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이 나라는 '왕' 없는 공화국"…누구 비판?

朴 대통령에 대한 묘한 비판 읽혀…"대통령은 대리인에 불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비판하는 글을 24일 공개했다. 지난 18일 "특별감찰관의 조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둘 다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을 편 셈이지만, 글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을 임명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묘한 비판 의식이 읽힌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주변에서 '민정수석이 그렇게 센 사람이냐', '특별감찰관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저는 이 두 사람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는다"며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라고 강조했다.

'양비론'으로 읽히지만 정 원내대표는 이어서 "2300년 전 맹자는 '백성은 무겁고, 왕은 오히려 가볍다'고 했다. '저잣거리의 건달이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황제가 되고, 그 황제의 마음을 얻으면 공경과 대신이 된다'고 했다"며 맹자를 인용한 후 '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는 왕이 없는, 국민이 주권자인 공화국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의 주권을, 대통령과 국회에 잠시 위탁합니다. 그게 선거고, 대의민주주의"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자신의 권한을 잠시 맡겨둔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직 공직자이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게 대한민국을 작동하게 하는 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선출직 공직자든, 임명직 공직자든 임명권자는 국민이다. '나는 임명직이니 임명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다'는 생각은 교만이다.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이다.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정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대통령 민정수석의 진퇴, 특별감찰관의 직무 부적합 언행이 논란입니다. 나라가 온통 이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입니다. 한 사람은 대통령의 고위직 참모이고, 한 사람은 대통령 고위직 참모들의 비위를 감찰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공직자입니다.

최근 주변에서 "민정수석이 그렇게 센 사람이냐", "특별감찰관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습니다.

우리나라는 왕이 없는, 국민이 주권자인 공화국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의 주권을, 대통령과 국회에 잠시 위탁합니다. 그게 선거고, 대의민주주의입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자신의 권한을 잠시 맡겨둔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2300년 전 맹자는 "백성은 무겁고, 왕은 오히려 가볍다"고 했습니다. "저잣거리의 건달이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황제가 되고, 그 황제의 마음을 얻으면 공경과 대신이 된다"고 했습니다.

백성이 권력의 원천이고, 왕은 하찮은 존재라는 게 맹자의 가르침입니다. 국민이 주권자임을 헌법에 규정한, 대한민국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국민이 무겁고 공직자는 가볍습니다.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직 공직자이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게 대한민국을 작동하게 하는 원리입니다.

선출직 공직자든, 임명직 공직자든 임명권자는 국민입니다. "나는 임명직이니 임명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다"는 생각은 교만입니다.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습니다.

공직자의 공인의식을 생각케 하는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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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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