲁豫有约大咖一日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젊은 청년들에게 한 충고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부터

그는 "요즘 청년들은 단순히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되고 싶다고만 할 뿐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작은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예를 들자면, 3년, 혹은 5년 이내에 1억 벌기와 같은 작은 목표 말이다"라고 충고했다. 이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부터 하나하나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귀감이 되는 말로 딱히 공분을 살 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왜 누리꾼들로부터 공분을 산 것일까? 그건 바로 그가 작은 목표라고 제시한 "1억 위안" 때문이다. 1억 위안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67억 원이다. 그야 말로 '억' 소리 나는 금액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 18위 억만장자로, 자산이 약 339억 달러(한화 37조 8324억 원)에 달하는 왕젠린에게는 작은 목표일 것이다. 더욱이 그는 사업 시작 후 3년 만에 1억 위안을 벌어들인 경험이 있으니, 이에 비추어 볼 때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요즘 중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렇게 경솔한 예를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중고속 경제 성장인 신창타이(新常态)에 접어들면서 취업난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취업 경쟁도 치열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졸 초임 평균 연봉(2015년도 기준)이 약 4만8000위안(약 800만 원)이다. 이런 이들에게 1억 위안은 평생 벌어도 모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결코 작은 목표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청년들에게 던진 충고의 메시지임에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상대적인 박탈감만 느끼게 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기성세대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빈부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은 비단 청년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도 느낀다. 심지어 이들은 "모두가 못 살던 마오쩌둥(毛泽东) 시절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빈부 격차는 개혁 개방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1979년 중국 가구당 1인 소득의 지니계수는 0.3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혁 개방으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가구당 1인 소득의 지니계수는 1988년 0.382, 1994년 0.434, 1997년 0.457, 2015년 0.462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0~1의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뜻하며 0.4를 초과하면 소득 분배가 상당히 불평등하다고 본다. 이를 중국에 대입해보면 개혁 개방 이후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 분배의 불평등은 심각해졌다고 볼 수 있다.

세계 부자 동향을 분석하는 뉴 월드 웰스(New World Wealth)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두 번째로 큰 나라라고 한다.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로 영예를 안았다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빈부 격차가 큰 걸로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즉 국가 경제가 비대해지면서 부가 일부에게만 집중되고 빈자와 부자의 격차는 날로 커져만 간 것이다.

▲ 지난 2011년 중국 남부 광둥 성 루펑 시의 우칸이라는 한 어촌 마을에서 토지 강제 수용에 반발한 주민들이 지방 당 간부들과 공안 세력을 모두 몰아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고도 성장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상대적 박탈감, 도시보다 농촌이 더 심각

빈부 격차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도시 주민보다 농민이 심각하다. 2015년 베이징(北京) 대학교가 발표한 <중국 가구 재산 조사 보고(中国家庭财富调查报告)>에 의하면 도시와 농촌의 가구당 1인당 재산이 각각 208,317위안과 64,780위안으로 격차가 3.22배에 달한다.

이에 대한 주요 요인은 중국의 호구 제도와 토지 제도에 기인한다. 중국의 인구는 호구 제도에 따라 도시 인구와 농촌 인구로 구분이 되고, 토지는 토지 제도에 따라 도시 토지와 농촌 토지로 구분된다. 그리고 도시 주민이 농촌 토지 이용에, 농촌 주민이 도시 토지 이용에 제도적 제약이 있다.

이렇게 이분화된 제도하에서 도시 토지는 담보로 금융권 대출이 가능하며 농촌 토지는 불가하다. 이러한 토지의 특성이 도시와 농촌의 심각한 빈부 격차를 낳은 것이다. 즉 도시 주민은 부동산을 담보로 투자금을 확보하여 경제 성장과 함께 호황을 누린 부동산에 투자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농촌 주민은 그럴 수 없었다.

도시 주민 재산의 80%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본인의 노력보다는 제도적 차이로 인해 이러한 부를 거머쥔 그들의 부가 농촌주민에게는 많이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몇 해 전부터 호구 제도를 폐지해 나가면서 농촌 토지를 개혁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국가보다 국민이 부유해져야 진정한 강국

춘추 시대 제나라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관중의 '중상주의'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관자>는 "백성이 먼저 부유해져야(必先富民) 나라가 부유해지고 강해진다(富國强兵)"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가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커진다고 해도 국민이 부유하지 못하면 진정한 강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먼저 부유해져야 한다.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빈부 격차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양국 모두 나라 곳간을 채워 부국(富國)을 이루기에 앞서 국민의 곳간을 먼저 채우는 부민(富民)을 이뤄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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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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