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절 황금연휴, 관광객 몰려들지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만들려면

2013년 10월 중국 관광 관련 최초의 법률인 ‘여유법’(旅游法)이 전면 시행되었다. 이는 이웃 국가인 한국의 관광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여유법에 여행사의 부당한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여유법에 따르면, 여행사가 불합리한 초저가 관광 상품을 판매하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되는 옵션관광 품목을 상품에 포함시키거나, 또는 쇼핑을 강제하는 등의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이런 내용은 이상적인 관광시장에서는 당연히 금지돼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 관광업계가 곤란을 겪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어떠한 영업 구조로 관광 사업을 해왔는지 대략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중국인의 소득수준이 향상되었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제12차 5개년 규획(2011-2015)부터 서비스 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관광 산업은 차기 중국 경제를 이끌 전략적 지주 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인의 증대된 소득이 여가 활동 및 관광 등의 소비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여유국(国家旅游局)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인 해외관광객 수는 9800만 명으로 2014년에는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2013년에는 430만 명이 넘었다. 한국 전체 외국인관광객 3명 중 1명꼴로 중국인 관광객인 셈이다.

▲ 중국 노동절 연휴 하루 전인 4월 30일,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에 삼삼오오 모여있다. ⓒ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이들은 매우 다양한 관광 패턴을 보이고 있다. 명품을 사기 위한 프랑스 파리 여행, 스키를 타기 위한 스위스 여행, 신혼 여행지로 몰디브를 선택하는 등 관광 패턴이 보다 세분화되고 개별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어떠한가? 저가 패키지 상품으로 모집된 관광객들의 지출 품목 1위는 단연 쇼핑이다. 물론 화장품, 의류, 및 가공 식품류 등 질 좋은 한국 상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은 한국 경제에는 이로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쇼핑’을 통해서 중국 관광객을 다시 방문하게끔 하기는 그 매력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도 중국 여행객의 한국 재방문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 관광업계는 여유법 시행으로 패키지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중국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 우려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가 이하의 저가 상품으로 중국 관광객을 모집하고, 옵션 관광 및 강제 쇼핑 등을 통해서 손실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경영했던 사업자는 당연히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는 고배를 마셨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여유법의 시행이 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법 시행 6개월째에 접어드는 현재 한국 관광업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크게 우려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작년 10월 반짝 감소했던 중국 관광객 수는 그 이전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여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관광객 감소는 단순 기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금상첨화격(?)으로 얼마 전 4월 18일 중국 국가여유국과 국가공상행정관리 총국이 새로운 ‘관광표준계약서’를 공포하고 곧바로 시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여유법 시행으로 전면 금지되었던 국내외 관광 상품에서 강제 쇼핑 및 옵션 관광을 소비자와 사전 합의·서명할 경우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패키지 상품의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등 관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 어떤 관광업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여유법 시행이 한국 관광업계에 불어 닥친 파장이 어쩌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중국 관광객 증가 추세가 중·일 관계 악화, 위안화 강세, 무비자 입국제도 완화 등 어부지리로 얻은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증가 추세를 유지시키고 중국 관광객 천만 시대를 열기 위해서 정부 및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저가 상품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인하는 쇼핑 중심의 관광 패턴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 고유의 개성이 돋보이는 관광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할 것인지는 정부 및 관광업계 의지의 문제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 및 음식 문화 체험, 한류를 이용한 관광지 및 상품 개발, 전국 일일생활권이라는 이점을 이용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 관광, 의료 관광 서비스 질 향상 등 빛을 보지 못한 다채로운 관광 프로그램들을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개선 및 발굴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관광 산업이 보다 창조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데 법률 및 제도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은 ‘관광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이 관광 및 관련 사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현행 법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75년 제정된 관광기본법은 관광 사업의 방향과 목적에 대해서 선언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동법은 관광 사업을 위한 실제적인 계획수립절차나 수립주체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관광 관련 핵심 법제인 관광진흥법은 내용이 지나치게 관광 사업과 개발에 편중되어 있다. 관광 산업의 육성과 관련된 조항마저도 온통 규제에 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별 강점과 다양성을 활성화시켜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1980년대 관광진흥법이 새롭게 개정 된 이후 현재까지 관광 관련 법률 제정 및 정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생태 관광, 의료 관광, 체험 관광 등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관광 형태를 법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유법 시행 이후, 관광 법제 개선에 대한 지방정부 및 관련 업계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가고 싶은 나라, 한국!’ 을 만들기 위해 관광업계의 혁신과 관련 제도 정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지난 4월 25일 한국법제연구원에서 개최한 “중국의 여행 관련 법제와 관련 현황” 워크숍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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