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 육성하는 이유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규제보다 시스템 마련이 필요

중국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중국은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 실사구시 정신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정책은 우리나라에 비해 유연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실사구시 정신이 최근 여행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변화하는 여행 수요에 발맞춰 지난 5월 '가이드 프리랜서 시범 통지(关于开展导游自由执业试点工作的通知)'를 발표했다.

통지의 주요 내용

한국은 가이드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여행 관련 영업을 할 경우 불법이다. 중국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 통지를 통해, 가이드 프리랜서가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장쑤(江苏) 성, 저장(浙江) 성, 상하이(上海), 광둥(广东) 성 내 시범 지역, 지린(吉林) 성의 창바이산(长白山), 후난(湖南) 성 창샤(长沙)와 장자제(张家界), 광시(广西) 성의 구이린(桂林), 하이난(海南) 섬의 싼야(三亚), 쓰촨(四川) 성의 청두(成都) 등에서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여행 관련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시범 지역 내에 한하여 1인 여행사 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가이드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예약 플랫폼 또는 오프라인 관련 기관에 가이드 공인 자격증을 등록해야 한다. 만약 등록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여행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 1000위안(한화 17만3040원)에서 1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여행 관련 이외의 업무를 할 경우 가이드 자격증이 박탈되며 3년 동안 자격증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번 가이드 프리랜서 시범 운영의 핵심은 시스템 구축이다. 여행객이 여행을 떠날 때 비행기 표와 숙소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 후 본인의 예산과 취향에 맞게 예약하듯, 가이드 역시 본인의 여행 목적에 맞게 예약하는 여행객 맞춤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자연스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이드 프리랜서 시범 시행 배경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런 정책을 실시하게 됐을까?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변화하는 여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중국인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여행객의 연인원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내 여행객 연 인원은 2013년 32억5000만 명, 2014년 36억1100만 명, 2015년 40억 명으로 증가하고 2016년에는 43억8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행객 연 인원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방송, 인터넷 등 매체의 발달로 여행사를 통한 여행을 줄고 개별 관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중국내 관광 중 단체 관광 비중은 10% 미만으로, 90% 이상이 자유 여행이었다. 현재 중국에는 좀 더 색다른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의 수요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전문 가이드가 절실하다.

둘째, 여행 업계의 취업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에서 가이드 공인 자격증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약 100만 명이다. 이중 가이드 공인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이 80만 명인데, 여행사에 취직한 사람은 20만 명 미만으로 자격증 소지자의 25%에 불과하다. 여행사만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사실 여행사를 통한 일자리는 일찍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 여행 온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쇼핑을 강요한다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이는 자국민을 상대로 한 중국 내 여행 역시 마찬가지이다. 워낙 경쟁이 심해 저가 여행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고용이 쉽지가 않다.

셋째, 인터넷 플러스라는 신성장 동력 산업, 즉 '인터넷+여행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서이다. 청두는 시범 지역 중 유일하게 가이드 소득이 '알리페이'와 같은 제3자 지불 시스템을 통해 결제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이드 프리랜서 네트워크 예약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은 상담, 구매, 지불, 가이드 서비스 평가 등을, 가이드는 고객 관리에서 세금 납부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중국은 가이드 프리랜서를 통해 여행객의 여행 수요를 충족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여행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은 어떨까? 중국과 같이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이다.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여행객은 단연코 중국인이다. 중국 내 여행에서 자국민 여행객 대부분이 개별 관광이듯 한국에서도 그러하다. 2014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중 약 60%가 개별 관광객이었고 이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여행 업계는 여전히 단체 관광 중심이다. 한국 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여행 관련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행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 기준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본금 2억 원(제주도의 경우 3억5000만 원)이상과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전담 여행사로 지정이 되어야만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여행 관련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성 가이드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드라이빙 가이드를 들 수 있다. 드라이빙 가이드는 개인 차량 등을 이용하여 여행객이 원하는 관광지를 안내해주는 등 100% 여행객에게 맞춰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모든 드라이빙 가이드가 불법은 아니다. 현행법상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드라이빙 가이드만이 불법이다.

한 신문 기사를 보니 가이드 업계가 여행업의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업의 무질서를 우려하며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시장의 질서를 위해 규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규제가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국 여행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보다는 시장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신금미 교수는 현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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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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