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공식석상서 '휘청'…건강 이상설 부각

역대 최고령 후보들 경쟁…미국 대선 최대 쟁점은 건강?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9.11 테러 추모 행사에 참석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예정돼있던 캘리포니아 주 유세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11일(이하 현지 시각) 오전 클린턴 후보는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테러 15주기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클린턴 후보는 1시간 30분 정도 행사를 지켜보다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후 그는 수행원과 경호 요원의 부축을 받아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려 했는데, 이 때 옆으로 휘청거렸고 이 과정에서 인도와 차도 사이에 발이 걸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클린턴 후보는 인근에 위치한 딸 첼시의 아파트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첼시의 아파트에서 나온 클린턴 후보는 기자들이 몸 상태를 묻자 "아주 좋다. 오늘 뉴욕 날씨가 아주 아름다운 것 같다"면서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클린턴 대선 캠프의 닉 메릴 대변인은 "클린턴 전 장관이 9.11 추모식 도중에 더위를 먹어 딸의 아파트로 향했다"면서 "(휴식 후에)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의 기온은 섭씨 30도에 조금 못 미쳤고 습도는 40% 정도였다.

클린턴의 주치의인 리자 발댁 박사는 성명을 통해 클린턴 후보가 폐렴에 걸렸으며 알레르기와 관련된 기침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후보에게 항생제를 투여했고 일정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클린턴 캠프는 오는 12~13일로 예정돼있던 캘리포니아 주 유세를 전면 취소하고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11(현지 시각) 9.11 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잠시 졸도 증세를 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인근에 위치한 딸 첼시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온 클린턴 후보가 기자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혈전에 뇌진탕…끊이지 않는 건강 이상설

클린턴 후보의 건강 이상설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 재임 시절에도 심부 정맥 혈전증과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였다.

미국 방송 CNN은 클린턴 후보의 건강 상태에 대해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주치의인 발댁 박사가 지난해 7월 펴낸 보고서를 인용, 클린턴 후보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계절적 꽃가루 알레르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댁 박사는 해당 보고서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건강한 생활 방식을 지키고 있고 의료 검진도 받았다. 심장 혈관계 질병이나 다른 의학적인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암 검진 역시 음성으로 나왔고 좋은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는 혈전증을 막기 위해 지난 1998년 혈액 희석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받은 바 있다. 또 2009년 팔꿈치 골절로 2시간의 수술을 받았으며, 2012년 12월에는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려 실신,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을 일으켰고 이 와중에 혈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클린턴 후보의 건강 상태와 관련 CNN의 의학 전문 기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산제이 굽타는 "우려할 부분은 있지만 혈전은 해결됐고 당시 사고가 뇌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폐렴은 의심할 여지 없이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정보가 더 없는 상황에서 클린턴 후보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 여전히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클린턴 후보의 건강과 관련 아직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오하이오 주 연설에서 클린턴 후보가 연신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을 때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 부분을 보도하지 않는다며 문제 삼은 바 있다.

그러던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후보의 건강과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자신의 건강 상태 역시 확신할 수 없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은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건강과 관련 최소한의 수치만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트럼프의 주치의인 해럴드 본스타인 박사가 지난 2015년 12월 상당히 많은 정보가 빠져있는 건강 진단서를 공개했다면서, 이는 객관성이 상실된 자료라고 평가했다. 실제 본스타인 박사는 이 진단서를 5분 만에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해당 문서에는 트럼프가 심각한 의료적 문제를 겪지 않았다는 것 외에 건강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는 담겨있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역사상 거의 최고령에 달하는 두 후보의 건강이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는 70세, 클린턴은 다음 달 69세가 되는데, 이는 취임 기준 69세 341일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 사이에서는 두 후보의 건강 상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트럼프 후보뿐만 아니라 클린턴 후보 역시 상세한 건강 기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역대 후보들이 대선 투표일 몇 달 전에 상세한 기록을 공개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행보다. 2008년 대선에 출마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우 1100쪽에 달하는 건강 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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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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