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300마리와 동거하는 할머니, 도대체 왜?

[독서통] <살아 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 거리를 걷는 사람의 모습은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반려동물 전용 카페가 늘어나고, 반려동물 용품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늘도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8만2082마리가 주인에게서 버려졌습니다. 개가 5만9633마리, 고양이는 2만1299마리입니다. 정부가 2013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를 도입했으나 효과가 없습니다. 이 제도를 아는 주인이 반려동물을 버릴 때, 이름표를 떼고 버리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과 <시사통>이 공동 진행하는 '독서통'은 반려동물을 비롯해 우리 주변의 생명체를 보다 깊이 바라보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는 취지로 <살아 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박종무 지음, 리수 펴냄)를 놓고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휴가철에 동물 유기 사례가 급증하는데, 이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제동을 걸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번 방송에는 이 책의 저자이자 수의사 박종무 카라(KARA) 이사(평화와생명동물병원 원장)가 참석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독서통은 여름방학 특집으로 꾸려졌습니다. 청취자 서평단으로 책을 미리 읽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참석해 박종무 이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8일 서울 서교동 <시사통>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방송 이야기를 전합니다.

▲ 8일 독서통은 아이들과 함께 반려동물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동물, 장난감에서 반려자로

김종배 : 오늘의 독서통은 여름방학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우리 스튜디오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청취자들이 왔어요. 우리 어린 친구를 위해서 준비한 이번 주의 책은 무엇인가요?

강양구 : 오늘 같이 읽어볼 책은 <살아 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입니다. 동물 보호 운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 거예요. 직접 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이시면서, 카라 등의 동물 보호 단체에서도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박종무 선생님이십니다.

김종배 : 저자인 박종무 선생님 소개합니다.

박종무 : 안녕하세요.

강양구 : 이 책이 수의사인 아빠가 중학교에 갓 들어간 딸과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됐어요. 오늘 어린 친구들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김종배 : 어린이들도 이해할 만큼 쉬운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반려동물에 관한 책입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애완동물'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대신 씁니다. 이 두 단어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박종무 : 가장 큰 차이는 관계의 정도입니다. '애완동물'은 동물을 대상화합니다. 마치 장난감처럼, 예뻐서 좋아하고 키우는 동물이라는 뜻이죠. 그러다 관심이 떨어진다면 구석으로 치워둬도 되는 존재입니다. 마치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인형을 크고 나서는 창고에 버려두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반려동물'은 반려자처럼 삶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즐거움도 함께 하고, 아픔도 나누는 동반자입니다. 가족이죠. 옛날에는 키우던 동물이 싫증나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죽을 때까지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자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강양구 : 반려자인 엄마, 아빠, 또 가족은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 덕분에 서로가 달라지고요. 그런데 동물과 사람의 관계도 이와 같을까요? 사람이 개나 고양이를 보살피는 건 맞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개나 고양이는 생존 자체가 어렵죠. 역으로 개나 고양이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도 적잖으실 것 같아요.

박종무 : 우리가 아이를 키우죠? 아이를 낳아서, 밥도 먹이고, 옷도 입히고, 학교에도 보내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놓고서 ‘내가 아이에게 주기만 했지, 아이가 나에게 해준 건 없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으실 거예요.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모에게 큰 힘이 됩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부모가 변하죠.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산다는 것 자체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특히 어린아이나 노인에게는 반려동물이 친구이고, 형제죠.

김종배 : 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죠.

박종무 : 혼자 사는 분이 집에 들어가면 아무도 없잖아요. 쓸쓸한 공간에 들어가는 것과 나를 반겨주는 존재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건 다르죠.

▲ "주인, 왔느냐왈." 많은 사람이 삶의 동반자로 반려동물을 선택합니다. ⓒpexels.com

우리 개의 이상행동은 내 책임?

김종배 : 예전에 읽은 어떤 소설 내용이 떠오르네요. 혼자 사는 주인공이 항상 TV를 켜놓고 나간다는 이야기였어요. 불 꺼진 방에 들어갈 때의 적막감이 싫어서죠.

그런데, 이처럼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많아요. 이 책을 보니 심지어 퀵 배달로 버리는 사람도 있다고요?

강양구 : 이 책의 3분의 2 정도가 유기 동물과 관련한 내용인데요.

박종무 :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가 매우 많아요. 이유는 여러 가지죠. 개나 고양이가 생명이기 때문에, 살다보면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아플 수 있고, 행동 문제도 생길 수 있어요.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고민합니다. 개나 고양이의 성격도 사회적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사회화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적잖은 부모가 그저 혼자 있는 아이가 사달라고 하면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사줘요. 그러다 개나 고양이가 크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에 당황합니다.

다 자란 개가 너무 짖거나, 사람을 무는 이상 행동을 감당하지 못하는 거예요. 또 어렸을 때의 귀여운 모습만 생각하고 늙거나 병들었을 때의 상황에 당황합니다. 그러다 가장 쉬운 선택, 즉 버리는 결정을 내리는 거예요. 처음부터 이런 모든 상황을 깊이 고민하고, 반려동물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거죠.

강양구 : 개를 키우는 분들이랑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기가 개가 아니라 사람인 줄 안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요, 사회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죠?

박종무 : 맞습니다. 예전에는 개를 마당에 키웠잖아요. 그리고 어미 개와 새끼 개의 관계도 지금과는 달리 긴밀했죠. 또 마을의 개들이 어울렸고요. 이러면서 개는 자연스럽게 사회화되었습니다. 자신이 사람과 다른 개라는 걸 인식하고, 짖을 때 안 짖을 때도 구분하고, 사람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요즘에는 어떻습니까? 강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떨어집니다. 애견 센터 등을 거쳐 낯선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아파트처럼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사람하고만 살아갑니다. 당연히 개라면 마땅히 배워야할 지식을 배우지 못하죠. 그렇다면 사람, 특히 어른이 공부해서 개를 사회화시켜야합니다. 그러지 않으니 아무 때나 짖거나 사람을 무는 문제 행동이 나오죠.

강양구 :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려면 아이를 새로 가지는 것에 준할 정도로 고민해야 하겠군요.

박종무 : 그렇죠. 최대한 고민하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중성화 수술, 최선 아니지만 꼭 필요한 차선

김종배 : 저희 아파트 주변에 고양이가 참 많아요. 고양이가 울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걸 보면 어느 순간 경계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그 고양이도 버려진 것들입니까?

박종무 : 대부분의 고양이는 원래 길에 살던 길고양이에요. 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이잖아요? 아파트에 많은 사람이 사는데, 사실 아파트는 생명에 이로운 공간이 아니에요. 도시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 위주로 만들어지면서, 동물은 살 공간을 빼앗겼죠. 삶터를 빼앗긴 길고양이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강양구 : 길고양이와 관련해, 캣맘을 둘러싼 갈등이 많아요. 고양이가 안쓰러우니 자기 돈을 들여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분들을 캣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죠. 캣맘 때문에 길고양이가 더 몰려든다고 쌍심지를 켜는 분들이 있죠.

박종무 : 다른 존재는 항상 불편해요. 식구도 불편해질 때가 있잖아요? '같이 사는 사람이 원수'라는 말도 있습니다. (웃음) 하지만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가족과 더불어 살 방법을 모색합니다.

길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고양이는 원래 도시에 살던 동물이에요.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요새 시골 가면 밤에 매미, 개구리가 엄청나게 웁니다. 시끄럽고 불편하죠. 그렇다고, 이놈들을 제거해야 할까요? 그냥 같이 사는 거죠. 물론 할 수 있다면, 길고양이와 최대한 불편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죠.

강양구 : 죽이기보다는 잡아서 중성화 수술을 한 다음에 풀어주는 것도 그 한 예인가요?

박종무 : 맞아요. 고양이가 우는 건 발정이 났을 때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발정하지 않으니 울지 않아요. 또 길고양이 개체 수가 너무나 늘어나서 생길 수 있는 문제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고요. 중성화 수술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방법은 될 수 있습니다.

김종배 : 길고양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게도 중성화 수술을 많이 해요. 꼭 해야 하나요? 인간의 일방적인 폭력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종무 : 그런 문제 제기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결국 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함께 살 것이냐'는 거거든요. 옛날에는 다들 마당에 개를 키웠으니, 도시에 산다손 치더라도 굳이 중성화 수술을 안 했죠. 아까 얘기했듯이, 자연스럽게 마을의 개들끼리 교류했습니다. 이게 바람직한 환경이죠.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 사니, 사람도 이웃과 교류하지 않아요. 개들 또한 불가피하게 공동체에서 단절되어요. 심지어 개가 사람하고만 사니까, 다른 개를 보면 놀라기도 합니다. 개의 경우에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에요. 수컷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문제가 생깁니다.

수컷은 본능적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해요. 자기 영역의 곳곳에 오줌을 쌉니다(마킹). 마을 전봇대에 개가 오줌을 싸는 게 그런 본능의 표출이죠. 그런데 집안에는 전봇대가 없잖아요. 그러니 개가 소파 다리, 문지방 같은 곳에 오줌을 싸고 다닙니다. 강아지 때는 그래도 냄새가 견딜 만합니다. 그런데 클수록 오줌 냄새가 심해져요.

그러다 보면, 그 공간에서는 사람과 개가 공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감당을 못하면 개를 버리게 되는 거죠. 이때 어떻게 해야 함께 살 수 있을까요? 차선이 중성화 수술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서 더는 마킹을 하지 않아요. 사람과 개가 공존하는 한 가지 방법이죠.

강양구 : 연애 문제도 있죠?

박종무 : 맞습니다. 개나 고양이는 발정기에 연애해야 해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아파트에 갇혀 사는 개나 고양이는 발정기를 견디지 못해요.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식으로 해소하는 이상 행동을 합니다. 이런 연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선이 바로 중성화 수술입니다.

강양구 : 아까도 잠시 언급을 했습니다만, 책에서 중성화 수술로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어요.

박종무 : 네. 유기견만 살펴봅시다. 유기견의 경우에는 특히 보신탕과 관련한 문제가 있습니다. 업자들이 길거리의 개를 가만 두지 않아요. 이런 개의 운명을 뻔히 알기에 불쌍한 마음에 버려진 개를 집으로 데려가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혼자 사는 할머니께서 단지 불쌍해서 한 마리, 한 마리 유기견을 거두다 보니 20마리 정도를 집에서 키우셨어요. 그런데 이 개들이 짝짓기를 해서 4년 정도가 지나니 개체수가 300마리 정도로 불어났어요. 이 할머니는 중성화 수술 같은 것도 모르셨고, 또 중성화 수술을 할 돈도 없으셨죠.

어떻게 되었을까요? 할머니의 삶도, 개의 삶도 불행해지는 거예요. 개 300마리와 한 집에서 동거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개 한 마리, 한 마리가 먹는 것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다 굶어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중성화 수술이 필요합니다.

▲ 중성화 수술은 최선이 아니지만,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기위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사료보다 좋은 잔반이 더 좋다

김종배 :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강아지에 염색하고, 리본을 매달고, 옷을 입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박종무 : 물론 개가 원한 건 아니죠. 보호자가 만족하려고 하는 거죠. 아기가 태어나면 예쁜 옷, 예쁜 양말을 입힙니다. 그런데 그걸 갓난아이가 원할까요? 아니거든요. 부모가 원하는 거예요. 부모가 자기만족에 이 옷 저 옷 입히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죠. 개를 치장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인간의 욕구죠.

김종배 : 우리 어릴 때 시골에서 강아지 키울 때는 사료라는 게 없었어요. 집에서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개가 먹었죠. 요즘은 사료를 먹이잖아요? 평생 사료만 먹으면 좀 불행하지 않을까요?

강양구 :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인에게 물어보면, 평생 사료만 먹던 개나 고양이에게 잔반은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동물 병원 수의사도 잔반을 권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런데 책에서 개 아토피 같은 피부병의 원인으로 동물 사료를 지목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박종무 선생님께서는 <개 아토피 자연 치유력으로 낫는다>(리수 펴냄) 같은 책도 내셨죠.

박종무 : 저는 사료 문제가 개 아토피와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는 게 좋을까요? 당연히 모유예요. 지금은 모두가 분유보다 모유가 좋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가 분유를 먹고 자랍니다. 심지어 한때는 모유보다 분유가 아이 성장에 더 좋다는 견해도 있었어요. 업체의 홍보였죠.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은 개에 문제가 있었나요?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 개에게 사료를 본격적으로 먹이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동물 병원이나 사료 회사를 중심으로 개에게 사료만 먹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보호자가 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랐습니다. 동물 사료를 놓고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만, 어쩌면 반려동물에게는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 통념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동물 사료의 원료나 제조 과정을 염두하면 더 그렇고요.

김종배 : 동물 사료의 실상을 책에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군요.

박종무 : 물론 사람의 먹을거리를 개나 고양이게 주는 데도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지금 사람이 먹는 음식도 엉망이에요. 영양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고기를 많이 섭취해요. 제가 어렸을 때 쇠고기는 생일상 미역국에서나 맛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삼시세끼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기 위주의 식단은 지구 환경을 염두에 두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런 고기 위주 식단의 잔반을 반려동물에게 준다면, 그 반려동물 역시 영양 불균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람의 식단도 건강한 방향으로 바뀌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식단도 바뀌어야 합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낮출 방안은?

김종배 :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료비도 표준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의 경우 동물 병원에 따라 진료비도 천차만별이고, 폭리를 취하는 사례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왜 시정이 안 되는 겁니까?

박종무 : 예전에는 가격 수준이 어느 정도 맞춰졌어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이게 바로 담합이에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동물 병원마다 가격이 달라졌죠.

일부 동물 병원이 폭리를 취하고, 과잉 진료하는 문제는 개별 동물 병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우선 동물 병원이 너무 많아요. 1년에 배출되는 수의사가 500명 가까이 됩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새로운 수의사가 개원하려면, 대형화하거나 고가 장비를 들이는 등의 차별화를 해야 합니다.

차별화에는 돈이 더 들죠. 고가 장비를 들이면 수억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해요. 감가상각비용도 생각해야죠. 결국, 병원이 일정 기간 장비 투자에 들인 비용을 회수하려면 진료비를 올리거나, 과잉 진료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종합병원에 가면, 의사가 진료하기 전 기본적인 검사부터 하죠? 검사비만 제법 나와요. 대형화한 동물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종배 : 정부가 나서서 공정 가격을 제시하거나, 대한수의사협회에서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식으로 가격 합리화에 나서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박종무 : 대한수의사협회에서 말씀하신 내용의 시도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정해버렸어요.

강양구 : 어쨌든 반려동물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는데, 아직 사회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나랑 살면 건강해진다냥." ⓒpublicdomainpictures.net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어린이가 건강해요

김종배 : 우리가 여태 반려동물 이야기를 주로 나눴습니다만, 책에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축산동물이 어떻게 생산, 유통, 소비되는지의 이야기도 있고요. 보신탕, 즉 개고기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관한 논쟁적인 대목도 있습니다. 불편한 심정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 많아요.

이제 오늘 스튜디오에 나온 어린이 서평단과 박종무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김서연(4학년) : 강아지를 키우면 비염이 사라진다는데 사실인가요?

박종무 : 그건 저도 처음 듣는 얘기네요. (웃음)

우리나라에서 보통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 가면, 산부인과, 피부과, 내과 등 대부분의 과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집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느냐는 거예요.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아이에게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개나 고양이를 버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식으로도 접근할 수 있어요. ‘위생 가설’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면역 체계 약화로 이어져 아토피 피부염이나 비염, 천식 같은 환경성 질환을 야기한다는 주장이죠. 옛날 시골에 살던 사람들은 마당에 개, 돼지, 닭을 다 키우는 집에서, 흙을 만지고 놀며 자랐지만 아토피에 시달리지 않았어요.

강양구 : 어릴 때부터 개나 고양이와 접촉한 아이는 면역력이 강해질 수 있으니, 오히려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거죠?

박종무 : 네. 아토피가 언제부터 발병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아토피가 미국에서 처음 사회적 문제가 된 때는 1960년대 후반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을 넘어서면서였죠. 그런데 개나 닭, 고양이가 이때부터 우리 주변에 살았느냐? 아니거든요. 수천 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았죠. 아토피는 어느 시점 이후로 새롭게 생긴 질병이라는 거죠.

요즘 서울 공기 정말 안 좋잖아요? 이 공기를 하루 종일 마시고 집에 들어가면 온몸이 간지러워요. 이 공기와 시골의 흙먼지는 달라요. 아토피는 이런 관점에서 봐야죠.

김서이(5학년) : 제 꿈이 수의사인데, 수의사가 되려면 뭘 해야 되나요?

박종무 : 좋은 수의사가 되려면 동물을, 그리고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돼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수의과대학에 들어갈 만큼의 실력도 쌓아야 하고요.

반려동물 유기는 살생입니다

윤수아(5학년) : 유기견을 왜 안락사시키는지 궁금합니다.

박종무 : 안락사가 일어나는 이유는 유기견이 너무 많은데, 유기견을 보호할 시설은 부족해서예요. 도저히 유기견을 끝까지 보호할 방법이 없으니 주사나 약으로 안락사시킵니다.

▲ <살아 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박종무 지음, 리수 펴냄). ⓒ리수
독일 같은 외국에는 동물 보호 단체가 커요.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을 때 유산을 동물 보호 단체에 기탁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단체에 돈이 많아서 시설도 충분히 갖추고, 유기 동물이 죽을 때까지 돌볼 능력이 돼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기견 한 마리에 책정된 비용이 10만 원 정도 선이에요. 이 돈으로 유기견을 재우고, 먹이고, 안락사할 비용을 전부 마련해야 돼요. 그러니 불가피하게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어요. 시설은 부족한데, 유기견은 자꾸만 시설로 들어오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들이 동물을 버리지 말아야 돼요. 그러니, 동물을 키우기 전에 정말 내가 이 아이를 죽을 때까지 돌볼 수 있느냐를 깊이 고민해야 돼요.

강양구 : 예전에는 옆집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걸 봐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요새는 아동학대로 인식하죠. 이처럼 시간이 지나서 동물에 관한 인식이 바뀌면, 동물 방치나 학대에 관한 사회의 생각도 바뀌리라고 봅니다.

김종배 : 오늘 독서통은 어린이들과 함께 반려동물에 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와주신 수의사 박종무 선생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박종무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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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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