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제고사…제발 좀 내버려둬요!"

[기고]"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오기 전에 멈춰라"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교육을 '미친 교육'이라 말합니다. 교육이 사람 잘되라고, 잘 살아보자고 하는 것인데 오히려 사람을 미치게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정말 현실이 그렇습니다.
  
  누구든 학교를 가면 압니다. 학교는 여전히 콩나물 교실입니다. 그 교실에서 밤늦게까지 사교육에 찌든 아이들은 잠자고, 교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들은 거칠게 놉니다. 공부는 늘 등수로 판가름 나기 때문에 해도 해도 일등과 꼴찌는 정해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포(영어 포기자)들은 열등감, 패배감, 무력감에 얼굴까지 잃어갑니다.
  
  '앞으로 가!'만 외치는 어른들
  
  교육 양극화를 넘어 교육 빈곤화로 치닫고 있는 이 땅에서 90%의 청소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앞으로 가!'만 외치며 공부 공부로 닦달합니다.
  
  10%의 찬란한 성공을 위해, 대학 서열화를 넘어, 특목고 열풍으로 중학생들까지 몸살나게 하더니, 급기야 국제중 설립으로 초등학생들마저 입시 지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입시 대비는 입시철이나 입시 학년을 넘어 초중고 12년 내내 계속됩니다.
  
  입시 공부는 오직 시험치기 위해 하는 공부입니다. 그리고 시험결과는 등수로 보여지기 때문에, 등수 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몇 등 했어?"라는 질문에 답하면, 누구나 쉽고 확실하게 상대방의 학업 수준을 이해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수십만 개의 등수로 확실히 구별하기 위해, 일부 서술형도 있지만 시험은 대부분 4-5지선다형 객관식으로 변별력을 더욱 높여 갑니다. 아는 문제는 선택하고 모르는 문제는 찍습니다. 아는 문제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순종하는 것이고, 모르는 문제는 요행에 맡기며 행운을 빌 뿐입니다. 이렇게 시험지 한 장에 목숨을 걸고 운명을 빌며 12년을 매진하는 동안, 인격은 서서히, 복종하는 시민(노예화)의 길을 가고 맙니다.
  
  올 3월, 일제고사 부활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시험치기 교육은 더욱더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시험이 있는 기간이면 초등학생들도 4-5권의 문제집을 풀며 시험 유형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시험 기간 동안 아파트 단지 전체가 밤낮으로 조용했다고 학부모님들은 자랑합니다.
  
  다시 10월 8일과 14-15일에 전국 일제고사가 치러집니다. 일제고사에 대비한 각종 연습시험이 다시 벌어집니다. 시도에서, 시군구에서, 학교에서, 반에서, 교사에 따라서 피라미드식으로 치러져, 결국 3일에 한번 꼴로 시험을 치르게 생겼습니다.
  
  등수 매기기 위한 시험, 등수에 따라 차별하려는 시험은, 등수를 확인한 순간 그 존재 가치가 사라져 버립니다. 다음 등수를 위한 시험을 다시 연습해야 합니다. 하루 12시간 넘도록 공부만 해도 '시험' 치고 나면 다 '무의미해지는 공부!'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 누리는 사교육
  
  정말 '미친 교육' 맞습니다.
  
  평가(시험) 중심의 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평가 중심의 교육은 치열한 경쟁을 부르고, 경쟁은 필연적으로 사교육을 부릅니다. 그리고 무한정 사교육을 댈 수 있는 가정들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상위 1%, 즉 특목고 가는 수준이 되려면 아버지의 동의와 어머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까지 결합되어야 한다는 시중 언술은 그저 장난 같은 말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불황의 늪이 깊은데도 외국어학원은 25%, 교과학원은 8% 이상 증가했습니다. 학원비도 제멋대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교육비 격차는 점차 벌어집니다. 돈 있는 사람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면서 차이가 더 커집니다. 내 자식만큼은 제대로 교육 시키겠다고 대다수 학부모님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아이들의 등수는 플러스 마이너스 10등 정도를 오르락 내리락 할 뿐입니다.
  
  객관식 선다형 시험 공부는 '죽은 공부'입니다. 아이들의 창의력, 사고력, 판단력, 탐구력, 가치관, 선험지식, 호기심, 열정, 감성 그 어느 것도 다 죽입니다. 이런 비판 때문에 논술이 등장했지만, 논술 또한 입시 변별력에 치이면서 객관식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일제고사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시험 문제를 풀게 하는 폭력입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도 천 여명으로 표집하는데, 한 학년 60만 학생들의 전부를 획일적으로 점검해 보겠다는 발상은 폭거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160억원이란 많은 돈을 들여 이런 미친 짓을 하는데, 내 자식 전국 등수나 알자고 묵인해서야 되겠습니까?
  
  요즘 청소년들은 스스로 성장합니다. 아는 것도 많고 행동도 거침없고, 친구들을 좋아하고, 공동체를 위해 참을 줄도 알고, 감수성이 뛰어나고 예술적 끼가 넘쳐납니다. 해방 이후 가장 솔직하고 적극적이며 지성적인 웹 세대입니다. 자신의 삶과 행복을 위해 마니아 기질도 발휘하는 주체적인 세대입니다.
  
  이런 자유롭고 다양한 청소년들을 몰개성의 극치인 객관식 시험의 틀에 잡아넣는 것은 매우 정치적인 폭력입니다. '교육 혁명'을 외치며, 시험을 거부하며 청소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 전에 정부는 비인간적인 폭력을 멈춰야 합니다.
  
  제발 좀,
  
  청소년들을 시험으로 달달 볶지 말고,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도록 바꿉시다!
  
  경쟁과 평가 중심의 시장주의 교육이 아니라 상생과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인간중심 교육으로 바꿉시다! 변화의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갑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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