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드 '외부 세력' 보도, 윗선 지침 받아"

"성주 군민 뜻 왜곡해 보도...세월호 때 수모 되풀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의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한국방송공사(KBS)의 보도가 윗선 지시에 의해 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 전국기자협회는 20일 '취재 현장 무시한 '사드 공안몰이'를 거부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최근 KBS 사드 보도에 대해 "KBS대구총국 현장 기자들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싣지 못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보도 지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가 특히 문제 삼은 보도는 19일 자 <뉴스9>의 "경찰 '성주 시위 외부단체 인사 참가 확인'" 리포트다. "경찰은 당시 이 설명회에 민중연합당과 전 통진당 관계자 등 5명이 참석한 것을 복수의 경찰관이 목격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과 대구, 경북 등 외지 인사 10여 명이 참석한 사실도 확인했다" 등 내용이다.

ⓒKBS

이 리포트를 작성한 기자는 대구총국 취재 데스크인 박준형 기자다. 협회에 따르면, 박 기자는 윗선으로부터 '성주 시위 외부 인사 개입' 기사 지시를 받고 이에 대해 항의했으나, 결국 리포트는 4차례나 수정된 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네트워크 부장은 '리포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윗선의 지시를 인정했다. 'KBS의 색깔이 있는데...'라는 말도 하며 윗선의 개입을 합리화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며칠간 부당한 지시가 누적됐다고 밝혔다. 현장 취재 기자들은 '성주 사람이 아닌 인근 칠곡, 고령 사람들도 '외부인'이라고 부른다는 의미였다'고 주민 대표들이 한 해명을 윗선에 보고했으나, 타사의 외부 개입 보도를 그대로 따라 하라는 본사 지침이 계속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리에 달걀 투척. 감금...경찰 수사' 리포트 역시 25년 전 정원식 국무총리에 밀가루 던졌다가 징역형 받은 그림까지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찍어서' 대구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주에 취재를 갈 때마다 기자들은 인터뷰 거부를 겪고 있고 그때마다 사정하고 달래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며, "그렇게 겨우 찍어서 올린 그림과 인터뷰는 '보도 지침'에 따라 주민들의 본래 뜻과 달리 비틀어지고 현장 취재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윗선의 객관 보도를 가장한 공안몰이에 지역국 기자들은 가담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세월호 당시 '기레기'로 조롱받았던 KBS 기자들의 수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일부 지도부의 공안 몰이에 현장 기자들을 이용하지 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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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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