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미얀마의 수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내전을 종결하기 위한 평화회의가 열렸다. 미얀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평화회의인 ‘21세기팡롱회의’의 개막식에는 1000여 명이 넘는 관중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미얀마의 국가수장 아웅산 수치, 미얀마 총사령관 민아웅랑의 연설을 지켜보았다. 이번회의는 새정부 출범 후에 열린 최초의 평화회의로 많은 대내외인사들이 아웅산 수치 정부에 보내는 관심과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역사적 상징성에 비해 결실 없이 회의가 끝났다는 분석이다.
미얀마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은 남다르다. 평화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두행진이 전국에서 열렸고 소셜미디어에도 격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아웅산 수치는 평화를 염원하는 민심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개회식연설에서 “매번 평화회의가 열릴 때마다 국민들은 염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우리는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에 출범한 민주정부는 오랜 내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작년 9월에 있었던 정전협정이 반쪽짜리 성공으로 끝난 이후 현재까지도 미얀마의 국경지방에서는 반군과 정부군과의 전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군사 정부에서 민간인 정부로의 전환으로 집권했던 지난 정부는 내전 종식을 위한 첫단추인 정전협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내전의 규모와 사상자, 민간인 피해자는 군정 때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하고있다. 올해부터 타앙 소수민족 반군이 사실상 활동 재개를 선언하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북부 샨 지방은 다시 내전에 휩싸이게 되었다.
국내외의 기대와 염려 속에 개최된 21세기 팡롱회의는 실패도 성공도 아닌 불확실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회의에는 2014년부터 활동을 재개한 3개의 반군단체는 초대장도 받지 못했다.
이에대해 반군연합단체(UNFC)의 대변인 쿠오레는 "만약 정부와 정부군이 정말 평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회의가 끝나자마자 세 반군단체(코캉, 타앙, 아라칸반군)과 협상을 해서 6개월 이후에 있을 다음 회의에는 꼭 참석할수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거기다 미숙한 회의조직으로 회의 첫날에는 의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회의 둘쨋날에는 미얀마 최대 반군이 회의 도중 퇴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만 명의 군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와' 반군은 자신들의 중요성에도 불구 '회의 참관인'으로 등록이 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절단을 회의에서 철수했다.
미얀마평화문제관련 전문가들과 전 정부인사들은 새 민주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염려를 표했다. 민주정부출범에 앞서 새정부인사들의 행정경험부족과 전문성을 약점으로 지적했는데,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역량과 반군단체와의 교섭을 위한 신뢰를 쌓기에는 지난 6개월이라는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샨정당을 대변하는 사이쿤늇은 "이번회의는 역사적인 이벤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에는 더 의미있는 회의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오 소수민족 반군의 수장인 쿤오칼은 "다음 달까지 기다린다고해서 별로 더 나아진 점이 없을 것"이라고 이번회의가 조급하게 개최 되었다는 비판에 응대했다.
미얀마 평화문제의 난제들
미얀마의 평화문제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는 오랜기간 지속된 군사독재, 정부군에 대한 불신과 소수민족 지역의 저개발과 빈곤이라는 복잡한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과 엉켜있기 때문이다.
총18개의 소수민족반군을 모두 포함하는 평화협정을 맺는 것도 난제 중 하나이다. 협상 참가자가 많을수록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운데, 18개 반군의 규모와 정치적 목적, 경제적인 이권이 상이해 일괄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거기다 일부 반군들은 마약 밀거래 등 자연 자원의 밀수와 같은 불법행위에 연루되어 있기도 하다.
지난 반세기가 넘게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정책을 썼던 군부독재는 정부군이 민간인에게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용납해왔다. 현재까지도 소수민족지역주민들은 미얀마 정부군을 강간, 강제노역, 살인 등과 같은 만행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다.
정부군이 가해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앞으로 더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정부군에 대한 민간인의 불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화회의에 최고급 외교사절단이 참석하고 많은 외신의 보도가 이어졌는데 이는 미얀마 평화문제가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표이다. 민주화, 인권신장, 평화도모와 같은 자유민주적 규범이 미얀마에 어떤 영향이 있을 지는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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